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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동탄 새도시 고가 분양 논란을 계기로 분양원가공개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25일 첫선을 보인 화성 동탄 새도시 모델하우스.
ⓒ 오마이뉴스 이성규
화성 동탄 새도시 시범단지 모델하우스 개장을 계기로 분양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범단지 사업주체들이 내세운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잠시 잦아들었던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분양원가 공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쪽은 경실련이다. 지난 24일 서울시 동시분양아파트 건축비 허위과장 광고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28일에는 화성 동탄 새도시 분양가가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됐다며 분양원가 공개 또는 공영개발 및 후분양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경실련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활용하면서 집값 거품빼기 운동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경실련은 건설업체의 '폭리'를 증명하기 위해 감리자모집 공개단계 때 건설업체가 지자체에 제출해야하는 총건축비 내역과 입주자 모집단계 때 공개되는 총건축비 내역, 건교부의 표준건축비 등 건설업체의 분양원가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를 총동원하고 있다.

건축비 부풀리기 통한 건설업체 '폭리'에 대체적 공감

이러한 자료들이 속속 공개된 때문인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건설업체가 건축비 '부풀리기'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데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공공택지의 택지비가 이미 공개되어 있고, 개발폭리의 대부분이 땅값차액에서 발생한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됨에 따라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건축비에 이익을 숨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건축비 '부풀리기'를 통한 과다폭리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평당 500만원 이상의 건축비는 강남 초호화 고층아파트에서나 가능한 주장"이라며 "여러 자료나 언론의 고발프로그램에서도 다루어진 사실이지만 평당 건축비는 지역에 상관없이 300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평당 300만원 정도의 건축비 만으로도 호화빌라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며 "화성 동탄 새도시 시범단지 사업주체들이 건축비를 평균 528만원이라고 신고한 것은 거품이 가득 들어있음을 역으로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113개 서울시 동시분양아파트의 사업주체가 감리자 모집공고단계와 입주자 모집공고단계에서 신고한 평당 건축비에 상당한 '차액이 존재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계별로 건축비에 '거품'을 끼워넣음으로써 이윤을 점차 높여나가고 있음을 역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113개 동시분양아파트의 사업주체가 감리자모집단계보다 입주자모집단계에서 평당196만원이나 높은 622만원에 공고했다"면서 "이것은 건교부가 고시한 표준건축비 310만원보다 2배 높고, 이미 공개된 지역의 건축비 440만원보다도 훨씬 높아 입주자모집공고문의 건축비는 허위 또는 과장 광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과장광고 의혹까지 제기했다.

정부·건설업체 "분양원가 공개하면 공급 위축된다" 주장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집값 안정에 실효가 없고 오히려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로 여전히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급만이 희망'이기 때문에 건설업체의 이윤창출 의지를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꺾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는 입장 아니냐"며 "분양가를 낮추는 방법은 분양가를 규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하다"고 말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공급물량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대략 추정만 할 수 있는 분양가 원가연동제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논리의 가장 큰 맹점은 분양원가 공개가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명백하고도 경험적인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한번도 시행해 보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반대론자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주공의 한 관계자도 '분양원가 공개가 어떻게 공급위축으로 이어지는지 증명을 해 달라'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증명은 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며 인과관계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물론 (공급위축을)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연성 자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반문할 수는 있겠지만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맹신만으로 반대논리를 개진하는 것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경실련은 28일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개발방식과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화성 동탄 새도시 분양가를 평당 268만원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경실련 제공
"원가공개 때문에 주택 안 지으면 건설업체가 뭐 한다는 말이냐" 반문

이를 차치하더라도 주택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원가공개 반대론자의 잠정적 예측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KDI가 발간하는 월간지 <나라경제> 6월호에서 "주택업체는 어느 정도 이익이 나면 사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분양원가 상승시 오히려 분양가 인상의 빌미가 되므로 일시적 공급지연은 있더라도 공급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도 "택지를 헐값에 넘겨받아 이윤을 챙겨왔던 건설업체가 분양원가 공개 때문에 주택을 짓지 않다는다면 뭘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만약 건설업체들이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외국계 건설업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될 것"이라며 "공급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적어도 주택 수요자들이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적정이윤'이 보장되는 한 건설업체들이 업종을 변경하거나 당장 주택공급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외에도 일부 반대론자들은 '원가공개는 기업의 영업비밀에 속한다"거나 "소비자들의 과다이윤 반환소송이 끊이지 않아 주택공급절차에 차질이 발생한다"며 원가공개론을 재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경영상의 정보인 영업상의 비밀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2000년 '서울 중계 6, 7단지 분양원가 정보공개 관련 소송'에 대한 항소심의 판례를 들어 일축했다.

과다한 소송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소송과 분쟁은 의혹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한 상태에서 분양계약을 했다면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연 교수는 꼬집었다.

독점적 공급자가 분양가 산정하는 방식 파괴해야

그렇다고 분양원가 공개 찬성론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양원가 공개의 범위와 규모를 어디까지 규정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실련은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모든 업체(공공·민간)를 분양원가 공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공공업체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는 분양가 연동제의 전면 확대실시를 주장하면서 분양원가 공개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결국 선분양제 하에서 공급자 독점 지배방식으로 책정되고 있는 분양가 산정방식을 어떤 식으로든 '파괴'하지 않고서는 집값 안정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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