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우리는 당신을 봤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모습에서 이라크민중에 대한 사랑을 봤습니다.
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평화를 위한 경고를 우리는 똑똑히 봤습니다.
부시가 테러리스트라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실수하는 것이라고, 한국군은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정의롭고 평화를 사랑하는 당신의 모습을 우리는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하겠습니다.
야만적인 침략전쟁에 우리의 형제를 보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이 땅에 평화를 지켜내겠습니다.
김선일,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추모사 중’
고 김선일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고국에 돌아오던 날, 그와 함께 학창생활을 보냈던 신주미(30)씨는 그에게 추모의 글을 바쳤다. 그리고 “김선일,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겠다”라며 “기필코 이라크파병을 철회시켜 당신의 한을 풀어주겠다”고 다짐했다.
26일 오후 6시 4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 김선일씨 추모와 이라크파병철회를 위한 대전시민촉구대회’가 대전역 광장에서 열렸다.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 시민들은 주검이 되어 돌아온 고 김선일씨의 영정 앞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통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자고 다짐했다.
대회사에 나선 김용우(보문감리교회) 목사는 “참으로 안타깝다. 자식 같은 젊은이의 처참한 죽음 앞에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김 목사는 이어 “미국인의 절반이상이 이라크전쟁은 잘못됐다고 하고,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마당에 왜 우리정부만 파병의 원칙을 고수하는가”라고 묻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침략을 일삼는 미국의 충실한 애완견이 된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한탄했다.
또한 선재규(민주노동당대전시지부) 지부장은 “외교부가 APTN과 벌인 진실공방을 생각하면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다”며 “거짓말쟁이 정부를 어찌 정부라 할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선 지부장은 이어 “김선일씨의 생전에는 직무유기로, 사망이후에는 거짓말과 사건은폐로 일관하는 이런 정부를 어찌 정부라 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무현정권은 스스로 퇴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94년 고인과 침례신학대학교 대학원을 함께 다녔던 신주미씨의 추모사가 이어지자 참석자들과 주위의 시민들은 고인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집회 마지막 순서로는 대전지역 20여개 시민단체 및 정당 이름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들은 성명에서 “고 김선일씨를 살해한 것은 이라크 무장단체이지만 그들을 폭력으로 내몬 근본적인 책임은 명분 없는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민간인을 무참히 학살한 미국과 그에 동조하여 파병을 결정하는 노무현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뜻 대신 미국의 뜻을 받든다면, 국민들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역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진상규명! 파병철회!’를 외치며 중앙로를 따라 대전시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으능정이 거리에 도착한 이들은 자유로운 시민발언대를 이어가며 정리 집회를 갖고 행사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