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6월 한국시멘트 노조원들이 전 회사 대표 이아무개씨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N산업 본사에 찾아가 주식 매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갖고 있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6월 한국시멘트 노조원들이 전 회사 대표 이아무개씨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N산업 본사에 찾아가 주식 매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갖고 있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안현주
한국시멘트 법정관리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최석두)는 지난 12일 불법 주식인 것을 알고서도 이 회사의 주식을 매입한 N산업 대표 최아무개(53)씨와 D전기 이아무개(53)씨 등 2명을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검찰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이후 한국시멘트 법정관리 비리와 관련해 구속(3명) 또는 불구속(4명) 기소된 사람은 총 7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수사가 확대되자 자취를 감춘 S건설 이아무개(54)씨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N산업 대표 최씨와 D전기 이씨는 한국시멘트 전 대표이사 이아무개(50·구속)씨가 보유한 이 회사의 주식이 한국시멘트 CD(양도성예금증서)를 담보로 한 대출금으로 취득한 재산, 즉 범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위 주식을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 통해 취득한 재산 알면서도 주식 매입"

지난 95년 부도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국시멘트는 지난 2003년 5월 종업원들의 출자와 1900여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법정관리를 탈피한 바 있다. 그러나 뒤늦게 전 대표 이씨의 각종 비리와 주식 불법 취득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혼미한 상황을 맞고 있다.

범죄수익 관련 '몰수' 사례되나

검찰이 N산업 대표 최씨와 D전기 대표 이씨 등을 불구속 기소한 혐의는 소위 '장물'인 줄 알면서도 취득했다는 것. 검찰은 아울러 한국시멘트 전 대표 이씨로부터 취득한 주식 82만여주를 이미 압수한 상태다. 범죄 수익으로부터 유래한 재산이라는 것이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01년 제정된 이후, 뇌물이 아닌 배임수재 등에 의한 기소는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법은 반사회적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얻은 수익에 대해 국가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법 처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로부터 얻은 수익까지 몰수하도록 해 범죄를 조장하는 요인부터 근원적으로 제거하자는 것.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등이 터지면서 한창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이 법은 중대 범죄자뿐 아니라, 그 점을 알면서도 가담한 자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N산업 등이 이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전 대표 이씨가 구속 중인 상태. 또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으로 B철강마저 인수를 포기한 것을 감안하면 주식의 불법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인지한 상태였다는 것이 대세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심거리다. 노조와 비대위, 조선대학교 등은 "기업 사냥꾼의 전형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몰수를 주장해 왔다. 82만여주에 대해 법원이 몰수 판결을 내릴 경우 이 주식은 전부 국고에 귀속되고, 이후 공매 등의 방법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이와 관련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한 것"이라며 공소유지에 자신감을 비췄다. 법원의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서는 유사한 기업의 분쟁 사건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 이국언 기자
검찰 수사 결과 전 대표 이씨는 법정관리가 종결되는 2003년을 전후로 각종 뇌물과 회사 CD를 이용한 100억원대의 불법자금을 조성한 뒤,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자신과 측근들을 통해 독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경영권까지 탈취하게 된 이씨는 검찰의 공적자금 비리 수사로 구속 상태에 이르자, 지난 2003년 11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82만여주(37% 지분, 186억 상당)를 B철강에 매도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계약이 파기되는 상황을 맞자, 이씨는 지난해 2월 계약해지와 동시에 이들 주식을 다시 N산업 등에 매매했다.

N산업은 전 대표 이씨 명의로 보유 중인 주식 외에도, 이씨 친인척과 측근 등 명의로 된 주식까지 매입(55%)해 지난해 7월부터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한차례 사법 처리를 받고 풀려난 한국시멘트 전 대표 이씨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다시 구속한 데 이어, 관련자 민아무개(52)씨와 신아무개(44)씨에 대해서도 배임중재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검찰은 아울러 법정관리인 정아무개(67) 변호사와 구조조정전문회사 I사 대표 송아무개(39)씨에 대해서도 회사정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재수사로 한국시멘트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해 노조와 비대위는 N산업을 상대로 주식매매 계약에 관한 사해행위 취소소송 제기해 놓은 상태다. 또 우리사주 조합과 창업주주였다가 일시에 소액주주로 전락한 조선대학교도 N산업측을 상대로 지난해 7월 임시주총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검찰은 이미 지난달 23일 N산업이 이씨로부터 취득한 주식 82만여주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바 있다. 법원이 몰수 판결을 내릴 경우 이 주식은 전부 국고에 귀속되고, 이후 공매 등의 방법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한국시멘트 법정비리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회사 경영권 향방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한국시멘트 법정비리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회사 경영권 향방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안현주
법정관리 종결 전 43%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소액주주로 전락한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지난달 기자회견을 갖고 엄정한 사법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법정관리 종결 전 43%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소액주주로 전락한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지난달 기자회견을 갖고 엄정한 사법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 조선대학교

검찰 "아직 마무리된 것 아니다"
주식 '몰수'판결 여부 관심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석두 광주지검 특수부장은 13일 "아직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소중지된 S건설 대표 이씨의 소재가 파악된 대로 관련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서는 주식 '몰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제 한국시멘트 비리 사건의 초점은 불법 주식의 규모를 어느 선까지 볼 것이냐 하는 것. 검찰에 압수된 82만여주 주식은 단순히 전 대표 이씨가 자신의 명의로 보관하고 있던 주식이다.

지난해 노조와 비상대책위원회, 조선대학교 등은 이씨의 친인척과 비리에 가담한 측근 등의 명의로 된 주식 등 132만여주 주식에 대해 몰수를 주장해 왔다. 132만여주는 모두 각종 뇌물 등으로 조성한 비자금과 한국시멘트 CD를 담보로 한 대출금으로 취득한 주식이라는 것.

특히 현재 도피중인 S건설 대표 이씨 명의의 24만여주(10.8%)와 구속된 민씨 명의의 6만5000여주(2.9%)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두려워 마치 주식 매매대금인 것처럼 가장한 것"이라며 "명의만 돌려 놓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회사 주권대장에는 처음 전 대표 이씨 명의로 됐다가 추후 S건설 이씨 소유로 명의개서가 됐다는 주장이다.

검찰도 지난해 11월 전 대표 이씨를 기소하면서 도피 중인 S건설 대표 이씨 명의로 된 24만여주와 구속된 민씨 명의의 6만여주에 대해서 사실상 전 대표 이씨 소유의 주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명의만 바꿔 은닉한 것"이라며 "범죄 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13일 "압수된 주식 82만주는 N산업과 D전기가 전 대표 이씨로부터 매입한 부분만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구속된 민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 몰수 대상 주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 이국언 기자


관련
기사
남화산업, 한국시멘트 경영권 인수...노조 강력반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