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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주)대경 노조 노조원들과 포항지역 노동자들이 사측의 노조탄압을 항의하고, 노조원들의 공장진입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경비원'들과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들의 요구에 '물대포'와 분무소화기를 쏘며 저지했다.
27일 (주)대경 노조 노조원들과 포항지역 노동자들이 사측의 노조탄압을 항의하고, 노조원들의 공장진입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경비원'들과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들의 요구에 '물대포'와 분무소화기를 쏘며 저지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최근 포항지역 한 스테인레스 가공업체 노·사가 노조활동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6일 새벽 2시 20분 경북 포항시 청하면에 위치한 스테인레스 후판 열처리 가공업체인 (주)대경(이하 대경) 공장으로 회사측에서 고용한 경비원 50여명과 사무직원들이 들이닥쳤다.

당시 공장내에서 조업중이던 노조원 등 30여명은 경비원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인근 야산으로 피신했다. 회사측 경비원들은 이내 몰고온 트럭에서 바리케이드를 내리고 정문을 가로막았다.

야밤에 들이닥친 '경비원들'(?)... 일터에서 '피신'

불법 파업을 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현장에서 일해야 할 노동자들이 회사측으로부터 쫓겨난 셈이 됐다. 현재 이 회사 노조원 60여명은 공장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이틀째 금속노조 포항지부 사무실에서 '은신'(?)하고 있다.

대경 노조와 금속노조 포항지부측은 "회사측이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원들을 공장에서 몰아낸 것"이라면서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노조활동을 이유로 야밤에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원을 일터에서 쫓아내느냐"고 회사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회사측은 "최근 들어 노조가 사측이 불성실한 교섭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무실을 점거하고 생산 차질을 빚게 해 어쩔 수 없이 경비원들을 동원했다"면서 "하지만 정상적인 근로활동을 하겠다는 노조원들은 언제든 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양측이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 대경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경 노·사 대립의 시작은 최근들어 노조가 설립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90년에 설립된 대경은 국내 유일의 스테인레스 후판 열처리 가공업체. 설립 이후 14년 동안 노조가 없던 대경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지난 3월 12일 금속노조 포항지부 산하 (주)대경 지회를 설립신고 했다. 현재 대경 노조엔 70여명의 현장 노동자들 중 60명이 노조원으로 가입돼 있다.

대경 노조는 설립·신고를 한 후 지난 4월 9일부터 회사측을 상대로 임단협을 요구했다. 지난 17일까지 18차에 걸친 교섭이 벌어졌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노·사는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CCTV 설치에 노조원 성향 분석보고서까지

노조원 성향 분석보고서 발견... 조직적 노조파괴공작 의혹
회사측 관리직원이 작성해...부채 정도까지 상세히 기술

"재정상태는 수술 비용마련 등 부담될 정도로 바닥상태..."
"김OO 이사의 평소 언행에 엄청난 불만과 흥분상태를 보이고..."


노조탄압 시비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경북 포항의 (주)대경에서 회사 관리직원이 직접 노조원의 성향을 분석한 '분석보고서'가 발견돼 사측이 조직인 노조탄압을 위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17일 대경 노조가 공장 내에 사측이 무단으로 설치한 CCTV 카메라를 항의하는 당시 노조가 발견한 것. 당시 발견된 분석보고서는 이 회사 품질연구팀 곽아무개 팀장이 작성한 것으로 곽 팀장의 '메모리스틱'에 저장돼 있었다.

A4용지 한 장짜리 분량의 이 문건은 '분석보고서(PBY)'란 제목으로, 여기서 'PBY'는 대경 노조 박아무개 부지회장의 이니셜. 이 분석보고서에는 ▲박 부지회장의 성향과 상황 파악▲포항지부와 지회(대경 노조)의 관계 ▲기타 ▲결론 등의 네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분석보고서는 '(박 부지회장은)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있는 강성임' '김OO 이사의 평소 언행에 엄청난 불만과 흥분상태를 보이고...' 등 박 부지회장의 성격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또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대경 노조와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대경 노조가 금속노조에서 탈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분석보고서에는 '현재 거주 중인 OO홈타운 입주시 부족분을 형제로부터 무이자로 빌려...' '큰 딸과 아들의 교육비 부담이 크다' 등 박 부지회장의 부채관계와 경제상황까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경제상황을 언급한 다음 마지막 결론에서는 '재정상태는 수술관련 비용 마련 등 부담될 정도로 바닥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개별적인 접촉을 지속적으로 한다'고 언급돼 있어 의혹을 더 하고 있다.

대경 노조 신명균 지회장은 "당시 발견한 것은 박 부지회장 한 사람 것이었지만 더 많은 노조원들에 대한 성향 분석이 돼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의도적으로 회사측이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전략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회사측은 "분석보고서는 곽 팀장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면서 "회사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이승욱

지난 17일 노조원들은 회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공장 내에서 열다, 공장 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발견됐고 특히 이 회사 관리직원이 작성한 노조원 성향 '분석보고서'<위 박스기사 참조>가 발견돼 파문이 확산됐다.

노조측은 "회사가 노조와는 협의도 없이 무단으로 몰래카메라를 설치했고 이를 통해 노조활동을 감시해 왔다"고 반발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결국 노조는 회사측으로부터 CCTV와 분석보고서에 대해 공개 사과를 확인받고 회사측과 합의서까지 작성하는 것으로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당시 합의서 작성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의 강압에 의해 작성된 합의서였다고 번복했다. 대경의 한 관계자는 2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CCTV를 이유로 노조원들이 무단으로 사무실을 점거한채 직원들을 가두고 협박했다"면서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CCTV 설치에 대해 "노조가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공장 집기 등이 파손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예방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라며 "굳이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는 것까지 노조와 협의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어떻든 노조는 회사가 당시 노사 합의서를 작성하고 '더 이상 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을 하지 않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성실교섭을 할 것'을 약속함에 따라 항의농성을 풀었다.

'눈XX 판다' '너희 부모는 잘 있나'

그러나 성실교섭을 약속했던 회사는 지난 19일 노무차장과 노무대리 등 8명을 신규 채용하면서 또다시 마찰을 일으켰다. 회사측은 당시 신규채용에 대해 "노조 간부들이 업무 태만을 한 상황에서 부족한 일손을 위해 채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노조는 "노조원을 위협하기 위해 고용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신규 채용된 직원들에 대해 회사측은 계약직으로 현장근무를 위해 채용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용역깡패를 채용한 것"이라면서 "이들은 근무 첫날부터 노조원들에게 침을 뱉는가 하면 '눈XX 판다' '너희 부모는 잘 있지'라며 위협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들 8명을 신규채용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구체적인 채용 경위를 회사측에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 요구를 묵살했다고 한다.

결국 이 와중에 노조원들과 신규 직원들간의 충돌로 두 차례에 걸쳐 노조원 5명이 부상을 당하고 지난 21일에는 노조원 이아무개(31)씨가 둔부 등에 전치 10주의 상해를 입었다.

지난 27일 대경 노조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등은 기자회견을 가지고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폭행사태에 대해 관계기관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7일 대경 노조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등은 기자회견을 가지고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폭행사태에 대해 관계기관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회사와 노조간의 물리적인 마찰로까지 이어지던 대경 사태는 25일 새벽 2시 30분 회사측에 고용된 경비원과 직원들이 회사로 진입하고 노조원들이 쫓겨나면서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됐다.

현재 금속노조는 김창한 위원장이 직접 포항으로 내려와 회사측의 노동탄압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관계기관의 사측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요즘도 용역깡패 동원해 노동자 쫓아내나" 금속노조 강력 대응

금속노조 관계자들과 대경 노조측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가지고 "회사측이 노조파괴를 위해 폭력배를 고용하고 조합원을 폭행하는 등 노조탄압을 일삼고 있다"면서 "경찰과 노동청이 회사측의 폭력행사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금속노조 등은 지역 대표자들이 지난 27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오는 6월 2~3일에는 '(주)대경 폭력 만행규탄을 위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영남권 간부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내달 16일은 총파업을 위한 총력집회 투쟁을 전개하면서 투쟁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민변 출신의 대통령이 있는 21세기에도 아직까지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동자를 공장에서 내모는 일이 벌어지는 것에 너무나 황당하다"면서 "회사측의 그동안 행태가 노조 탄압을 위한 전 과정이었던 만큼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회사측 관계자는 그동안의 폭력사태와 관련해 "회사측 경비원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로 노조원들 사이에서 빚어진 일"이라면서 "앞으로 노조원들이 정상 근무를 하겠다면 언제든 받아줄 용의가 있지만 금속노조 등의 개입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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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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