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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양시 평촌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공공택지 및 분양주택 공급제도' 공청회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찬반론자들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분양원가 공개, 정부와 여당의 마지막 선택은?

분양원가 공개와 주택공급 정책을 놓고 '주택도 상품'이라고 주장한 원가공개 반대론자와 '주택은 공공재'라고 맞선 찬성론자들이 만나 팽팽한 공방을 펼쳤다. 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평촌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공공택지 및 분양주택 공급제도'에 관한 공청회에서 쌍방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4시간여 동안 치열한 논리대결이 펼쳐진 분양주택 공급제도 공청회는 분양원가 공개론자들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불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건설교통부가 공청회의 결론을 어떤식으로 수렴해 이후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될 지 짐작하기는 아직 힘들다.

원가공개 없는 원가연동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던 건교부로서는 오늘 공청회가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택의 상품적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 원가공개 반대론자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분양가 원가공개를 비롯해 분양가 원가연동제 도입에도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했고, 이에 맞서 찬성론자들은 "건설업체의 폭리를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다"는 논리로 원가공개의 당위론을 역설했다.

원가공개 반대론자 "주택은 상품, 원가 비공개가 분양가 상승 부추겼나"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주택 문제도 수요 공급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택의 상품적 성격을 전제로 분양원가 공개불가론을 펴나갔다.

김 원장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여론의 비판은 "가격이 오르는 과정, 그것 때문에 누군가가 돈을 버는 과정을 정치적으로 여론이 못 참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결국 공급을 차단해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신규주택 물량은 전체 주택 재고의 3% 밖에 안 된다"면서 "97%는 이미 다 나와있는 기존주택들인 만큼 폭리에 속고 있다면 속지 말고 기존 주택을 사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의 주택시장이 독과점시장이 아니라는 점, 주택시장에서 시장실패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주택) 가격이 움직이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환용 경원대 교수는 분양가 상승과 분양원가 공개간의 논리적 불일치에 주목하며, 분양원가공개론을 공박했다. 박 교수는 "분양가 상승 원인은 분양가 자율화, 택지 공급구조, 저금리, 투자처 미흡, 경기도의 평준화 문제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며 원가공개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 즉 택지공급의 확대 없이 가격만 낮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용적률을 높여 고층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분양가 상승 전부 우리책임처럼 말하면 억울"

분양가공개 반대입장과는 달리 그는 분양가의 규제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또 공공택지 분양가의 공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파트 분양가(건축비 등) 공개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공아파트의 분양가 공개로 초래될 주공의 이윤감소가 지방 등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임대주택 건설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사 대표격으로 참석한 김종호 대림산업 상무는 "시중 풍부한 유동성,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분양가를 상승시켰다"며 박 교수의 주장에 동감을 표시했다. "이 분양가를 올리는 원인은 외부에도 있는데, 전부 공급업계의 책임인 것처럼 말하면 우리들은 억울하다"는 말도 했다.

이어 김 상무는 "주택 업계는 구조자체가 하청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원가공개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고, "(선분양제로 인해) 분양가를 산정할 때 미래 가격을 수정한 가격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3년 후 정산도 어렵고 검증도 어렵다"고 기술적 한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찬성론자 "분양가 자율화 이면에 숨겨진 강자의 논리 주목해야"

▲ 소비자시민모임 회원들은 4일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분양주택 공급제도 공청회에 앞서 회의장 입구에서 분양원가공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반면 시민단체 대표와 몇몇 전문가들은 '분양가 자율화'에 숨겨져 있는 '강자의 논리'를 집중 겨냥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분양가 규제를 푼 것으로 인해 부작용이 커졌다"고 전제하고 "분양가 자율화하다보니 분양가가 원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시세에 의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시멘트나 철근 가격 등 원자재가 지난 5년 동안 두배 이상 올랐느냐고 반문한 뒤 "원가 상승 요인은 없이 주변 시세에 맞추다 보니 분양가가 올라갔고, 전부 건설사가 이 이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더 이상 공개할 거냐 말거냐를 논의할 게 아니라 공개하면 어느 정도 범위까지 공개할 것인지, 규제를 하면 어느 정도까지 규제를 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며 분양가 공개를 전제로 토론을 진행할 것을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토대로 분양원가 공개론을 전개해 나갔다. 김 회장은 분양가 공개 요구에 대해 "정부는 평당 건축비가 23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라는데 왜 건설사는 평당 700만, 1000만원 받는 것인지 그렇게 된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뭐가 그렇게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원가공개 반대론자를 공격했다.

"왜 분양가가 비싼지 이유 밝히라는게 자유 침해냐"

김 회장은 "업자들이 마음대로 제시하는 분양가는 감시가 안되므로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겠느냐, 분양가를 규제해달라고 하면 시장제한이라고 하니까 안된다고 하고, 그래서 그 내용을 달라는 것 아니냐"며 정부측의 공개반대론에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순택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문가의 논리 체계와 주택이 상품화되는 현실과의 갈등, 가치관과 맞물려 (원가공개가) 어려워지고 있다, 참석하지 않을걸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푸념투로 말문을 열었다.

서 교수는 "자율화라는 논리, 규제 완화라는 논리, 그것이 선이라는 논리에는 강자의 논리가 숨겨져 있고 약자는 불이익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5개 업체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한 전례를 제시하면서 "원가공개 담론이 불거져 나온 것은 시민들이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고 이를 제도권에서 효율적으로, 전략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서 교수는 "시장경제원칙과 주거안정 이 두 가치가 충돌하면 주거안정이 추구돼야 한다"는 말로 시장만능론을 비판한 뒤 "원가연동제와 원가공개 병행하는 방식을 택해, 후분양제가 될 때까지는 효과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한시적 원가공개론 도입을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이 끝난 뒤 사회를 맡았던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는 공청회 자리를 정리하면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되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다수의 의견이었던 것 같다"고 원가공개론자의 손을 들어줬다.

건설교통부는 이날 공청회와 관계부처간의 협의 결과, 당정협의 등을 거쳐 올 상반기에 분양원가 공개 등에 대한 공식입장을 공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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