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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한달 전의 일이다. 지난 4월 9일 울산에서는 세기적인 두 건의 환경소송사건에 대한 1심 법원(울산지방법원 합의부)의 결정이 있었다. 한 비구니 스님(지율)의 두 차례에 걸친 목숨을 건 45일간의 단식투쟁과 삼보일배, 그리고 3000배 정진, 도롱뇽 소송을 알려내기 위한 도보 및 자전거 전국투어, 자연의 권리소송의 정당성과 법리규명을 위한 국제워크숍 개최 등을 생각할 때 이상하리 만치 너무나도 조용한 가운데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던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일부 지역언론이 기사화를 하고, 중앙언론사 역시 지방주재기자가 송고한 기사를 사회면 한 귀퉁이에 양념처럼 소개한 기사는 몇몇 눈에 띄긴 했다. 그러나 이 소송이 갖는 세기적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심층분석 기사 하나 찾아볼 수 없었고, 환경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학자(환경법학자·환경윤리학자·환경철학자)나 변호사의 법원결정에 대한 판례평석이나 칼럼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사실에 필자 역시 자연의 권리소송에 관한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체계적으로 연구·정리한 책을 국내 최초로 출판·소개한 환경법 학자로서 심한 자괴감과 부끄러움,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법원으로부터 각하와 기각의 결정문을 받아 든 지율스님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면서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간간이 필자에게도 SOS를 쳤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가끔씩 비상대책회의에 참여하는 이외에는 심리가 열리는 법정에조차 한번도 참여하지 못한 가증스런 전문가였다.

물론 도롱뇽소송의 의미를 알려내고 환경에 관한 현행법제와 소송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정리하여 논문을 발표하거나 인터넷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기도 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었다. 다들 먹고사는 문제가 너무도 팍팍해서였을까? 그 잘난 많은 전문가들은 다 어디 숨은 것일까?

이 소송은 경남 양산시 천성산에 소재하는 내원사 비구니승인 지율스님과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과 24만 명의 도롱뇽 친구들이 제기한 '도롱뇽소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판례에 대한 평석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4월 9일 울산지방법원 민사10부(재판장 김동욱 부장판사)가 내린 결정문에 대하여, 그 구체적인 사건명과 소송의 당사자, 법원이 내린 결정문 주문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한다.

□ 사건 : 하나

울산지방법원 제10민사부 결정
사건 : 2003카합982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신청인 1. 도롱뇽
2. 도롱뇽의 친구들
부산 남구 용당동 564-3 한신문화타운 상가 305호
대표자 조경숙, 박영관, 손정현
신청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이동준
피신청인 한국철도시설공단
대전 중구 대흥동 452-3
대표자 이사장 정종환
대리인 법무법인 로고스
담당변호사 류두현, 박지영

주문

1. 신청인 '도롱뇽'의 신청을 각하한다.
2. 신청인 '도롱뇽의 친구들'의 신청을 기각한다.
3. 신청비용은 신청인 '도롱뇽의 친구들'의 부담으로 한다.


□ 사건 : 둘

울산지방법원 제10민사부 결정
사건 : 2003카합957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신청인 1. 내원사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291 대표자 주지 김정심
2. 미타암 양산시 웅상읍 소주리 산 171 대표자 주지 김병일

피신청인 한국철도도시설공단

주문
1. 신청인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신청비용은 신청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과 '내원사와 미타암'이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낸 경남 양산 천성산 원효터널 착공금지가처분 소송에서 "도롱뇽은 현행법의 해석상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신청인 중 도롱뇽 부분을 각하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하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천성산의 자연환경 파괴와 터널의 안전성 등을 문제삼는 것은 현행법 체계에서 인정되는 사법적 구제를 초과하는 것"이라며 "터널공사로 인해 내원사와 미타암의 토지소유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1심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신청인들은 지난 4월 26일 부산고등법원에 항고를 하였으며, 도롱뇽소송의 항고심리는 6월 14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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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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