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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농아대학생 국토대장정(이하 국토대장정)’에 나선 청각장애인 대학생들이 20일 오후 예정대로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지난 1일 부산을 출발, 대구, 대전, 천안, 수원, 서울까지 20일간 총 640km 대장정의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이번 국토대장정에는 청각장애인 대학생 23명과 건청인(비장애인) 대학생 21명, 총 44명이 참가했다.

▲ 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하는 농아대학생 국토대장정 참가 단원들
ⓒ 이철용
국토대장정은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회장 정민자, 이하 농대연)가 주관한 것으로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를 비롯한 많은 장애인 단체의 협력으로 가능했다.

20일간 전국 640km, 걸어서 국토순례

이번 한농연의 국토대장정은 청각장애인 대학생들의 힘들고 어려운 교육환경을 알리고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졸업 후 취업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있는 것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교육권, 취업권을 확보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 국토대장정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이철용
또한 청각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대학생들이 함께 참가해 청각장애인들의 고통과 사회에서 당하는 어려움을 깨닫고 모두가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 계기가 되었다.

국토대장정 참가단은 예정 시간보다 40분 가량 늦은 2시 40분 시청앞 서울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와 참가 대학생들의 가족들은 참가단이 서울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의 목소리를 높였고 기자들은 사진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후 3시, 간단한 기념촬영이 있은 후 본격적인 해단식이 진행되었다. 모든 순서는 수화로 진행되었고 부분적으로 통역이 있었다. 국토대장정의 대장을 맡은 정민자 농대연 회장의 감사 인사에 이어 참가자인 성인선씨는 "20일간 힘든 과정이었지만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가 해단식에 참가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리없는 외침,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한국농아인협회 김기범 부회장
ⓒ 이철용
축하의 인사를 맡은 한국농아인협회 김기범 부회장은 "농대연의 국토대장정은 기쁘고 뜻있은 일로 불가능한 일을 해낸 훌륭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 부회장은 “몰아치는 장마, 비바람, 태풍에 꺾이지 않고 물집 잡힌 걸음 걸음을 참으며 640km의 긴 장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2배의 노력을 해야 하고, 졸업 후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 진출에 있어 소외되는 현실에서 이제는 침묵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는, 스스로 권리를 찾으려는 이번 대장정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여러분의 귀환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부터 소리 없는 외침이 시작된다. 소리 없는 외침은 역사에 큰 의미를 담게 되고 전국 농아인에게 도전 정신을 보이게 될 것이다”라는 말로 격려와 함께 그들의 앞 길이 순탄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날 해단식에 참가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은 5년 전 농대연 출범 과정을 회상하며 “힘들게 출발한 농대연이 5년만에 국토대장정이라는 큰 일을 해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함께 하나가 될 때 교육권과 취업권을 얻을 수 있다”고 힘을 북돋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의 김대성 공동대표도 "하루 속히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교육과 취업에서 차별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장애 비장애 대학생들, “평생 가슴에 남을 좋은 기억”

▲ 국토대장정을 완주한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완주증
ⓒ 이철용
이날 해단식에서는 국토대장정을 성공적으로 치른 44명의 참가자들에게 완주증도 주어졌다.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 회장 명의의 완주증에는 "불가능, 그것은 나약한 사람의 핑계이다",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편견이다", " 불가능, 그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등의 구호가 기록되어 있었다.

해단식에서는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청각장애인 대학생과 비장애인 대학생들의 소감 발표도 있었다. 호남대학교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인 송수현씨는 “다리가 아프고, 머리도 어지러운 등 너무나 힘들었지만 인내심과 강한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며 “너무 힘들어 매일 아침 휴지로 눈물을 닦았지만 대원들이 이러한 마음을 이해해줘 끝까지 낙오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비장애인 참가자인 동양대학교 주창만씨는 “처음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여력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특별히 국토대장정 중에 진행된 세미나를 통해 장애인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이번 국토대장정의 대장을 맡은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 장민주 회장
ⓒ 이철용
이번 국토대장정의 대장을 맡은 전남대 미술학과 정민자(24) 전농연 회장은 참여 동기에 대해 “지난해 비장애인들의 국토대장정에 참가해서 많은 것을 깨달아 청각장애인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준비와 진행에 있어서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경제적인 것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주변에서 협조해줘 어려움 없이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다른 것은 문제는 없었지만 대장정에 사용된 3대의 차량이 잦은 고장을 일으켜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광장에 들어선 순간 어떤 감정이었느냐"는 질문에 정 회장은 “정말 감개무량해서 힘들었던 모든 것이 뒤로 넘어갈 정도로 감격스러웠다”며 “무엇보다 많은 대원들이 부상으로 걷지 못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해단식에 참여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44명 참가자, 한 명도 낙오 없이 완주

30분 정도 진행된 해단식은 청중들의 환호 속에 힘찬 함성과 단원들이 모자를 하늘로 던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국토대장정 참가 학생들의 가족들은 그때서야 서로 포옹을 하며 재회의 감격을 나눌 수 있었다.

▲ 가족들과 감격스런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이철용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은 지난 5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6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교육권연대가 함께 하지 못한 점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20일 농대연의 국토대장정 해단식과 국가인권위원회 단식농성 중단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일 오후 통보된 교육인적자원부의 공식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 이날 해단식에는 아쉽게도 대표단만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장애 비장애 대학생들
ⓒ 이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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