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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노빠'라는 단어가 인터넷에서, 정치권에서, 수구언론을 통해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노빠'라는 단어 속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맹목적 애정을 보내는 철부지들'이란 '비하'의 의미가 확실히 담겨 있습니다.

시류란 것이 때때로 바뀌는 게 정상인 까닭에 지난 대선 즈음만 해도 노무현을 지지해야 나름대로 진보적인 것 같고 사회적으로 의식도 있는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대통령 노무현을 적당히 비난하고 잘잘못을 타이를 줄 알아야 의식이 있는 것처럼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이런 시류의 변화는 부적절한게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것입니다. 노 대통령이 그간 이라크 파병이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여러 정책에서 잘못한 면도 이러한 시류의 변화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회자되기 시작한 '노빠'라는 말은 아직도 생명력이 여전합니다. 노사모라든가 대선에서 노무현을 지지한 사람들은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주의에 일정한 비판의식을 가졌고 그것을 표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비판의식이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은 비판언론이 어쩌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비판정신은 오히려 이들이 더 굳세면 굳셌지 결코 일제시대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수구 기득권 세력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노빠'라는 말이 가진 가장 큰 해악은 진보세력의 논의에 대한 객관성을 일거에 거세시키고 마는 폭력성에 있습니다. 참여정부에 비교적 동조하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노빠'라는 비난을 들어야 하고 이들의 논의나 주장은 객관성을 상실한 별 가치없는 것이란 낙인이 찍힙니다.

참여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결코 이 올가미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노빠'라는 말은 어떤 사회적 세력을 특정하는 말이 아니라 어제 노무현을 비판했더라도 오늘 일부 동의하면 바로 '노빠'가 되는 것입니다.

'노빠'라는 일방적 개념이 어떻게 악용되는지 박근혜 패러디 사건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청와대의 여성모독으로 규정하고 나섰고 여성문제를 정쟁도구화하려는 시도를 보였습니다. 수구언론들도 이에 화답해 여성단체들이 박근혜 패러디 사건에 대해 이렇다할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여성단체들은 당연히 열린우리당편, '노빠 아니냐'는 비난에 내몰렸습니다.

그러나 과연 여성단체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서, '노빠'이기 때문에 침묵한 것일까요. 여성단체의 침묵은, 한나라당이 여성문제를 자신에게 유리한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시도가 명백히 보였기 때문에 여기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닐까요.

이경재 의원의 '주물러 달라는 거냐'는 발언이나 전여옥 의원이 강금실 장관에게 불륜 운운한 것에 대해 이렇다 할 문제제기가 없던 한나라당이 청와대가 관련된 일에 대해서만은 유독 여성인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 그 자체가 아닐까요.

수구 기득권 세력은 혐의를 들씌워 몰아붙이기에 능합니다. 일제시대엔 독립군들을 비적이라고 매도했고 반공주의 시절엔 빨갱이로 멀쩡한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이 밖에도 간첩, 좌익세력, 5·18때는 폭도 등등 생사람을 붙잡으려 수구세력이 '창조'한 단어는 무궁무진합니다. 최근의 '홍위병'도 마찬가지 용도고 이제 '노빠'라는 말도 그 범주에 들어가야할 상황이라면 너무 과한 걸까요.

말과 글은 사물의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노빠'라는 말이 나름대로 사회적 생명력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이제 '노빠'라는 말에 맞상대가 될 만한 말을 정해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이해 관계를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집단이 조선일보라는 점에서 '노빠'의 맞상대말로 '조빠'를 제안합니다. 조선일보를 보면 수구 기득권 세력의 생각하는 바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여론으로 위장한 채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려고 하지만 결국 조선일보의 목적은 일제시대부터 '지켜온' 수구세력, 그들만의 특권과 부를 계속 유지, 온존하려는 데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고 진실이 뭔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지만 "KAL기 사건 재조사는 김정일 답방용" "중국 해커 뒤엔 북한이 있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코미디 주장은 '조빠'들이 벌이는 유치찬란한 말장난으로 치부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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