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의 상징인 국회 담장이 6월 ×일부로 헐리면서 시민들의 국회 출입이 한층 자유로워 질 수 있게 됐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 제막식이 6월 ×일 국회에서 개최됐습니다."
"여야 의원 30명이 비리사건에 연루, 법정 구속됨에 따라 국회 자진해산안이 발의됐습니다."
17대 국회가 개원되는 오는 6월,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이같은 보도를 접할 수 있게 될까. 지난 9일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국회개혁 청사진을 17대 국회 개원 뒤 약속대로 이행하게 된다면 앞서 가상보도는 가상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이 당시 제시한 국회 개혁 6대 프로젝트는 ▲일하는 국회 ▲깨끗한 국회 ▲투명한 국회 ▲열린 국회 ▲행정부 견제 ▲국회 역사바로세우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공약만 해도 40개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이다.
우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열린우리당은 미국 의회와 같이 상시개원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시개원제가 도입되려면 일단 여야 교섭단체 대표간의 협의를 거쳐 임시회의를 소집토록 하고 있는 국회법이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료의원 감싸기 관행으로 사실상의 기능정지 상태였던 국회 윤리위원회에 외부인사가 대거 참여하게 됨으로써, 국회 자체 징계수준도 한층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습 결석 의원이나 의정활동 부진 의원은 변화된 국회 윤리위의 중점 관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시개원제 도입...'노는' 국회의원 징계 받을 듯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왔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의결절차도 기명투표로 의무화되며 체포동의안 처리기간도 설정돼 체포동의안이 수개월씩 국회에 계류되는 폐해도 사라지게 된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의 도입은 '깨끗한 국회'를 열기 위한 대표적인 공약 사항이다. 한나라당도 선거운동 기간 도중 "입법화를 검토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도입될 경우 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의원은 일정 수준의 지역주민 발의에 의해 '탄핵'될 수 있게 된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해당 지역민의 10% 발의와 50% 찬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과 충돌이 예상되지만, 예외규정을 통해 충분히 도입될 수 있다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부정부패 연루자가 1/10을 초과할 경우 국회 자진해산을 발의토록 한 공약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즉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되거나 법정처벌을 선고받은 국회의원이 30인을 넘어선다면 국회의 해산도 가능토록 하겠다는 얘기다.
또한 국회의원의 임기중 재산증식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부동산 등 모든 재산을 제3자에게 맡기는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혀, 실행여부가 주목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회의원 개인의 이해관계와 특수정보를 이용해 자산을 증식하던 그간의 관행이 일정 정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담장 허물어지고, 국회앞 정치토론 '시민광장' 설치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을 제외한 곳의 담장 허물기, 자유로운 정치토론을 위한 시민광장 설치 등은 열린우리당의 '열린 국회'를 만들기 위한 공약이다. 국회외곽 담장을 허물어 국회의원과 시민들간의 접촉 빈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회 담장으로 상징되는 국회의 특권과 권위를 타파하겠다는 것으로 국회 '탈권위화'의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하철 9호선 국회역사와 정치토론 시민광장을 연결해, 자유로운 정치토론을 국회의원들이 경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흥미를 끈다.
열린우리당은 '행정부 견제 기능 강화' 방안으로 비선출직 특수기관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검찰권의 독립'을 이유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서 빗겨나 있던 검찰총장이 17대 국회에서는 청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결산 국회가 분리됨으로써, 국회의 결산 및 예산 심의 기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간 국회는 100일로 제한된 정기회에서 예산과 결산을 동시에 심의해 왔다. 이 때문에 국회의 정부 결산 감시기능이 한철에 머문다는 비판을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은 이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결산국회를 6월에 개회하고,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구 동상 제막, 친일·유신·국보위 잔재 법률도 청산
국회의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차원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을 국회 내에 건립하고 각종 법률에서 친일·유신·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공약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친일·유신 잔재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어떻게든 개정 혹은, 폐기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금주 중으로 당내외 인사들이 참여한 국회개혁추진단을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7대 국회 개원전에 타당성 검토를 마친 뒤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몇몇 공약에 관련,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함에 따라 국회개혁의 실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장직을 열린우리당이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야당이 이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회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돼 있는 마당이어서 이러한 개혁프로그램이 실현될 확률은 상당히 높다.
만약 이러한 40여 개의 국회 개혁 공약이 국회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면 17대 국회는 의회사에 일대 진전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