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암스테르담 거리를 걷다가 마주친 장면이다. 양복과 드레스 등 잘 차려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 있다. 대낮에 무슨 파티라도 있나, 하고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이들 사이로 방금 식을 마치고 나오는 신랑, 신부가 보인다. 축하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이들이 옮겨 간 곳은 바로 옆 운하에 정박된 배였다. 수로가 발달한 네델란드인답게 선상의 피로연이 드라이브를 대신하고 있었다.
파리에서도 역시 웨딩드레스의 신부를 만났다. 세느강 예술의 다리를 건널 즈음 신부와 신부가족이 다같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데, 너무도 씩씩한 신부는 스커트 자락을 한껏 움켜쥐고 이들을 지휘한다. 물론 사진 찍는 순간만큼은 너무도 수줍은 예쁜 신부로 돌아간다.
그래도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결혼식 장면은 3년 전 인도 자이푸르에서의 경험이다. 묵고 있던 숙소 앞의 떠들썩함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기웃거리고 있는데 안에 있던 꼬마 녀석이 그런 나를 보고 안으로 잡아끈다.
얼결에 따라 들어간 야외마당에는 온갖 음식을 차려놓고 파티가 한창이다. 불쑥 들어선 이방인에 순간 시선이 집중되지만, 이내 음식을 권하며 반겨준다. 뷔페로 차려놓은 음식은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손수 음식을 떠다 쥐어주는 그들의 정성과 나의 품평을 기대하며 그 큰 눈망울을 반짝거리는 이들의 궁금증에 답을 해 주듯 실제보다 더 맛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덕분에 엄청 달아 '스위트'라 부르는 설탕 덩어리를 몇 개나 먹기도 했지만, 이런 노력 덕분이었는지 뒷방에 꽁꽁 감춰놓은 신부와 만나는 행운도 얻었다.
정원 중앙의 무대와 같은 상단에 나와 앉은 신랑과 달리 신부는 한켠에 마련된 조그만 방에서 몇몇 지인들에 둘러 쌓여 앉아 있었다.
빨간 사리를 입고 헤나와 장신구로 치장한 그녀는 나의 출현에 약간 놀라고 당황스러운 듯 보였지만,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물음에 이내 웃음으로 화답하며 포즈를 취해준다. "행복하라"는 기원의 말에 옷보다 더 붉어지던 그녀의 수줍음은 아직껏 사진을 볼 때마다 묻어 나오는 듯하다.
역시 여행은 나만의 기억이 풍성할 때 더욱 즐거운 법이다. 그후로도 앞으로도 나는 종종 일상탈출을 시도한다. 여행이라는 일상탈출과 여행 안에서의 또 다른 일상탈출을 기대하며 공상하는 그 순간은 오월의 신부도 부럽지 않다. 그리고 돌아온 일상은 싱싱한 활기로 가득 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