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쫓고 쫓기는 자

"요사이 시전 왈패들이 그 한 놈에게 기도 못 팬다는구먼."

"어디 그것 뿐인가? 스스로 그 놈 밑으로 들어가는 왈자들도 있다고 하네."

시전상인들은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끔적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여간 그 놈 때문에 불안해 못 살 지경이네. 그 왈패들이 다 누군가? 시전으로 이래저래 흘러오는 장물들을 돌봐주는 이들이 아닌가? 그 애들이 우리더러 돈을 내라 밥을 내라 한 것도 없이 조용했는데 새로운 놈이 여기 왈패들을 모두 규합한 뒤 무슨 짓을 하려는 지 원."

"거 난전 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일세. 그 놈 때문에 요샌 통 뒤로 재미를 못 보니 참......"

"이럴 게 아니라 칼잡이라도 사서 그놈 손을 봐주면 어떨까?"

어물전 시전 상인의 말에 다른 상인들은 정색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서게! 여기 왈패들도 난다긴다하는 놈들이 죄다 당하는 판국에 섣불리 건드렸다가 무슨 낭패를 당하려고."

"허허...... 내가 말하는 칼잡이는 그런 어설픈 왈패가 아닐세. 여기 있는 사람들이 서너 냥씩만 모은 뒤 말만 잘하면 내가 데리고 올 수 있네만."

"거 일이 잘못되면 자네가 책임 질 텐가?"

"아니 이 사람들이 밑지는 장사만 하고 살았나...... 말조심해야 되는 건 알지? 어서 돈이나 거둬보게!"

어떤 상인들은 어물전 상인에게 저마다 한 냥씩을 보태었고 어떤 상인들은 계속 의심스러워하며 자세한 것을 캐물으려 했다. 그 때 헛기침소리와 함께 이순보를 대동하고 온 심지일이 시전 상인들에게 소리쳤다.

"아니 장사들은 안하고 웬 소란들인가?"

상인들은 슬며시 눈치를 보며 흩어지려 했지만 이순보가 크게 소리치며 상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래 잘되었네! 여기 상인들! 다리를 약간 저는 끔적이라는 사내가 시전에서 횡포를 부린다는데 고변할 자 없는가!

상인들은 저마다 눈치를 보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끔적이가 아직까지는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한 적도 없거니와 괜히 포도청에 이를 말했다가는 왈패들과의 관계까지 드러나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셈이 나오자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묵묵부답 자리를 피하려고만 했다.

"허! 그놈이 시전을 휘젓고 다닌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아닌가? 가는 곳마다 이러니 원!"

심지일은 힘들다는 듯 어물전 앞에 자리를 잡고 철퍼덕 앉았다. 어물전 상인은 심지일의 눈치를 보더니 이순보에게 다가가 굴비 두릅을 주며 말했다.

"이거 별거 아니지만 오늘 제물포에서 들어온 굴비입니다. 그런데 포도청에서 왜 그 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옵니까?"

이순보는 굴비를 받아 챙기며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찡그려 보일 따름이었다. 심지일과 이순보가 떠난 뒤 상인들은 다시 어물전 앞으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뭐라고 하오?"

어물전 상인은 소금을 한 웅큼 집어들어 생선에 좍 뿌려대었다.

"저놈들 받아먹을 것만 챙기고선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해주는구려. 그러나 저러나 아까 내가 말한 일은 어찌들 하실거요? 고작 열 일곱 냥으로는 아니 되오."

"아따 그 사람 장사치 아니랄까봐 셈도 빠르네 그려."

장사치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쏟아져 나왔고 어물전 상인은 만족한다는 듯 돈이 모은 상자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마 오늘내일 중으로 결판이 날 것이니 여기 없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시오. 사람잡는 일이 어찌 푼돈으로 가능하겠소이까?

상인들은 돈을 너무 밝힌다며 속으로 어물전 상인을 욕했으나 그렇다고 별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흩어졌다. 한참 뒤 어물전 상인은 혹시 지켜보는 사람이 없나 주위를 둘러보더니 가게를 나서 푸줏간이 있는 쪽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