<조선일보>와 MBC의 대립이 심상치 않다.
조선일보가 사설과 칼럼, 기사 등에서 MBC 방송의 문제점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MBC 일부 프로그램이 정면으로 조선일보에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MBC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은 9일, 최근 총선이 임박해지면서 조선일보의 한나라당 편들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은 일례로 지난달 31일부터 7일까지 조선일보에 실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사진기사를 제시하며 "박 대표는 화사하게 웃는 표정을, 정 의장은 우울한 표정의 사진이 주로 게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사매거진 2580>은 12일 '또 선거개입'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가 역대 선거에서 보여줬던 선거개입이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고 우려한 뒤 "조선일보는 또다시 권력을 꿈꾸는가"라고 되물었다.
"<조선>, 탄핵정국 부추기면서 총선 개입 본격화"
<시사매거진 2580>은 조선일보의 4.15 총선개입이 본격화된 것을 탄핵정국 조장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즉 노무현 대통령 취임 당시 비난에 가까운 사설을 쏟아냈던 조선일보가 올 신년 여론조사부터 대통령 탄핵정국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새해 첫날, 검찰의 대통령 측근수사 발표 직후인 지난해 12월 30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 7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34.2%의 응답자가 '노 대통령이 하야를 하거나 탄핵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답했다고 1면에 보도했다. 반면, 탄핵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3%였다고 전했다.
또 <시사매거진 2580>은 지난해 8월부터 본인 홈페이지와 강연 등을 통해 대통령 탄핵을 조장하고 공공연히 쿠데타를 선동하는 듯한 글을 썼던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겸 대표의 모습도 쫓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래적인 거부감을 가졌던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나 조갑제 편집장의 언행은 뗄래야 뗄 수 없다는 게 <시사매거진 2580>의 해석이다.
"<조선>, 유리하면 부풀리고 불리하면 침묵"
<시사매거진 2580>은 조선일보의 특정 세력 편들기의 특징으로 '아전인수'와 '침소봉대', '거두절미' 등을 꼽았다. 즉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에 유리하면 눈 딱감고 부풀리고, 불리하다 싶으면 무서울 정도로 침묵을 지킨다는 것. 이를 두고 "자기들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침소봉대하고 자기 입맛에 안 맞는 것은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한 한 언론학자의 평가도 곁들였다.
조선일보가 이같은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백미로는 역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편들기 사례가 첫 번째로 지적됐다. 투표일을 불과 7시간 앞두고 정몽준 후보가 후보 단일화 약속을 철회한 다음날 12월 19일 조선일보의 사설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는 조선일보가 가장 노골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편든 경우에 지목됐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설을 '2002년 대선 조선일보식 올인의 백미'로 지칭하고 "이쯤 되면 언론사가 내보낸 사설이라기보다는 특정 정당의 기관지가 할 수 있는 선동구"라고 혹평했다.
또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에 대한 공정하지 못한 잣대로 특정 후보를 편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선보인 '노무현-이회창 후보 이것이 다르다' 시리즈에서 이회창 후보는 장점을 부각해 소개한데 비해 노무현 후보의 경우는 단점이 집중적으로 열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대선 때 조선일보의 공정하지 못한 외부 필진 선정도 도마위에 올랐다. <시사매거진 2580>은 후보 주변 인사들의 능력도 고려해 투표해야 한다는 칼럼을 조선일보에 쓴 오세정 서울대 교수와 역시 행정수도 이전을 우려하는 칼럼을 썼던 고려대 박영철 교수 등이 이회창 후보 자문교수였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독자들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는 용비어천가, '김대중·노무현'은 비판 일색
<시사매거진 2580>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조선일보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짚었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의 대통령 시절 '용비어천가'로 일관했던 조선일보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들어서는 비판 일색으로 변했다는 게 사설 등을 통해 드러났다.
<시사매거진 2580>은 "언론의 자유는 국민이 권력을 감시하라며 언론사에 잠시 맡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러나 언론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정을 중단시키는 쿠데타 주장까지 한다면 국민은 언제든 그 언론을 외면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 선택을 위한 정보를 편향, 왜곡없이 정확하고 정직하게 전달하는 일이 선거 시기 언론의 첫 번째 임무라는 게 <시사매거진 2580>의 이날 결론이다.
다음은 MBC <시사매거진2580>이 12일 방영한 '또 선거개입' 편 전문이다.
최형문 기자 : 조선일보는 또다시 권력을 꿈꾸는가. 총선을 앞두고 조선일보를 향해 이곳저곳에서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입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에 유리하면 눈 딱감고 부풀리고 불리하다 싶으면 무서울 정도로 침묵을 지키는 수법. 선거 때마다 보여줬던 조선일보의 선거개입은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밤 명동성당 앞에서 열린 '조선일보반대' 촛불집회. 쌀쌀한 밤바람을 마다 않고 차가운 콘크리크 바닥에 앉은 사람들. 그들이 하고픈 말은 무엇이었을까. 조선일보를 향한 그들의 분노는 짧게는 지난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대선의 백미는 이회창 후보에게 밀리고 있던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극적인 후보단일화였습니다. 그것으로 정세는 역전됐습니다. 그러나 투표를 불과 7시간 앞두고 정몽준 후보는 후보 단일화 약속을 철회합니다.
대통령 선거 당일 아침에 조선일보 사설. 노골적으로 이회창 후보 편들기에 나섭니다.
조선일보 2002년 12월 19일자 사설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 : "...어쩔 수 없이 벌어진 급격한 상황 변화 앞에서 우리 유권자들의 선택은 자명하다. 지금까지의 판단기준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뒤집는 것이다....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정몽준씨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이제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 "2002년 대선에 조선일보식 올인의 백미는 선거 당일날 사설입니다. '노무현을 정몽준이 버렸으니 유권자들이 알아서 선택하라'. 이쯤 되면 언론사가 내보낸 사설이라기보다는 특정 정당의 기관지가 할 수 있는 선동구라고 보여집니다."
최형문 기자 : 조선일보는 그전에도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지면에 등장한 '노무현-이회창 후보 이것이 다르다' 시리즈. 이회창 후보는 '여론을 중시하고 헐뜯는 정치를 싫어하고 이렇다 할 실수나 실패 사례가 없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면 노무현 후보를 소개할 때는 '깽판 발언, 자질시비, 때로는 무모해 버릴 정도, 직설적인 공격'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소수 의견을 많이 낸 대법관이었고, 노무현 후보는 변호사 개업 초기 돈되는 조세소송만 맡았다는 인물평을 싣기도 했습니다.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 : "한 후보에게는 장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단점을 부각하는 이러한 보도태도가 공정한 언론의 심판론을 수행하고 있는가?"
최형문 기자 : 외부 필진의 선정도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했습니다. 후보 개인의 인물뿐 아니라 주변 인사들의 능력도 고려해 투표해야 한다는 칼럼을 쓴 오세정 서울대 교수. 오 교수는 이회창 후보의 정책공약을 만든 자문 교수 중 한사람이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포기했던 정책이라며 파장을 우려했던 고려대 박영철 교수 역시 이회창 후보 자문교수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회창 후보 진영에 속해 있는 교수의 칼럼을 독자들에게는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지면에 실었습니다.
IMF 경제위기 속에서 치러진 지난 97년 대선. 김대중 후보는 IMF 재협상론을 제기했습니다.
김대중 당시 후보(15대 대통령선거 TV토론, 지난 97년 12월 5일) : 원칙적으로 IMF와의 협상을 지키되 문제점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형문 기자 : 그러자 조선일보는 적지않은 지면을 할애해 재협상론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재협상론을 먼저 꺼낸 것은 김대중 후보가 아닌 조선일보였습니다. 김대중 후보가 재협상론을 얘기하자 불과 며칠 사이에 180도 태도를 바꾼 것입니다. 그러고도 왜 그랬는지, 조선일보 지면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97년과 2002년 두 차례 대선에서 특정 후보 편들기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조선일보가 밀었던 후보 대신 다른 이를 선택했습니다. 대선에서 드러난 특정후보 편들기는 조선일보의 색깔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 72년 12월 28일 사설 <새 역사의 전개> "제8대 박정희 대통령 취임을 경하한다."
전두환 대통령 : 80년 8월 28일 사설 <새 시대의 개막> "전두환 장군의 대통령 재선에 즈음하여.."
노태우 대통령 : 88년 2월 26일 사설 <취임사의 그 한마디> "...민주주의와 국민화합이 정치적 지표로..."
김대중 대통령 : 98년 2월 26일 사설 <'통합'과 '경제' 두 축을> "'늦어도 2년안에 IMF 터널을 빠져나갈 것' 사람들은 이 약속 실현에 큰 신뢰를 두지 않는 분위기이다."
노무현 대통령 : 2003년 2월 15일 사설 <'노무현 시대' 3대불안 극복해야> "국정이 어설픈 이념의 '실험무대'가 될 수는 없다."
최형문 기자 : 조선일보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취임 때는 용비어천가를 읊었습니다. 그러다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와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뀝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비판이 아닌 비난에 가까운 사설을 줄줄이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1일. 조선일보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새해 벽두부터 이제 임기 2년째로 접어든 노무현 대통령 탄핵 공론화에 불을 붙입니다. 조선일보와 떼어놓을 수 없는 사람이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입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한창이던 작년 8월 21일 일부 극우인사들이 북측에 라디오를 날려보내려던 행사가 경찰의 제재로 무산됐습니다.
그러자 조갑제 편집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친북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이라는 글을 띄웁니다. 그는 이 글에서 국민들은 저항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국민 속에는 물론 군인도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군부 쿠데타를 선동하는 듯한 글입니다. 극우 인사들이 가지려던 행사를 공권력인 경찰이 막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래적인 거부감은 곧 탄핵을 조장하는 일련의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2003년 10월 28일 예비역 대령연합회 주최 강연 : "노무현 대통령을 견제하고 감시하고 필요하면 탄핵해야..."
2003년 11월 26일 '한국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강연 :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의지만 있으면...민주당과의 정책연합도 가능해진 지금 정치력만 있으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
최형문 기자 :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은 야3당이 손만 잡으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가능하다며 망설이지 말라며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시했습니다. 그후 야권에서는 탄핵 얘기가 줄을 이었습니다.
2004년 1월 8일 조순형 민주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 :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발의할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2004년 1월 19일 조순형 민주당 대표(민주당 상임위원회) : "..하루 아침에 무효화시키고 말이지, 이것도 탄핵사유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최형문 기자 : 탄핵안이 발의되자 조갑제 대표의 글쓰기는 더 바빠집니다. 그리고 3월 12일 그가 제시한 시나리오대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조갑제 편집장은 <한국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그는 왜 그토록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을 열망했을까. 이유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조갑제 편집장은 거절했습니다.
2004년 3월 12일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홈페이지 <한국민주주의 승리> : "오늘 대한민국과 헌법, 민주주의가 승리했다...사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대한민국 만세!"
최형문 기자 :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다수 국민은 분노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습니다. 뒷정리까지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그러나 조선일보는 혼란을 걱정했습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조선일보 식이라는 것은 자기들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침소봉대하고 자기 입맛에 안 맞는 것은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방식이거든요."
최형문 기자 :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8일까지 민생투어에 나선 박근혜 대표와 정동영 의장의 사진을 똑같이 13번 실었습니다. 그러나 얼굴 표정이나 주변의 모습이 아주 다르게 실려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특정한 의도가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 : "사진 하나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기사 열 줄보다 낫다라고 얘기합니다. 그 사진 하나하나가 밝고 웃는 정당의 대표와 인상쓰고 있는 정당 대표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거죠."
최형문 기자 대한민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지만 이는 권력을 감시하라며 국민들이 잠시 맡겨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언론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정을 중단시키는 쿠데타 주장까지 한다면 국민들은 언제든 그 언론을 외면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