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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KBS본부 김영삼 위원장이 24일 감사원 감사결과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 언론노조 제공
"KBS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투자기관 잣대로만 KBS를 평가하는데 무리가 있다. 자율적인 노사관계의 기본원칙이 철저히 유린됐다. '현장과 현실'이 빠져 있다."

KBS노조가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와 관련, 그 기준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영삼)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에대한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KBS본부는 먼저 "KBS의 경영상태를 진단한 외부 충고라는 점에서 존중하며 지적 내용을 적극 검토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노력하겠다"고 감사결과를 평했다. 하지만 "이번 특감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면서 "특히 일부 보수언론의 흠집내기식 보도에 대해서는 진위를 철저히 가리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덧붙였다.

감사원은 이보다 앞서 지난 21일 5개월에 걸쳐 진행된 KBS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KBS가 시스템 부재로 TV수신료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했다"며 ▲이사회 및 감사의 권한강화 ▲방송광고 축소와 TV수신료 현실화 ▲지역방송국 구조조정 ▲각종 복지후생제도 축소 등을 권고 내지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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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KBS에 전면적인 구조개편 요구 노조 "국회 압박에 따른 정치 감사" 반발


"공제규제와 정치적 독립이 동시에 필요"

KBS본부는 이번 감사결과의 주요 문제점으로 ▲외부 규제에 치중해 정치적 독립을 소홀히 했고 ▲정부투자기관 잣대로만 평가했으며 ▲자율적인 노사관계의 원칙이 유린됐고 ▲열악한 근무환경과 특수성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우선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정치적 독립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 감사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KBS본부는 "무조건적인 외부규제 강화만 외칠 게 아니라 공적규제와 정치적 독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KBS본부는 감사원이 제시한 경영위원회 설립뿐 아니라 별도의 감사위원회를 두고 시스템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투자기관 수준을 잣대로 한 평가기준도 반박 대상이 됐다. KBS본부는 "KBS는 이미 (87년) 정부제약 최소화와 자율성 보장을 위해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서 제외된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다시 그 법안에 묶어 감사한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동일업종 동일임금'의 일반 원칙마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됐다. KBS의 연간 임금총액은 경쟁 방송사 수준의 80∼9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KBS본부의 해석이다.

이어 자율적인 노사관계의 기본원칙마저 무시됐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KBS본부는 "이번 감사결과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가 실종됐다"며 "정부지침은 물론 노동법보다 상위 효력을 지니는 노사간 체결된 단체교섭의 법률적 취지마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무엇보다 '현장과 현실'이 빠진 감사결과에 가장 큰 불만을 나타냈다. KBS본부는 "KBS는 97년 이후 수차례 구조조정과 정원감축 등으로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규직 채용 최소화로 인한 비정규직 증가는 KBS의 또다른 내부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기자와 PD들은 늘어난 방송시간을 감당하기 위해 법정 노동시간을 넘는 환경에 노출돼 있고, 아직도 적지않은 인원이 3조 2교대나 2조 맞교대를 하고 있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KBS본부는 마지막으로 "공명정대한 감사여야 그 내용과 처분에 동의할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감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판단근거와 기준을 일방적으로 만든 뒤 KBS를 그 틀에 맞게 자른 '프로크루쓰테쓰의 침대'는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KBS 특감 어떻게 이뤄졌나
한나라당, 지난해 KBS 결산승인안 부결 따라 요청

KBS에 대한 감사는 국회가 지난해 11월 10일 KBS를 포함한 5개 기관에 대해 감사원 특별감사를 청구하는 '감사 청구안'을 표결로 통과시키면서 시작됐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감사원에 대해 국회가 특별감사를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KBS가 감사 청구 대상에 들어간 표면적인 이유는 매년 예비비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에 대해 감사원의 시정조치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실제는 정연주 사장 부임 이래 개혁성 프로그램을 전진 배치시켜 개혁적인 성향을 견지하는데 따른 한나라당 등 야당의 거부감이 반여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이보다 앞서 지난해 7월 KBS 결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는가 하면 , 'TV수신료 분리 고지' 추진으로 끊임없이 KBS를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KBS 결산안 부결에 따른 후속 대책의 하나로 KBS 특감 요청을 검토했다. 한나라당은 7월 9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국회 시정 조치를 보완한 결산서 재심사 ▲본회의 의결로 감사원에 특감 요청 ▲예산안 사전심의 법제화 등 세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후 감사원 특감으로 방향을 정했다.

다음은 KBS본부 입장 중 주요 내용이다.

적정한 예산을 편성·집행할 수 있는 장치 미비

"지금도 감시·통제장치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감사원도 밝혔듯 KBS는 정부관여 축소, 독립성 보장을 위해 87년 11월부터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 모든 기준과 근거는 '정부투자기관'을 전제로 마련됐다. 따라서 감사결과는 첫 단추부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기관의 경영감독 수단이 없다는 지적과 달리 KBS는 매년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격년) 등을 받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정기감사와 일상감사를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이사회의 구성과 역할 미흡, 견제기능 약화

노조 입장 "경영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설립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해야 한다. 현행 이사회는 임원의 경영행위에 대한 사후평가를 하도록 구성된 것으로 경영진 정책을 최종 의결하는 수준으로 봐야 한다. 감사원 지적처럼 이사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준다면 KBS 이사회는 유럽 공영방송 모델인 경영위원회 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KBS 임원과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이사들로 지금의 2배 규모로 하며 KBS 출신 이사를 제한하는 것도 방안이다. KBS 이사추천은 방송위원회 소관이므로 KBS에 책임을 전적으로 묻기에 곤란하다.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을 분리한 것은 사전통제를 사후평가 방식으로 전환해 기관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당연직 이사를 두는 문제는 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 EBS의 경우 과거 사장이 이사장을 겸임하다가 최근 KBS처럼 집행부와 의결기관을 분리했다. 굳이 당연직 이사를 둬야 한다면 집행기관이 겸직하는 것도 방안이다."

자체 감사를 담당한 감사의 독립성 미흡

"감사의 권한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방송법 개정으로 감사위원회 도입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감사 개인의 성향에 따라 경영진 경영행위에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우호적인 문제점이 있다. 여기에 권한까지 강화한다면 경영행위 전반에 통제와 간섭이 심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굳이 감사의 권한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이사회에 감사위원회(상임감사1, 비상임감사2) 체제를 구성해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

2TV의 오락프로그램 과잉편성으로 정체성 불분명하다

"수신료 현실화 등을 통해 기형적인 재원구조를 개선해나가야 하지만 KBS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비효울적인 16개 지역국 구조조정

"공영방송은 효율의 논리만으로 풀어서는 안된다. 효율성을 따진다면 상업방송이나 민영방송으로 전환하는 게 오히려 적절하다. 그런 논리라면 사회교육방송이나 장애인방송 등 KBS가 특수방송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지역문제는 '지역국을 어떻게 활성화 하느냐' 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 지역국 활성화를 전제로 모든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대로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모든 지역국을 없애버리는 논리는 '지역분권시대'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조되는 시대와도 맞지 않는다."

인건비성 경비 및 복리후생 예산의 부적정, 과다 집행

"성과급 및 격려금은 임의로 지급되는 게 아니라 노사간 임금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지급근거가 없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퇴직금 누진제, 대학 학자금 지원 등은 조합원의 복지후생과 관련된 사항으로 오랜 임금협상의 역사성을 갖고 있으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하향조정할 수 없다. 단지 정부투자기관 지침이나 근로기준법을 문제삼아 불법이나 비리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방식은 올바르지 않다."

'본부장 신임투표' 가 부정적한 협약이다

"본부장 신임투표는 임원선출 과정에 직원들의 검증장치를 거치도록 제도화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요구한 '본부장 추천제' 대신에 수용한 제도다. 이미 많은 언론사가 '편집국장 추천제' 같은 형태를 도입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경영참여 사례도 확대되고 있다. '본부장 신임투표제'는 신노사문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인정돼야 함에도 이를 부정적한 것으로 판단한 것은 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처분이다. 공정방송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의 노력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본부장 신임평가제 폐지' 요구는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노조 전임자 수 과다

"노동조합의 전임자 수를 6명으로 해야 한다는 '정부투자기관 노조 전임자 허용기준'은 97년 노동법 개악 당시 전임자 수를 조합원 800명당 1명 기준으로 만든 내용이다. 97년 이전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유예' 조항과 같이 그 규모 유지를 법률로 인정한 부분이다. 적법한 사항에 대해 감사원이 무리하게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한 것은 노사자율 원칙에 위배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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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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