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2000년 노컷운동이 한창일 때 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두발자유화에 대한 이야기 글도 여러 편 올렸지만 잠깐 이야기거리가 됐을 뿐 끝내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
노컷운동이 한창 진행되자 교육부에서는 "두발문제를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라"고 했다. 몇몇 학교에서는 전면적으로 두발자유화를 시행하겠다고 나섰으며, 언론에서도 노컷운동에 대한 뉴스를 전했다. 그리고 노컷운동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단순히 잊혀졌다고 해서 노컷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예전같이 극단적인 규제만 사라졌을 뿐, 지금도 많은 학교에서 두발규제를 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교육부는 두발문제를 학교의 자율로 떠넘겨 버림으로써 두발규제에 대한 원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학생이 두발문제로 교육청에 항의해봤자 교육청에서는 학교의 자율이라며 학교로 책임을 떠넘겨 버리고, 사실상 이름뿐인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예 징계를 각오하고 조직적으로 투쟁한다면 모를까 이 문제에 대해 학생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사실상 완전히 막혀버렸다.
게다가 이미 철지난 뉴스 노컷에 대해 관심 가져주는 곳도 없기에 학생들로서는 어디 딱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 두발자유화 문제에 대해서는 순전히 학교측의 자비(?)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물론 기대하는 학생도 없겠지만).
"야! 접때 우리 학생회장이 두발자유화 한다고 한적 없었어?"
"아니, 우리학교에서 그게 가능할 거 같아?"
"그럼 뭐였지. 두발 뭐라뭐라 누가 그랬던 거 같은데…."
"뭐! 저는 두발자유화니 이런 불가능한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랬을껄?"
"아! 그랬나?"
"그럼, 넌 두발자유화 했으면 좋겠어?"
"당연하지"
자율학습시간에 친구와 나눈 이야기다. 두발자유화를 원하고는 있지만 학교와의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학생들 스스로 "말해봤자, 그게 되겠냐"며 체념하고는 그저 두발 단속하는 선생님이나 원망할 수밖에….
아이들이 가정 다음으로 가장 처음 접한다는 작은 사회 학교. 그곳에서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에 대해 스스로 포기하고 체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노컷운동 4년 후…. 우리네 학교에서는 여전히 '잘 컷'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