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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위원장
안기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위원장 ⓒ 오마이뉴스 윤성효
특히 ▲정규직 통상급의 80%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 ▲비정규직 노조 인정 ▲2·3차 하청 노동자 동일 적용 문제 등의 요구사항이 전날 잠정합의안에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 실망하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그는 정규직 노조와는 별도로 하청업체 사장단들과 단체협상을 계속 벌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후 하청업체 사장단들이 집단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도 아울러 천명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에 의한 제2의 파업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은 "(하청업체 사장들과의) 단협을 다시 진행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대해서 노조 내부에서는 이견이 없었다"면서 "월요일(5일)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마련하고 전열을 정비해서 단협 투쟁을 해 나가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잠정합의안 도출로 파업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며 "월요일 비정규직 노조 총회가 끝나면 당분간 호흡조절을 하면서 전열을 정비해, 단협 투쟁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홈페이지는 정규직 노조의 잠정합의안에 섭섭해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한 네티즌은 "나의 비정규직 노동자 생활 4년,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다, 우리는 여전히 원청 자본의, 하청업자의, 원청 노조의 '일회용품' 일 뿐"이라며 씁쓸해했다.

아이디가 '비정규노동'이라는 한 네티즌도 "2, 3차 하청노동자 동일적용이란 문제의식은 고려조차 되지 않은 매우 미흡한 잠정합의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잠정합의안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 스스로 일어서서 문제제기를 하자"고 비정규직 노조의 단합을 촉구했다.


[1신 : 1일 오후 5시]

"현대차 교섭타결, 그러나 비정규직도 있는데..."


1일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의 잠정합의안을 바라보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시선에는 착잡함과 서러움이 서려있었다. 기본급 인상 등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된 일부 처우개선된 안이 잠정합의안에 반영돼 있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전부가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사와는 별도로 하청업체 대표들과 진행되는 임금협상에 사쪽이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 이러한 착잡함은 더해가는 듯 보였다. 비정규직 노조는 하청업체 대표단과의 집단교섭을 요구해 놓고 있지만, 이들 대표단은 이를 거부해 왔다.

안기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날 정규직 노조의 잠정합의안에 대해 "여러 가지로 착잡하고 심란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안 위원장은 "만족이냐 불만족이냐로 표현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합의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섞인 평가를 내놓았다.

안 위원장이 이처럼 복합적인 심경을 토로하게 된 것은 대략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정규직과 같은 '힘있는' 비정규직 노조를 꾸려나가기 힘든 현실적 여건과 이날 잠정합의안의 적용대상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안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규직 신규채용이 있는데 비정규직 노조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그 기회는 박탈된다"며 "이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도 가입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건이 결국 노조의 조직율과 협상력을 떨어뜨려 하청업체 대표와의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2·3차 하청노동자, 잠정합의안 적용 대상서 제외

이와 함께 정규직 노조의 잠정합의안이 1차 하청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된다는 점도 안 위원장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하청업체는 1·2·3차로 구성되는데, 이번 잠정합의안은 1차 하청노동자에게만 적용될 뿐, 2·3차 하청노동자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정규·비정규직 차별 문제 뿐 아니라 비정규직 내에서도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은 "2·3차 하청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노동자들이 있고 이들에 대한 처우는 1차 하청 노동자들 보다 임금이나 노동조건면에서 모든 것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비정규직 노조의 대응방향에 대해 "어느 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며 정규직 노조와 다른 투쟁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안기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위원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한 일문일답 전문이다.

"당장 입장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여러가지로 심란하다"

- 오늘 잠정합의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 뭐라고 말하기 뭐한 것 같다. 간부회의를 오후 6시에 하는데 간부회의에서 다룰 생각이다. 이렇다 할 입장을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여건이 워낙 열악하다. 하지만 요구사항이 하나하나 절실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당장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심란하기도 하다."

- 잠정합의안을 대한 만족 정도를 묻는다면.
"착잡하다. 만족이냐 불만족이냐로 표현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실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비정규직 노조를 잘 조직해 나가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조에 힘이 있으면 여러 가지를 해결할 수 있지 않나. 많은 것을 더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임금을 제대로 못받고 요구사항 얘기해 봐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복잡하다."

- 착잡하다는 심경의 이유를 알고 싶다.
"복합적이다. 현대차 울타리 내에는 하청이 1·2·3차로 갈라져 있다. 2·3차 하청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1차 하청 노동자들 보다 임금이나 노동조건면에서 모든 것이 열악하다. 오늘 비정규직과 관련된 잠정합의안은 1차 하청노동자는 전체적으로 적용을 받는데 2·3차 하청 노동자는 적용을 받지 못한다. 차별을 받는다. 불만과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자본의 분할 통치 때문이다.

그리고 1차 하청 노동자라고 해서 다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는 더 커진다. 복합적인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거기서 별 생각들을 다 하게 된다.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이 많다. 우리가 현실적인 힘을 키워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씁쓸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 때 노조가입하면 기회 박탈한다"

- 노조의 힘을 키우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규직 신규채용이 있다. 소수만을 신규채용하는데 일방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비정규직 노조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그 기회는 박탈되는 것이다. 대상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면접할 때도 가입여부를 물어본다. 그러니 노조에 가입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도 못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면 인생이 바뀐다고들 하지 않나. 확실히 비정규직 노조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노조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31살 이상은 정규직 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27세인가 그렇다. 젊은 층이다. 이렇게 내부 분열을 획책하고 무력화시킨다."

- 비정규직 노조도 파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잠정합의로 철회될 수 있는 건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규직 노조와 별도로 비정규직 노조가 존재하고 있다. 아직 우리는 임단협을 내놓고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작년 같은 경우는 하청업체와 잠깐 교섭을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사쪽이 아직 교섭에 응하지 않고 하청업체별로 개별교섭을 하자고 하고 있다. 우리는 개별교섭에 응할 수 없다. 집단 교섭을 하자는 얘기다. 논의를 해서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 파업 철회 여부는 지금 말하기 힘들다는 말인가.
"어느 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내가 노조 대표를 맡고 있지만, 노조 끌어가는 간부들이 있으니까 같이 얘기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벅차면 시간을 갖고 다음주로 넘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큰 틀에서 논의를 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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