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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방송이 편파적이었다는 언론학회 보고서가 편파적이었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도 없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지적을 했으므로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언론학회의 문제와 방송개혁의 과제에 대한 생각이다.
중앙일보의 평가다. "1959년 설립된 언론학회는 76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언론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6월12일자)
나는 3년 전에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민웅 교수 같은 구 시대 인물들이 득실대는 언론학회의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은 회원이 아니다.
760명 회원 중 절반 가까이는 학회장 선거 때만 동원되는 유령 회원들이다. 대개 특수대학원 출신의 언론 현업 ‘석사’들이다. 어느 대학 교수가 회장에 출마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표는 요동을 친다. 학자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하여 오래 전부터 이건 학회가 아니라 '협회'라는 자조가 회원들 사이에 회자되어 왔다. 최고의 권위?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이번 일로 그나마 남아있는 체면마저 구겼다.
언론학회가 하는 행사들을 들여다보면 이게 학자들의 모임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돌아가며 방송사들 돈을 받아 학술논문 발표가 아닌 정책자문 토론회를 한 후 밤새 질펀하게 술판을 벌인다. 그 술판에서의 해프닝들을 모으면 책 한권은 될 것이다. 방송사 돈 받아서 구미에 맞게 자문해주는 게 학회(학자)가 할 일인가? 어쩌다 스폰서 없이 가뭄에 콩 나듯 학술토론회라도 열면 발표자와 토론자, 행사 준비자들만 모여 썰렁하게 시간을 때운다. 언론분야 최고의 권위는 이미 언론정보학회로 옮겨졌다.
이미 밝혀졌듯이,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학회는 연구책임자를 공모했고 4명이 공모를 했다. 그러나 학회는 이를 무시하고 이민웅 교수와 윤영철 교수에게 맡겼다. 이 두 사람은 학회에서 다 아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다. 이 교수는 단순한 지지자가 아니라 깊숙이 관련돼 있다. 그리고 윤 교수는 3월12일 이후 신문 칼럼에서 방송이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했던 인물이다.
그런 성향으로 볼 때 이 두 사람은 결론을 미리 내린 상태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학회는 왜 요식적인 공모조차 무시한 채 이들에게 맡겼는지 밝혀야 할 것이고, 학회장은 책임지고 사퇴라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방송개혁의 문제다. 한나라당 정병국 언론대책특위 위원장은 “여권은 신문만을 개혁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이번 언론학회 평가로 방송개혁이 더 시급한 과제임이 입증됐다”며 쾌재를 올렸다. 배경과 저의를 생략하고 말하자면, 나도 이번 일로 방송개혁이 더 시급한 과제임이 입증됐다고 본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 위원장의 의견에 100% 동의한다. 왜 그런가?
이번 보고서가 나온 배경에는 방송위원회의 심의구조가 있다. 심의업무는 양휘부 상임위원이 책임을 맡고 있다. 양 위원은 KBS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특보를 지낸 인물이다. 그 공으로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방송위원이 됐다.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을 했다면 KBS 사장이 됐을 것이다. 방송개혁을 미완의 상태로 방치한 산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송위원의 구성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당인이 방송위원이 될 수 없게 하고, 정당이 직접 추천하지 못하도록 함은 물론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중간에 희석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국회는 방송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후 손을 떼고, 추천위원회가 공증절차를 거쳐 방송위원을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방송이 정치권의 풍향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의 하나 이런 방향으로의 방송개혁이 안 된 상태에서 다음에 한나라당이 집권을 한다면, KBS 사장 양휘부, 방송위원장 이민웅, 방송위원 윤영철 전여옥 등의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방송개혁의 좌절이요, 역사의 엄청난 후퇴다. 이런 사태를 염려하기 때문에 조중동 죽이기식의 신문개혁에 집착하는 대신에 방송개혁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 이 보고서가 전화위복이 되어 언론개혁의 방향이 올바로 설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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