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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광석
김병원 전남 남평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비상임 이사로 선출됐다. 전남 지역농협 대표 조합장 자격이다. 김 조합장은 '농협 개혁'을 주창해온 '개혁파'로 분류되고 있다.

김 조합장은 19일 남평농협 조합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농협의 진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김 조합장은 "협동조합이 해야할 첫 번째 일은 손톱 밑에 흙 넣고 사는 저 분들의 아픔을 들어주는 일"이라며 "농협 규모가 적다고 포기하지 말고 농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조합장은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농협중앙회에서 (지역조합이) 특색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현재 수준보다 3배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조합장은 농협의 발전모델과 관련 "종합형 대단위 협동조합 형태로 가는 것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지역 협동조합은 지역에 맞는 독특한 모델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조합장은 '농협 개혁'과 관련 "개혁은 협동조합 본래의 목적대로 가는 것"이라며 "농협중앙회는 연합회 기능을 확대하고, 사업기능은 가능한 지역농협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김 조합장은 99년부터 남평조합장을 맡아 왔으며 남평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왕건이 탐낸 쌀'이라는 브랜드화에 착수, 단위농협 성공사례로 육성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병원 남평 지역농협 조합장과의 일문일답.

ⓒ 차광석
-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는 지역농협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농협은 인적 자본 결합체이다. 다시 말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만들며 만들어진 것이 협동조합이다. 따라서 단위 농협의 규모는 너무 클 필요 없이 그 지역에 맞는 적정한 수준이면 된다. 모든 농협은 농협 규모 적다고 포기하지 말고 지역에 맞는 특색 사업으로 농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중앙에서의 '자금 지원'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농민에게 '실익' 줄 수 있는 특색 사업을 단위조합에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5∼10억 정도인 현재의 중앙회 지원 자금을 3배 정도 높여야 한다."

- 김 조합장은 '개혁파'로 분류되고 있다. 이번에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로서 선출됐는데 농협의 개혁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가.
"전남 대표 조합장은 전남의 지역 조합장들이 대의원 대회에서 직접 선거로 선출되며 농협중앙회의 이사 자격을 갖게 된다. 내가 선출 된 것은 농협의 개혁에 대한 비전 제시를 중요한 문제로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농협은 새로운 개혁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다. 이런 개혁은 협동조합 본래의 목적대로 가야한다고 본다. 중앙회는 연합회 기능을 확대하고, 사업기능은 가능한 지역 농협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 농협이 가야할 방향이다."

- 대표 조합장은 임기가 몇 년인가?
"전남 대표 조합장 임기가 4년이고 연임도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연임을 할 생각이 없다. 대표 조합장의 자리가 경영자의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오래하는 것보다는 다른 분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새로운 일들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임기가 끝나면 다시 우리 조합에 충실할 것이다."

- 우리나라 농협의 발전모델은 어떤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세계의 농업 강국들은 각자의 농협모델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전문화, 일본은 종합화, 중국은 정부 주도형 농협의 형태이다. 우리나라의 농협은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이 결합된 종합형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종합형이라고 해서 대단위 협동조합 형태로 가는 것은 정체성에 맞지 않다. 그건 기업이지 협동조합이 아니다.

지역 협동조합은 지역에 맞는 독특한 모델을 가져야 한다. 도서지역 농협과 남평의 농협은 달라야 한다. 산간 벽지는 그에 맞는 농협의 모델을 가져야 하고, 평야는 평야 모델, 도시는 도시 모델로 '입지 유형별 협동조합의 모델'을 만들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 남평 지역 농업의 특색은 무엇이고 그에 따른 농협의 특색 사업은 무엇인가?
"이 지역은 하우스 농사를 많이 하고 있다. 쌀 농사와 더불어 농협의 기본적 사업이다. 하지만 하우스 농사를 여러 해 동안 해오면서 흙이 많이 죽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흙 살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농협에서는 하우스 객토 사업을 진행하였다. 지금까지 200평 짜리 하우스 500동에 객토 작업을 하였다.

또한 우리 농협은 '친환경적 농업을 해라, 비료와 농약의 사용을 줄이라'고 말로만 하지 않는다. 대체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재작년부터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는 액비 제조기를 공급하고 있다."

- 농사의 기본은 쌀 농사라고 하는데 그에 따른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밥맛이 좋은 종자'인 <청무벼>를 도입하고, 꾸준한 객토 작업을 실시하는 등 7년에 걸쳐 쌀 농사에 대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탄생한 브랜드가 '왕건이 탐낸 쌀'이다. 이 브랜드는 작년 전국 1200여 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평가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그래서 쌀 가격과 판매율이 모두 올라 농민들에게 큰 소득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50∼60%정도는 계약 재배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 농협에서는 논농사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기반은 구축되었다고 본다."

- 들어오다 보니 '파머스마켓'이라고 있었는데….
"농산물 유통은 싱싱한 농산물을 최대한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서 직거래 형태로 변하고 있다. 우리 농협에서는 4년 전에 '파머스마켓'을 만들어 직거래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파머스마켓'은 300평 정도의 직거래 장터로 적게는 2000만원 정도에서 3900만원 정도의 하루 매출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직거래는 적합한 지역이 아니면 힘들다.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소비자 유입 여건이 있어야 한다. 현재 전남에서는 보성, 화순과 함께 3곳이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협동조합이 해야할 첫 번째 일은 손톱 밑에 흙 넣고 사는 저 분들의 아픔을 들어주는 일이다. 농협이 있기 때문에 편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농민들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하우스에 객토를 넣어 주는 것에도 농민들이 그렇게 좋아 할 수가 없다. 농협은 농민들에 의해 만들어 졌기 때문에 농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해야 한다.

앞으로는 정부 수매가 없어질 전망이어서 농민들의 소득이 떨어지는 것이 뻔하다. 농협의 역할은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일인데 이런 일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 이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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