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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욱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당 인상을 일궈낼 계획이다."

이상욱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은 2004년 임금협상에서 다소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기본급 격차 해소에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수당 인상 등의 우회적 방식을 통해 비정규직의 임금 개선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단독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2004년 임금협상안에 획기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일부 비판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수당 인상을 위해 먼저 원·하청 도급계약 조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원·하청 도급계약 때 빈번하게 발생하는 저가계약 행위를 근절함으로써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당장 원·하청간 도급단가부터 조사해 적절성 여부를 가리겠다고 덧붙였다.

"원·하청간 도급단가 조사 통해 비정규직 임금수준 향상시킬 것"

만약 이러한 현대차 노조의 구상이 본격화될 경우 회사쪽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위원장 자신도 "도급단가를 건드리는 것을 회사가 굉장히 싫어한다"고 언급할 정도로 사쪽이 불편해 하는 사안이다. "비정규직의 임금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같은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대로 된 품질의 차량을 생산하려면 인력에 대한 투자가 돼야한다고 본다"면서 "그것 때문에 도급단가 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비정규직 노조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를 향해 "여기 있는 동지들과 서로 협의하고 논의해서 함께 싸워나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2004년 임금협상 결과를 놓고 정규직 조합원과 비정규직 조합원 사이에 '갈등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노조위원장실에서 약 1시간20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요약.

- 임금협상이 예상보다 빨리 타결된 점을 축하드린다. 이번 협상이 다른 해보다 빨리 타결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또한 이번 협상 결과가 전년도에 비해서 어떤 점이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나.
"올해 임금협상을 오랫동안 준비했다. 안건은 11가지였지만, 내용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언론은 배부른 노동자라느니, 1년에 6000만원·노조 상근자는 8000만원을 받는다느니 하며 경제파탄의 주범 형태로 몰아갔다. 그것을 보면서 이에 대해 올바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언론대책반도 구성했다. 한편으로 전술기획팀도 구성했다.

정부나 청와대의 입장을 예의 주시했다. 민주노총이 우려되는 발언을 하면 총연맹 차원에서 문제제기도 했다. 지난 임단협을 평가하면서 많은 일들을 했음에도 비난과 비판을 받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갔다. 그 원인은 첫째, 파업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조합원과 노조 집행부가 분리됐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투쟁은 속전속결로 전술을 세워야 한다고 해서 '굵고 짧게' 싸우겠다고 했다.

2차 집중 투쟁 때, 예전 같으면 잔업거부부터 했겠지만 우리들은 잔업거부 하지 않고 곧바로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장기전으로 간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 '파업은 짧게, 투쟁수위는 높게' 가져갔다. 한편으로는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굵고 길게 가겠다고 천명하는 등의 전술적 배치도 했다. 그래서 5일만에 타결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사용자는 파업 이르러야 제시안 내놓는 관행 벗어나야"

- 통상 노사 교섭이 파업수준에 들어가서야 원만하게 풀린다던데.
"우리는 파업을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수단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회사쪽도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파업에 들어가 극한 대립 상태에 이르러야만 제시액을 낸다. 그런 관행은 벗어나야한다고 본다. 올해는 회사 쪽에서 많이 탈피하려고 노력한 것 같더라."

- 노조 간부들이 파업 때문에 조합원들이 입은 임금 손실만큼 월급을 떼어내 중소업체 노동자들을 돕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노동조합 간부는 월급제 형태이다. 파업을 하면 (시급제인) 조합원들은 임금 손실분이 발생한다. 하지만 노조 간부는 손실분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파업 기간이 되면 간부의 업무량은 증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 손실분이 발생하는) 조합원들과 같이 가야한다는 취지에서 우리의 임금 중 조합원 손실분을 자발적으로 떼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역에 투쟁하는 사업장에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만간 회의를 통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확정할 것이다. 금액은 약 1000만원 정도 된다."

- 어디를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나.
"울산 지역의 환경용역 노조가 어렵게 투쟁을 하고 있다. 그쪽에 지원해주고 싶다. 또 2001년 화섬 3사 투쟁으로 해고된 효성 해고자들이 있다.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쪽에도 지원하고 싶다. 비정규직 쪽도 지원하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비정규직 노조는 이번 정규직 노조의 협상결과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정규직 통상임금의 80%까지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다가 결국 관철해내지 못하지 않았나. 명분으로만 내세운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이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나 복지혜택 등이 열악했다. 처음 목표를 정규직 통상임금의 80%로 올리겠다고 했다. 과거 내가 9대 위원장을 할 때만 해도 비정규직을 위한 특별격려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 당시 특별격려금을 내가 처음 만들었다. 그 이후 특별격려금을 50% 지급하게 됐다. 올해에는 60%로 상향조정시켰다. 점차적으로 상향시켜야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와 같이 만들어야 한다. 임금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에는 정규직 임금 상승분의 73%를 얻어냈다. 올해에는 좀더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해 80%로 올렸다.

물론 이를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는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청회사와 하청업체는 도급계약을 하게 되는데, 그 도급계약을 맺을 때 비정규직의 수당 문제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임금인상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당문제를 협상을 통해 인상시키려고 한다. 즉 다른 명목으로 임금을 인상시키려 하고 있다.

다른 부분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동차 차량 DC 혜택 부여에도 합의했다. 이를 통해 후생복지 및 임금성과 관련된 것을 관철시켰다. 통상임금 80%로만 본다면 그렇겠지만, 다른 부분에서 비정규직의 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한 노동자가 승용차를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원하청 도급계약 형태 조사해, 비정규직 수당인상 관철하겠다"

- 수당을 통해 급여수준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회사측과 논의를 진행시킬 계획인가.
"민감한 문제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엄격히 얘기하면 비정규직 노조에서 임금협상을 해야 한다. 그런 여건이 되지 않아 우리가 대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어떻게 인상시킬 것이냐. 수당은 '얼마로 합시다'라고 될 문제는 아니다.

이는 도급계약과 관계돼 있다. 이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조만간 실무팀을 구성해 도급 문제와 관련해 조사에 들어가려고 한다. 지금은 정규직 임금 인상분의 80%에 그쳤지만 이를 관철시키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에 돌아갈 수 있는 상승분은 80%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본다."

- 통상 정규직 임금이 인상되면 하청업체에 도급가를 낮추라는 압박이 가해지면서 결국 비정규직 임금 하락을 초래하지 않나.
"그런 경우가 있다. 그같은 부분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도급단가가 제대로 측정될 때만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갈 수 있다. 도급단가를 건드리는 것을 회사가 굉장히 싫어한다. 비정규직 임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품질의 차량을 생산하려면 인력에 대한 투자가 돼야 한다고 본다. 그것 때문에 도급단가 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 기아차 노조의 경우 비록 800명에 불과하긴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성취해 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관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기아자동차는 최근 노사공동합의로 카렌스 생산공장을 광주공장으로 이전한 적이 있다. 차량생산 공장이 넘어가면 당연히 인원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래서 기아차 노사는 한시하청을 쓰기로 합의를 했다. 그 이후 불법파견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면서 이 당시 채용한 생산계약자 800명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정규직화에 이른 것이다."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분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지부나 본부를 포함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하는 회의체계가 있다. 연대회의라고 한다. 그 회의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하반기 사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노조 직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규채용을 할 때 신입사원의 40%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용토록 하고 있다."

-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2·3차 하청 노동자는 이번 임금협상 결과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섭 중에 이 부분에 대한 얘기를 혹시 꺼내본 적은 있는지.
"우리들은 공장 내에 있는 전체 노동자에 혜택을 줄 것을 요구했지만, 과거부터 내려온 관행 때문에 올해도 그 벽을 넘지 못했다. 2·3차 하청을 어떤 각도로 접근할 것인지, 어떻게 하나된 투쟁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지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도급관계부터 시작해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노조 직가입 문제를 언급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을 하게 되면 정규직 채용 때 큰 불이익을 얻지 않나. 그리고 나이 문제도 걸리게 된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직가입을 추진하면 그들의 정규직 채용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겠나.
"과거 정규직을 채용할 때에는 업체장의 추천을 거쳐야 했다. 지금은 그 과정을 없앴다. 비정규직 노조원이라고 해서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있다. 좀더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연령 제한 문제도 이후 바꿀 생각이다."

- 회사 쪽과의 협상에서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인가.
"여태까지 얻어내왔다."

"노조 경영참여 앞서 준비 더 필요...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

▲ 이상욱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정규직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노조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름대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이 있을텐데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조언이라고 한다면 건방진 소리일 것 같다. 비정규직 노조도 상당히 자주적인 조직이다.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도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된 실무부서가 있다. 여기 있는 동지들과 서로 협의하고 논의해서 함께 싸워나갔으면 한다.

정규직 노조는 체계가 잡혀있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그렇지 않지 않나. 비정규직 노조는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런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서 사쪽에 요구하고 쟁취해내야 한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현안 아닌가."

- '자동차 노사 협의체'에서 노조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비정규직 차별 철폐 문제도 거론된다고 봐도 되나.
"7월쯤 실무진이 예비모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산업공동화에 따른 고용문제, 비정규직 문제, 자동차 발전 전망 등이 논의될 것이다. 이 속에서 앞으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산업공동화에 따른 고용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나갈 것인가가 첫번째로 논의될 것 같다."

- 자동차 노사 협의체에서 노조의 경영참여 방안도 논의될 수도 있다고 본다. 먼저 노조의 경영참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경영참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에 앞서 노조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런 준비 없이 참여해서는 의미를 살릴 수는 없지 않나. 우리 노조 기획실과 정책실에서 어떤 식으로 실현할지 연구 중에 있다.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 개인적으로 노조의 이사회 참여를 어떻게 바라보나.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만 말하라고 하면 답답해진다. 당위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현실적 문제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착취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단계적으로 참여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용, 해외투자, 재투자에 대한 감시부터 시작해들어가야 한다. 경영참여라는 것 자체가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자칫 잘못 접근하면 우리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노동자이지 경영자는 아니지 않나. 투명경영과 고용, 재투자부터 참여해야지 경영전체를 바라볼 시각도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참여하게 되는 것은 어렵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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