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남아 국가에 체류하던 탈북자들이 27일, 28일 이틀에 걸쳐 총 468명이 입국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8월 중순부터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 하나원에서 8주 가량의 교육을 받는다.

8주에 걸친 307시간의 사회적응 교육이 하나원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하나원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대목은 문화적 충격을 해소하는 것으로 문화탐방, 구매체험, 봉사활동 등을 통해 문화적 이질감을 없애는 교육과정이다. 한해 2천명에 육박하는 탈북자가 국내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하나원에서의 짧은 교육과정만으로 이들이 이질적인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번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을 보면서 하나원과 같은 정착시설을 더 늘리거나, 제3국에 남한 사회의 경제사회적 시스템을 도입한 정착촌을 마련해 탈북자 적응기간을 두고, 그 교육 정도에 따라 국내로 유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평생친구인 규원이와 성철이
ⓒ 김종수
평생친구 성철이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아들 규원이에게는 평생친구가 있다.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안성 하나원에서 8주간의 정착지원 교육을 받으며 같은반에 입학한 성철이는 10살이지만 1학년들과 어울려 학교를 다녔다.

나이는 10살이지만 체구는 8살짜리 아들 규원이보다 왜소한 성철이가 언젠가 우리 집에서 규원이와 하루를 보냈다. 유난히 성철이를 좋아하는 아들 규원이는 성철이와의 하룻밤을 잊지 못해 서울로 이사간 성철이에게 수시로 전화를 한다. 두 살이나 많은 형이지만 성철이도 개의치 않고 규원이와 한동안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규원이는 요즘 매우 들떠 있다. 오는 31일부터 5박 6일 동안 열리는 아힘나 캠프에 성철이와 성철이 누나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 2004년 한신대학교에서 열린 겨울 아힘나
ⓒ 김종수
탈북친구, 재일동포 3, 4세들과 함께하는 아힘나 캠프

여럿이함께만드는학교에서 아이들의 인권과 평화를 생각하며 기획한 '아힘나 캠프'는 3회째 탈북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오는 7월 31일부터 안성에서 2박 3일간 진행하는 아힘나 우리문화캠프에는 무연고 탈북아이들 10여 명과 삼죽초등학교 어린이들 그리고 일제시대에 강제연행되었던 재일동포 3~4세 아이들 3명을 포함 약 140여 명이 참가해 한민족의 얼을 배우며, 자신의 뿌리를 찾는 시간을 갖는다.

첫날 저녁에는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를 관람하며, 조선시대의 민중문화를 즐길 예정이다. 둘째 날은 안성맞춤의 유래가 된 유기제조 과정을 배우고, 오후에는 고운 천에 다양한 빛깔이 우러나는 천연염색을 배운다. 저녁에는 안성장을 돌아보며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구경한다.

어쩌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조상들의 평범한 삶이, 오늘을 살아가는 성장세대들에게는 이런 교육이 아니면 접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 아힘나 미술교실
ⓒ 김종수
두 물이 하나로 만나는 곳에서 열리는 아힘나 평화캠프

캠프 참가자들은 셋째 날부터 아힘나 평화나라가 열리는 충북 천안 아우내로 향한다. '아우내'는 두 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을 일컫는 말로, 경기도 양평에서는 '두물머리'로, 강원도 정선에서는 '아우라지'라고 불린다.

‘두 물이 하나로 만나는’ 아우내는 일제시대에 유관순 열사가 만세를 불렀던 역사적인 곳이다. 재일동포 3, 4세들은 일제시대에 강제 연행되어, 일본에서 외국인노동자로 살면서 온갖 착취와 억압에 시달렸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통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뿌리를 알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또 미·소 냉전체제에 의해 민족 분열의 아픔을 겪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이후 부모를 잃고, 굶주리다 못해 탈북해 아시아 곳곳을 전전하다 입국한 탈북 아이들도 이 곳 ‘두 물이 하나로 만나는’ 아우내에 모여들었다.

이 아이들에게 어른인 우리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만나게 해 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들이 서로 평생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 말이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학습이 아닌 놀이로, 법이 아닌 생활로 만남 그 차제를 목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온갖 이데올로기도 이런 아이들의 만남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평화의 나라

탈북 아이들과 재일동포 아이들 그리고 가난한 지역의 공부방 아이들은 아힘나에서 ‘힘나(캠프에서 쓰이는 화폐)’를 벌어 쓰며 그들만의 자율경제를 만들어 간다.

아힘나가 열리는 동안, 아이들이 공무원 급여를 얼마로 정할 것인지, 그들만의 사회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날지, 디플레이션이 일어날지도 궁금해진다. 기발한 ‘염색’아이디어로 ‘힘나’를 벌거나, 공공근로에 참여해 부족한 ‘힘나’를 얻는 등 캠프를 통해 적절한 노동과 자율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난 아힘나에서 목표로 세운 것들을 얼마나 실천하며 살았는지 되돌아 보는 것도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이다. 자신들의 힘으로 규율을 만들고 스스로 그 규율을 지키도록 애쓰며, 회의를 통해 부족한 것들을 보완하는 노력을 한다.

이로써 아이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내일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주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자신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심 인물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평화의 씨앗이 자라나길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입국한 탈북자 가족들을 환영한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탈북을 부추기는 탈북브로커들의 비양심도 그러거니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자로부터 야기되는 교육, 경제, 사회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도 사회에 적응하기는 매우 어렵다. 탈북가족들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만이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사회 체제를 경험할 탈북아이들과 또 이들과 함께 평생친구를 맺으며 살아갈 우리 아이들 사이에서 평화의 씨앗이 자라나기를 희망한다. 서로 다르지만 만나면 하나가 되듯, 한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평화의 세상이 바로 이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