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4년 6월 11일자 이대근 논설위원의 <정동서재에서> '서울시의 '꼴값영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 시장은 서울천민들이 영어라는 복음을 접하면 선민(選民)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LA 코리아타운의 한인들은 영어나라에 살지만 우리말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해 우리말과 글을 사용한다.
캘리포니아주의 아널드 슈워츠네거 지사는 최근 이런 한인들을 위해 상거래 때 한국어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비준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서울시는 시민의 유일언어를 빼앗고 오염시키는 데 시민의 세금을 쓰고 있다. 서울을 ‘짝퉁도시로 만들려나.”
14일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김경희 김정섭 김수업 이대로)은 감사원에 '우리말 살리기 특별감사 요청서'를 인터넷 민원으로 냈다.
감사청구서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 거리엔 법과 규정을 어긴 외국말 간판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오염된 말글살이를 하고 있어 겨레 줏대가 흔들리고 겨레 얼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를 바로잡는 데 힘쓰지 않고 오히려 외국말 섬기기에 열심입니다.
한글 단체는 그 잘못을 알려주면서 우리말 살리기에 힘써 줄 것을 여러 번 건의했지만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잘 하는 일로 생각하며 영어 열병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시와 시 공무원의 독선에 절망하고 나아가 정부까지 불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그대로 두면 우리말과 겨레 얼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말을 지키고 겨레 얼과 겨레 줏대를 바로 세우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서울시에 대한 우리말 살리기 특별 감사'를 요청합니다.”
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는 “서울시가 그동안 계속하여 우리말글을 죽이는 정책을 펴고 있어서 여러 한글단체가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 성명서, 건의문 등을 보내고 발표해 왔지만 ‘쇠귀에 경 읽기’로 일관했다”며 “더는 못 참겠다는 생각으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1999년 한승헌 전 감사원장을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뽑았다. 이에 이들 단체는 “이번 민원으로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밝혔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이 지적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버스와 정류장에 쓸데없이 영문 로마글자를 쓰는 것은 시민 교통 생활에 도움을 주기보다 우리 말글살이만 비뚤게 하는 일이다.
2. 옥외 광고물 관리법 시행령 13조에 옥외 광고물은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한 때만 외국 글자를 함께 쓰도록 하고 있는데도 서울시내에 이 법과 규정을 어긴 외국말 간판이 즐비한 것은 서울시가 책무를 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 거리 곳곳과 택시에까지 'Hi Seoul'이란 표어를 만들어 써 붙였으며, 또 청계천복원공사와 관련하여 'Hi 서울 Green 청계천'이란 영문 혼용 선전문을 거리와 지하철에서 광고했다. 이는 나라의 국어 정책 방향을 거스르는 일이고, '한글 전용법, 옥외 광고물 관리법, 정부 공문서 규정을 어긴 것이다.
4. 서울시는 '서울'이란 땅 이름을 중국어로 표기하겠다고 ‘서울 한자 이름을 공모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쓰고 부르든 오직 하나 '서울'이라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이에 따른 예산 낭비는 감사의 대상이고 마땅히 책임을 물어 달라.
그동안 한글단체들은 여러 차례 서울시에 건의서, 성명서, 공문 등의 형태로 항의도 하고 설득도 해왔다.
2004년 4월 5일 '한글학회'가 발표한 성명서 "서울시 영어 공용화 추진, 당장 중단하라!"와 2004년 5월 18일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의 건의문 "버스에 로마 글자 G, R, Y, B를 쓰지 말기 바랍니다"를 포함하여 솔애울 국어순화 연구소장 이수열의 성명서, '한글문화연대'의 건의문, 인터넷 한글사랑모임 조상현 회원 문의가 그것이다.
특히 조상현씨 문의 내용 중에는‘한글전용에관한법률’, ‘형법 제7장 공문원의 직무에 관한 죄 제 122조(직무유기)’, ‘사무관리규정 제10조 (문서작성의 일반원칙) 옥외광고물등관리법시행령[대통령령 제17816호]’과 제13조 (광고물등의 일반적 표시방법)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0조’ 등이 관련 법조항에 위배된다고 조목조목 따져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하면 서울시의 말글정책은 언론들도 곱게 보지 않았다.
중앙일보 2004년 6월 20일자 유광종 특파원의 <베이징에서>는 ‘'서울'의 중국식 표기에 촉각’를 보면 서울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데 부정적 시각을 보도하고 있으며, 경향신문 2004년 6월 11일자 이대근 논설위원의 칼럼 <정동서재에서> '서울시의 '꼴값영어''에는 서울시의 문화사대주의를 꾸짖고 있다.
2004년 6월 8일 한국방송 제1TV 시청자칼럼 <우리사는 세상> 중 ‘방송보기’에서는 '시내버스 로마자 표기, 바꿉시다!'가, 경향신문 5월 24일에는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대표의 '<우리말글이 흔들린다> ② 영어사용 조장'이, 굿데이신문 5월 28일에는 '우리말 죽이는 '하이 서울'…버스 영어 도안 논란'이란 기사가 보도되었다.
또한 오마이뉴스 5월 24일 신향식 기자의 '한글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서울시에 '로마자 시내버스' 철회 촉구', Run뉴스 4월 4일 김세혁 기자의 '한글날 없애더니 이제는 영어상용화?', 한겨레신문 김동훈 기자의 '서울시‘영어공화국 망상'의 기사도 이를 지적한 내용이다.
이번 민원으로 서울시의 말글정책이 감사원의 도마에 오를지 의문이다.
이 대표는 “지도자가 무릇 줏대가 있어야 하는데, 시민들을 오염된 말글살이로 이끄는 서울시장이야말로 줏대 없는 지도자임이 분명하며, 그로 인해 겨레 얼이 죽어가고 있어 이를 지켜보기가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에야말로 꼭 서울시의 말글정책을 바로잡도록 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