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국에 유리할 때만 제네바 협약 지켰던 미국

지난해 7월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군은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에서 교전 중 4명의 이라크 무장세력을 전사시켰으며, 이 가운데 두 명이 사담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틀 후인 7월 24일, 미군은 처참하게 숨진 두 명의 시신을 전격 공개했다.

당시 미군은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의 시신이 확실하다며 우다이의 X-Ray 사진도 공개했다. 미군은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길 기대하며 15명의 카메라, 사진 기자를 초대했다. 이때 국제기구에서는 미군의 이 행위를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제네바 협약은 '전쟁포로의 대우에 관한 처리'를 다루고 있다. 이 협약은 전쟁포로나 시신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내내, 대단히 이중적으로 제네바 협약을 언급했다. 자국이 유리할 때만 제네바 협약을 들먹였고, 이라크군에 대한 처리는 애초부터 부당했다.

전쟁이 치열하던 지난해 3월 23일, 카타르에 본부를 둔 민영방송 <알 자지라>는 미군 시신과 공포에 떠는 미군 포로들의 인터뷰 장면을 방영했다. 이 방영이 나간 뒤 미국은 '제네바협약 위반'이라며 이라크 정부와 <알자지라> 방송을 거세게 비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역시 부도덕한 정권"이라 분개하며, 이라크에 대해 "제네바협약을 준수할 것" 즉, 미군의 시신과 포로들의 모습을 공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시 미-영국 등 전쟁을 촉발시킨 나라의 언론에서는 매일 '미군에 항복하는 이라크 병사들'의 모습을 방영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외치는 '협약준수' 목소리는 별다른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미군의 고문, 성학대

'독재자로부터 이라크를 해방시켰다.'
이 말은 지난해 이라크 전쟁 승리를 선언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강조했던 표현이다. 그러나 이 '해방군'들은 은밀한 곳에서 끔찍한 짓을 자행하고 있었다. 미군이 이라크 포로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이 사진 몇 장에 의해 알려지자 세계는 경악했다.

사진 속에는 민주주의, 해방,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린 미국의 여군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포로들을 학대했고, 성적인 모욕을 주며 웃고 있었다. 벌거벗은 포로들의 성기가 강조된 대부분의 사진 속에서 포로에 대한 대우를 규정해 놓은 '제네바 협약'은 이라크 포로의 성기를 가리키며 여군이 물고 있던 담배보다 값싼 것이었다.

파문의 와중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미군에 의한 포로학대는 '매우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네바 협약'의 수호기관인 ICRC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 사이에 여러 경로를 통해 교도소 실태를 파악했으며, 이미 그 당시부터 미·영군이 고문에 가까운 포로학대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ICRC의 이같은 폭로는 전쟁 직후부터 제네바 협약이 자칭 '해방군'인 미, 영군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유감이다, 하지만 전쟁은 계속 하겠다"?

이번 사진공개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부시 대통령은 6일,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럼스펠드 장관에 대한 사임여론에 대해서는 '내각의 중요한 인물'이라며 해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태로 최악의 비난을 받고 있는 럼스펠드 국방장관 역시 지난 7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가장 깊은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으며 피해자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B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불확실한 모습 그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포로학대 파문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은 미군주도로 계속 진행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