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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백화점이 배포한 사은품 안내 전단지. 이 전단지에는 60만원 이상 물품을 구입한 고객이 택할 수 있는 사은품으로 '함평산' 왕골자리 등 4개의 사은품이 기재돼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한 백화점이 사은행사 기간 중 지급한 사은품목이 산지 여부를 놓고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광주광역시 H백화점이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사은대잔치'를 진행하면서 행사기간 중 총 60만원이상 물품을 구매한 고객이 택할 수 있는 물품 중에는 '함평산 왕골자리'가 있었다.

논란의 발단은 사은품 소개 전단지에 '함평산'이라고 기재된 왕골돗자리의 재료인 왕골이 함평에서 재배된 것이 아닌 베트남에서 수입한 것이 드러나면서부터. 그러나 백화점, 납품업체, 함평군은 문제의 왕골돗자리를 가져간 소비자에 대한 책임에서는 한 발 비껴가려 하고 있다.

문제의 왕골자리 뒷면에 붙은 라벨을 보면, 원산지란에는 '왕골100%'로만 적혀있을 뿐 정확한 산지가 표기돼있지 않다. 그러나 라벨 맨 밑부분에는 '함평특산품'이란 글씨가 굵게 인쇄돼있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하는 소비자입장에서는 백화점을 믿고 왕골자리가 함평특산품으로 판단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백화점측 "사은품 산지 파악은 백화점 소관 아니다"

▲ H백화점이 지급한 왕골돗자리의 뒷면에 붙은 라벨. 라벨의 원산지란에는 '왕골 100%'만 기재되있고 밑면에는 '함평특산품'이라는 글씨가 굵게 박혀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후
이에 대해 백화점측은 "사은품은 일반상품과 틀려서 사은품의 산지를 파악하는 것은 백화점의 소관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H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는 납품 받은 사은품에 대한 성능, 마감, 디자인 등을 검사하지만 원재료의 산지까지 파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완제품을 수입해서 국내산이라고 한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원재료 수입후 국내에서 가공하고 수까지 놓은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런 문제로 백화점이 신뢰를 잃었다면 100% 리콜해 다른 사은품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물품의 원산지 파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농축수산물이 아닌 경우 육안구별이 힘들뿐더러 국내산으로 둔갑해도 모른다"며 "우리도 유통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력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H백화점이 배포한 전단지에 기재된 크기의 왕골자리의 경우 원조 함평산이라면 15만원을 넘는 고가품이다. 그러나 60만원 이상의 물품구매 고객에게 4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비춰볼 때 '함평산 왕골자리'의 납품가도 그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의 왕골자리를 싼 가격에 납품받을 때 백화점측은 재료의 원산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을 개연성이 크다. 이에 대해 H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측은 원산지를 물어본 적이 없다"며 "백화점에서는 품질에 대한 책임만 질뿐이며, 함평특산품과 관련된 문제는 함평군과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의문을 부인했다.

한편, 왕골자리를 납품한 S상사 대표 K씨는 "돗자리의 원료인 왕골은 베트남에서 수입했지만 함평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밝혔다. K씨는 "(취재가 들어온 후) 함평군청에 문의한 결과 함평특산품이라 불러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K씨는 이어 "납품할 때 H백화점측에 함평특산품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함평군, 문제의 돗자리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어

▲ 사은품으로 지급된 왕골돗자리. 돗자리의 재료인 왕골은 베트남에서 수입했고 함평에 있는 공장에서 돗자리로 짜여진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승후
함평군은 홈페이지에 왕골돗자리를 지역특산품으로 소개하는 한편, 구입할 수 있는 업체명과 연락처까지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함평군은 베트남산 왕골을 들여와 함평에서 만든 왕골자리를 함평특산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함평군청 농산과와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했지만 공무원들의 입장은 천차만별이었다. 질문을 받는 공무원에 따라 '원재료는 수입됐지만 원산지를 표시하고 함평에서 가공하면 함평특산품'이라는 의견과 "재료가 함평산이 아니므로 함평특산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함평군청 농산과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은 정확하게 서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함평에서 직접 채취한 왕골로 짠 돗자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문제의 왕골돗자리를 함평특산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어 "납품업자 K씨에게 '함평특산품으로 봐도 된다'고 말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은품 안내 전단지에 기재된 '함평산 왕골자리'는 현재 베트남산 왕골로 짠 것이라는 것만 밝혀졌을 뿐 이 물품의 '국적'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백화점, 납품업체, 함평군의 자기 정당성만 주장하는 의견만 난무하고 있다.

결국 백화점에서 배포한 전단지에 찍힌 '함평산'이라는 글씨만 보고 왕골돗자리를 택한 60여명의 소비자들은 지금까지도 완벽한 '함평특산품'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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