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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부들이 비대위 회의장 진입을 막는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 김경호
삼성전자 시스템 가전사업부 직원 150여명이 회사 측 정리해고안에 반발해 공식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발대식을 갖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삼성전자 시스템 가전사업부 세탁기 제조 부문 직원 150여명은 30일 오후 5시 30분께 수원시 원천동에 위치한 ㅊ식당에서 비대위 발대식을 갖고 회사측의 세탁기 부문 정리해고안인 '퇴사 후 광주사업장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반발, 협상안을 마련하는 등 공식 대응하기로 했다.

이날 비대위는 회사측이 갑자기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법인체가 다른 광주사업장으로의 이전을 공식화하고 있다면서 정리해고에 따른 보상 문제와 고용 승계에 대한 문제를 협상을 통해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또 지난 28일 투표를 통해 선출한 비대위 위원 12명이 적극 나서 다음 주부터 회사측과 협상을 갖기로 하고 위임장을 받는 한편 광주사업장으로 이전하는 것에 적극 반대하기로 했다.

이날 모인 직원 가운데 50여명은 발대식을 미리 알고 오후 5시 45분께 ㅊ식당 입구에 도착한 삼성전자 시스템 가전사업부 상무보와 세탁기 부문 인사부장, 인사과장, 세탁기 제조팀장, 세탁기 그룹장 등 간부 5명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관리자들이 비대위 위원 12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식당 안으로 출입하는 것을 막았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한편 이날 비대위 발대식에는 삼성전자 시스템 가전사업부 세탁기 제조부문 소속 제조, 부품검사, 조립, 샤프트, 출하검사, 글로벌운영, 자재개발, 조달구매 등 직원 150여명이 참여했고 비대위 앞으로 위임장을 작성해 전달했다.

삼성전자 시스템 가전사업부 소속 김창국(43) 광주이전 및 정리해고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사측이 지난 16일 경영설명회를 하면서 세탁기 부문의 광주사업장 이전을 언급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고 퇴사 후 개별적으로 법인이 전혀 다른 사업체로 옮긴다는 것은 그냥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발대식에 참여한 ㅂ씨는 "전자레인지 부문이 2~3개월 전에 개별적으로 정리해고 됐는데 1인당 7000만원~1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고 정리한 것으로 안다"며 "일부만 광주사업장으로 이동했는데 작업 환경이 열악해 대부분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주사업장으로 이전 절대 못한다"
김창국 비상대책위 위원장

김창국(43) 광주이전 및 정리해고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회사 측과의 협상 전략과 향후 대응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언제부터 정리해고 문제가 공식화 됐는가.
"회사 측이 공식적으로 공문 등을 통해 정리해고안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16일 경영사업설명회를 하면서 마지막에 삼성전자 시스템 가전사업부 세탁기 부문의 광주사업장 이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회사는 모두 광주사업장으로 데려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인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단 퇴사를 해야 하고 사업장이 광주광역시이기 때문에 대부분 직원들은 그 곳으로 옮겨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 회사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나 대책 마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 수원 삼성전자 세탁기 부문만 정리해고가 이뤄지는 것인가.
"아니다. 이미 지난 96년께 냉장고 부문이 광주사업장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올 초 전자레인지 부문이 정리됐다.

개별적으로 12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이뤄졌고 보상은 7000여만원에서 1억원 가량을 줬다고 한다. 일부 광주로 이전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쪽의 작업 조건이 열악해 대부분 그만둔 것으로 안다. 회사는 아마도 올해 안에 세탁기 부문과 에어컨 부문 등이 정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비상대책위 구성은 언제 됐고 어떤 역할과 활동을 하는 곳인가.
"비대위는 지난 28일 구성됐다. 현재 세탁기 부문 직원은 190여명 정도 되는데 위원들은 각 부서별 인원에 비례해서 선출했다. 30일 발대식을 갖고 각 직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다음 주부터 회사와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현재 회사가 구체적으로 직원들을 위한 보상이나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아 우리가 미리 협상안을 가지고 회사를 만나려고 한다.

우리들의 기본적인 입장은 광주사업장으로의 이전은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대부분 학부모들이 많아 아이들 교육 문제 등으로 광주로 옮길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 또한 그만 두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좋은 방향에서 협상할 계획이다."

- 회사 측은 가전팀을 광주사업장으로 이전시키고 수원 쪽에는 첨단사업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아는데 이전 반대와는 입장이 분명히 다른 것 아닌가.
"우리는 지난해 휴가도 반납하고 일했다. 잔업에 특근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회사는 오히려 사업성과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와 협상을 통해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전자레인지도 없앴다. 국내에는 삼성전자 사업장도 없다. 광주 사업장은 법인체가 다르다. 그래서 회사는 나이 어린 직원들만 몇명 광주로 보낸 것으로 안다. 고령자들이 많은 세탁기 부문은 거의 정리해고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협상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싶다."

- 향후 계획은.
"다음 주 중으로 회사와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회사 측이 협상에 미온적이거나 광주사업장 이전을 강행할 경우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4일부터 하루 1번씩 인사파트에서 그룹장을 통해 매일 해외 출장 명령을 지시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 협상을 앞두고 중국, 태국 등으로 출장을 가라는데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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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진실을 버겁게 받아들이려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항상 진실의 무게는 실천하는 사람들의 조그마한 생명력으로 존재하곤 한다. 함께 나누고 함께 진실을 캐내는 속에서 가까이 하고 싶다. 이제는 선,후배들과 항상 토론하면서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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