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멘트 전 대표이사 이모(50)씨로부터 주식을 사들인 남화산업(주) 등 대주주측이 1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 4명을 선임,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한국시멘트 노조(위원장 이희원)가 이에 반발, 전면 파업도 불사하는 총력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대주주측과의 경영권 갈등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남화산업 등 대주주측은 이날 오전 11시 광주시 북구 오치동 호성웨딩문화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신들이 추천한 4명의 이사 선임안을 가결시켰다. 대주주측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천병주·나찬엽씨 등 기존 이사 2명을 유임시키는 한편, 최재훈(54) 남화산업 대표와 박장원 센트럴 저축은행 감사를 새 이사로 선임했다.
노조 반발 불구 일사천리 끝나...갈등 여전
이로서 지난 2월 전 대표이사 이모씨 등으로부터 주식을 인수한 남화산업 등 대주주측은 주식인수 5개월만에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이날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옴에 따라, 남화산업 등은 경영권 인수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험로가 예상된다.
이에 앞서 남화산업 등 대주주측은 지난 2월 한국시멘트 전 대표이사 이모씨로부터 198억여원에 이 회사 주식 82만여주(37%)를 인수 한 바 있다. 전 대표이사 이모씨는 법정관리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뇌물 30억원과 회사 CD 47억원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 돈으로 회사주식을 매집한 바 있다.
이날 주총은 일부 주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측이 일사천리로 회의를 진행, 불과 10여분만에 상정된 이사 선임안을 모두 가결시켰다. 기존 주주들은 총회 진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저항에 나섰으나, 대주주측이 이미 전체 주식의 51%를 확보함에 따라 무위로 그쳤다.
남화산업 측은 이날 "법적인 분쟁도 이미 끝난 상태며, 이사선임으로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 됐다"며 "향후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포항공장 사원이 주축을 이룬 노조원 100여명은 이날 하루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임시주총에 맞섰다. 이들은 주총 결과에 즉각 반발하며 향후 대책마련을 위해 본사로 이동,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희원 노조위원장은 "회사 돈을 담보로 불법으로 취득한 주식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이것은 주주로서의 권리 이전에 사회정의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종업원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회사를 하루아침에 도둑맞을 수 없다"며 "회사 재산을 되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 맞서겠다"고 말했다.
| | "어디, 이사들 얼굴 좀 내밀어 보라." | | | 고성, 삿대질...임시주총장 이모저모 | | | |
| | ▲ 천병주 대표이사가 주총장을 빠져 나가자 한 노조원이 가로막고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 | 남화산업 등 대주주 측이 개회 시작과 더불어 곧바로 이사 선임안을 상정, 통과시키자 총회장 곳곳에서는 "이럴 수는 없다. 무효다", "주식을 누가 갖고 있다는 것인지 정확히 밝히라"며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순식간에 주총이 끝난 데 격분한 한 주주는 "어디 이사들 얼굴 좀 내밀어 보라"며 "이 사회에 정의는 다 죽었단 말이냐"고 분노했다. 회의장 곳곳에서는 "간신들은 어디 갔느냐"며 "전쟁은 이제부터다"며 주총결과에 반발하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특히 천병주 현 대표이사를 향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천 대표이사가 최근 경영권 환수투쟁을 주도한 주요 직원을 대기발령 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데 따른 것. 급기야 이날 남화산업측에 의해 다시 이사에 유임되자 "먼저 나서서 회사 재산을 찾아와야 할 사람이 자리 보장받고 등을 돌렸다"며 격한 말을 쏟아 놓기도 했다.
천 대표이사는 주총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다시 한 노조원의 저지를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천 대표를 가로막은 이 노조원은 "어디 무슨 말을 해 보라"며 "이러면 안 된다"고 옷깃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 노조원은 "우리가 저것을 믿고 회사를 맡겼단 말이냐"며 "먼지 마셔가며 돈 벌어주니까 헛 지랄이나 한다"고 다시 격한 말을 쏟아 부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