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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하 안티 페스티벌·www.antimiskorea.com)이 오는 8일 남대문 메사 팝콘홀에서 열린다. '굿바이 미스코리아-We'll Be Back'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불합리에 강력한 안티를 선언할 계획이다.

지난 1999년 '여성의 아름다움을 남성적 기준에서 수치화 해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안티 페스티벌은 여성들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펼쳐 보이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 매김 했다. 안티 페스티벌의 꾸준한 문제 제기는 미스코리아 대회의 공중파 중계 중지, 본선에서 수영복 심사 폐지 등의 성과를 낳았다.

안티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측은 안티 페스티벌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내년부터는 더욱 폭넓은 대안 문화행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진행자 최광기씨와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유채지나 교수가 진행을 맡은 이번 페스티벌은 경남여성장애인연대, 경희대 연극영화과 대학원 '실험극과 오브제' 등이 연극과 뮤지컬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 여기에 가수 배인순씨, 여성정치인 경호본부 등의 축하공연도 마련돼 있다.

이 행사는 티켓은 티켓링크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오는 8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행사장에서도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마지막 안티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발행인 엄을순 추진위원장을 만나 안티 페스티벌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6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의 주제와 의미는?
▲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엄을순 추진위원장
ⓒ 이프
"이번이 마지막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인 만큼 5년 동안 이 행사를 통해 고발해왔던 모든 컨셉트를 담아 총정리 하는 장으로 마련했다. 미스코리아대회가 많은 사람들의 외면을 당하게 된 지금, 미스코리아대회를 계속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여성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여성으로서 반대해야 하는 다른 문제를 찾아보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페스티벌이 이전의 페스티벌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면? 이번 페스티벌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횟수를 더해 갈수록 안티라는 축제는 여성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제도적 문제점과 부조리함, 불평등을 고발하고, 주류의 제도에 의해 소외당했던 사람들의 인권문제를 이슈화 시켰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회적 주변부와 소수자들과 연대하면서 세상을 보다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나누어 갖는데 주력했다. 때문에 이 이름으로 마지막인 올해 행사는 그동안의 자매애와 연대를 발휘해 더 많은 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뤄보고자 했다."

-페스티벌의 공연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모두 9팀이 참가한다. 연극과 뮤지컬 퍼포먼스, 춤, 토크쇼 등의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여성장애인의 삶과 여성의 성, 군사주의 문화에 대한 저항, 비혼모와 같은 다채로운 주제를 가진 공연들이 선보인다.

축하공연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30년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가수 배인순씨, 4인조 아줌마 락밴드 능수누리의 축하공연과 함께 지난 페스티벌에서 봉숭아학당을 패러디한 <검사스런 토크쇼>를 보여주었던 여성정치인 경호본부가 <법보다 밥이 아름다워>라는 무대를 준비했다."

-6회를 끝으로 안티 페스티벌을 끝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이 행사를 더 이상 거국적인 행사로 치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이미 그것으로도 안티 페스티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 안티라는 이름이 풍기는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대안적인 문화행사를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싶다."

-안티 페스티벌의 의의를 정리해본다면?
"미스코리아대회의 의미는 많이 약화되었지만 인터넷 보급의 파급효과로‘남성과 여성의 성상품화’하는 풍토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어떤 현실적인 해결점은 없다. 변종의 성상품화는 다른 방식으로 언제든지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사회인식을 깨뜨리고 자유롭고 바람직한 여성성에 대한 공감을 끌어냈던 것이 안티 페스티벌의 성과였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을 외모로 판단해 그 가치를 위계화 시키는 주류에 대항하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유쾌한 방식으로 편견을 뒤집는 신나는 축제의 장을 열어놓았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자신에게 안티 페스티벌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대학시절부터 미인대회의 문제점을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안티의 불을 붙인 사람들 중 하나라는 것이 더 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안티 페스티벌은 언제인가? 이유는?
"모든 페스티벌이 모두 기억에 남지만 1회 페스티벌의 의미가 무척 크다. 예상치 못했던 관객의 환호(표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사람이 1000명 쯤에 달했다)와 언론의 관심, 당시로서는 매우 낯선 '안티'라는 말의 생소함 때문에 관심과 의혹을 동시에 받았던 마냥 기쁜 한 해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출연자는 누구인가?
"1회 때 몸을 사리지 않고 속이 훤히 비치는 속곳 차림으로 눈물로 열연해 주신 고은광순씨와 5회 때 백지영씨의 무대였다. 섹스 비디오 파문이 남자에게는 떼돈을, 여자에게는 끝없는 추락과 수치심을 안겨주던 그 시대에 그로 하여금 재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 격려해 준 것이 큰 보람이었다."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
"예전에는 안티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기업 협찬에 애로가 많았으나 올해 축제는 그 문제가 잘 해결된 것 대신 '마지막'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힘이 들었다. 내년부터 안티 정신을 가진 더 큰 대안문화 행사를 염두에 두고 '마지막'이라는 말을 썼는데 안티가 영원히 끝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자리를 빌어 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이 세상에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가 존재하는 한 안티 행사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We will be back!'(웃음)"

-안티 페스티벌 다음 계획을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가부장제를 꼬집는 대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인가?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을 억압하는 모든 문제들이 안티의 대상이다. 그 억압들 중 어떤 것을 안티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 남녀평등의 걸림돌이 되는 그 어떤 것이 뿌리뽑힐 때까지 우리는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이 어떤 모습의 축제로 탄생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안티의 정신을 지지해주셨던 분들, 안티 행사에서 생애 처음으로 자유스러움을 느꼈던 관객 여러분들의 관심만 기다릴 뿐이다. 참고로 내년의 대안적 문화행사의 이름을 공모하는 이벤트가 지금 <이프>의 홈페이지(www.iftopia.com)에서 열리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도 내고 상금도 타길 바란다."

-안티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무대 위의 열기는 우리가 열심히 준비할 테니 여러분은 그 열기를 마음껏 즐기며, 더 큰 열기로 뿜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맘껏 웃고, 놀고, 편견과 오해를 뒤집자. 그것이 바로 <이프>의 정신, '웃자 놀자 뒤집자'를 실천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남자가 추는 <텐 미니츠> 기대하세요"
[인터뷰]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참가자 정현민씨

▲ 6회 안티 페스티벌 참가자 정현민씨
▲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엄을순 추진위원장
ⓒ 이프
이효리의 노래 '텐 미니츠'가 흐른다. 어깨가 드러나는 빨간 티셔츠와 몸에 붙는 청바지가 경쾌하게 움직인다. 무대를 훑던 조명이 드디어 그를 비추고 객석에서는 짧은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남자잖아!'

부드러운 몸짓과 섹시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그는 제6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안티 페스티벌) '굿바이 미스코리아-We'll be back' 참가자 정현민(19)씨다.

"여자 춤, 남자 춤은 없어"

"춤에도 남자 춤, 여자 춤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남자 춤은 강하게 여자 춤은 부드럽게 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는 힙합이나 브레이크 댄스, 여자는 웨이브 이런 식이죠. 전 이런 선입견을 깨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 서는 것이 좋았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 좋았으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행복했다는 현민씨가 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혼자 동영상이나 비디오를 보면서 연습하는 게 전부죠."

연습을 하다가 자신에게는 이른바 '여성스러운' 춤이 더 어울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보통 남자 아이들이 추는 강한 춤은 왠지 어색하고 재미없었어요. 물론 출 수는 있지만 이것보다 더 잘 출 수 있는 게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런 춤이야 대개 비슷해 보여요. 저 같은 경우는 똑같은 힙합을 춰도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죠. 그 색다름이 제 춤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남자가 추는 이효리의 춤, 기대하세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현민씨의 노력은 의상에서도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공연하는 가수의 의상과 비슷하게 만들면서도 변화를 줘 자기만의 색깔을 내려는 것이다.

"'남자가 그게 뭐냐'며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물론 있죠. 그런 반응들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편이에요.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남의 시선을 의식했으면 춤같은 건 안췄겠죠. 또 이런 저의 모습을 좋아해주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현민씨는 가르쳐주는 이 없이 혼자 모든 것을 한다. 춤뿐만 아니라 음악 믹싱도 직접 하고, 옷도 만들어입다보니 공연 한 번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적지 않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텐 미니츠> 춤은 이미 다른 무대에서 상을 받았던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현민씨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볼 때마다 부족한 게 눈에 띄는 걸요. 멋진 관객들 많기로 소문난 안티 페스티벌이니 더 열심히 해야죠(웃음)."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대학 등록도 포기했다는(그는 서울예대와 동아방송대에 합격했다) 현민씨는 독특한 색깔을 지닌 연예인을 꿈꾸고 있다.

"춤은 단순히 보여주는 행위가 아니라 곧 나 자신이에요. 춤을 통해 나를 드러내니까요. 똑같은 춤이지만 이효리와 정현민이 어떻게 다른지, 또 여자 춤과 남자 춤의 구분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안티 페스티벌에서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 안티 페스티벌에서 펼쳐질 현민씨의 다채로운 무대를 기대해본다. / 송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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