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주 광천동 버스종합터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헌재의 탄핵 기각판결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 광천동 버스종합터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헌재의 탄핵 기각판결을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결정을 지켜 본 광주시민들은 "마땅히 잘한 일"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냈다. 아울러 "정치권 전반이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대통령도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TV로 지켜본 광주시민들은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긴장된 표정을 거두고 한 시름을 놓았다. 광천동 버스종합터미널 대합실 TV앞에 모여든 시민들은 '기각' 결과가 전해지자 당연한 결과라는 듯 일제히 한마디씩을 쏟아냈다.

지난 3월 국회의 탄핵가결안 가결 때의 격앙된 분위기와는 달리, 이날은 이미 결과를 미리 짐작해 왔다는 듯 진지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 속에 TV 앞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려움 당하면서 많은 생각 했을 것"

전남 보성에 사는 최학동(85)씨는 "잘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노무현 자신도 자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돌아보면 반성할 대목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는 "노무현은 과거 서민으로 살아온 경험이 있어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어려움을 당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인 최성희(49)씨는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세계적인 이목도 있지 않느냐"며 "큰 잘못은 아니었던 만큼 기각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씨는 "여야가 잘 화합해 원만히 국정을 이끌어 갔으면 한다"며 "전두환 대통령의 돈이나 회수해 서민이 잘 살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최씨는 아울러 "국민들도 이번 기회에 탄핵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을 것"이라며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발언을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당부를 남겼다.

시민들은 헌재의 기각결정을 예상한 듯 어느때보다 평온한 분위기에서 결과를 지켜봤다.
시민들은 헌재의 기각결정을 예상한 듯 어느때보다 평온한 분위기에서 결과를 지켜봤다. ⓒ 오마이뉴스 이승후
버스기사로 자신을 소개한 김호준(48)씨는 "마땅한 결과"라며 "괜히 탄핵 소추안을 가결해 서민들만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됐다"고 정치권을 다시 한번 질책했다. 김씨는 "순전히 당리당략 때문에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됐다"며 "국민들을 쉽게 본 것 결과였다"고 말했다.

영광 묘량에 사는 이성현(65)씨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잘된 일"이라며 "온 국민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 직무정지 2개월여 동안 정치나 경제 전반이 너무나 침체되지 않았느냐"며 "대통령도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소리를 많이 들어야 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치권과 대통령에 대한 따뜸한 충고로 마다하지 않았다. 중흥동에 사는 시민 강국영(37)씨는 "노무현 대통령도 60여일 동안 많은 것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번을 거울삼아 다음부터는 더욱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도 정당의 이익만 쫓지 말고 민생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만 하면 나라가 술렁...탄핵 브레이크는 잘한 일"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는 40대 한 회사원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충고에 아직도 날이 서 있었다. 그는 "결과는 받아들이지만 대통령도 잘못은 있다"며 "호남에서 대통령 시켜줬는데도 자신이 호남을 버리고 배신한 것"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독선에 대해 탄핵이라는 브레이크를 건 것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기자회견만 하면 온 나라가 술렁거리고 난리가 났다"며 "전직 대통령은 말년에 축재에 나섰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나이 어린 측근들은 당선이 되자마자 돈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았느냐"고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1년 남짓한 기간 대통령 당선과 탄핵안 가결을 동시에 지켜 본 광주시민들. 시민들은 '기각' 판결에 일제히 환영을 보내면서도 다시 긴 그림자처럼 무거워진 서민경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울러 정치권 전반이 자성의 계기가 될 것을 다시 호되게 주문하고 있었다.

"이제는 파병철회"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기각'판결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이라크 파병반대 광주전남 비상국민행동은 성명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 결정은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외쳤던 우리 국민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비상국민행동은 "헌재의 판결은 다수 의회권력에 취한 정치모래배들의 정치적 폭거에 정당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며 "우리사회를 한층 더 성숙한 시민사회로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국민행동은 아울러 "명분없는 이라크 침략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기로 한 결정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며 "탄핵정국과 4·15총선 경험이 보여준 것은 국정운영 철학의 중심은 다시 한번 '민심'에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병철회, 노무현 정부의 검증 잣대 될 것"

비상국민행동은 "아라크 파병철회는 향후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검증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뜻을 쫒아 첫 국정과제로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라"고 주문했다.

탄핵무효·부패정치 청산 광주전남국민행동은 "의회쿠데타 세력에 대한 법적 심판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국민행동은 "헌재의 판결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국민의 뜻을 배반한 의회쿠데타임을 확인시킨 것"이라며 "한국정치가 자성의 계기로 삼는 것은 물론 근본적인 개혁의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나마 국회에 입성한 3.12 쿠데타 세력은 사죄 등 책임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며 응분의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은 성명에서 "탄핵기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탄핵을 주도한 세력은 대한민국 국민과 광주시민 앞에 겸허하게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국언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