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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
지난 13일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 ⓒ 동아일보 PDF

최근 군 관련 사건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우익세력들이 반정부적 발언으로 국군을 선동하는 듯한 의견광고를 연이어 일간지에 게재하자 한 민주화운동단체에서 '내란선동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의견광고를 낸 우익진영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번 사안에 대해 청와대 역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파문이 예상된다.

아울러 이같은 의견광고를 게재하는 과정에서 특정신문이 내용 여과없이 광고를 게재한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며, 특히 광고 게재료를 할인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돼 이번 사안이 언론계로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전국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의장 강용재)은 지난 23일 “신문에 광고를 실어 국군의 내란을 선동했다”며 서정갑 육해공군해병대(예) 대령연합회장을 형법상 내란선동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문, 폭행 등으로 부상을 당한 1000여명의 인사들이 2001년 7월 결성한 단체이다.

서정갑 회장은 지난 13일 국민행동본부 명의로 <동아일보>에 '노정권은 대한민국 해체에 나서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이어 서 회장은 지난 21일과 23일 각각 국민행동본부, 국민협의회 명의로 '대통령은 군군통수권자의 자질이 없다', '국군은 헌법과 국가의 체제와 자유를 파괴하려는 그 어떤 위헌적 명령과 영향력도 거부해야 한다'는 요지의 광고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실은 바 있다.

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 "군사독재 부활기도이자 내란선동죄"

지난 23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군격려국민대회 장면.
지난 23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군격려국민대회 장면. ⓒ 남소연
서 회장은 13일 <동아일보> 광고에서 "의문사위의 국군음해, 간첩 영웅만들기, 망국적 천도강행, 대북방송 폐기, 애국언론 협박으로 노무현 정권이 대한민국 해체에 나서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국군은) 헌법과 국가를 배신하는 정권의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21일과 23일 광고에서도 “국군은 그 어떤 위헌적 명령과 영향력도 거부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은 고발장에서 "대령연합회는 '국군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되 헌법과 국가를 배신하는 정권의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는 문구를 통해 사실상 군 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라고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은 이에 대해 "'국가기관·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시킬 목적'(형법 87조)과 함께 '그 목적으로 문서, 도면 또는 언동으로 사람에 대해 그 행위를 실행시키고자 하는 결의를 조장하는 자극을 주는 것'(형법 90·92·101조, 국가보안법 4조)이 분명하다"며 "내란선동죄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조광철 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 사무국장은 “국민협의회는 과거 군사정권 당시 군 조직에 있던 사람들인데 이런 식으로 군사독재를 부활시키려는 언사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군사정권 희생자인 우리들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검찰이 내란음모죄 해당 여부를 조사해서 반드시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언련 등 "조선-동아는 쿠데타 선동에 동의하는가" 공개질의

한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은 24일 군을 선동하는 듯한 의견광고 게재 경위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각각 보냈다.

민언련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신봉하는 언론이라면 사실상 군부의 쿠데타를 선동,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담긴 광고를 함부로 게재할 수 없다"며 "혹시 쿠데타 선동에 동의하기 때문인가"라고 게재수락 이유를 물었다.

민언련은 광고비용 할인 의혹에 대한 책임있는 해명도 요구했다. 민언련은 또 "독일에서는 나치찬양이나 쿠데타선동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파괴를 도모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위헌으로 판정하고 있다"고 예시했다.

이와 관련 전태진(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광고내용 전체 취지로 볼 때 내란선동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이같은 경우 형법상 내란선동죄 및 민법상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변호사는 신문광고에 대해서는 "통상 신문사와 광고내용, 광고주는 별개 사안으로 보지만 민·형사상 위법성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풀이했다. 전 변호사는 "신문사가 위법성 논란이 되는 광고내용을 인지한 뒤 할인까지 해주면서 게재했다면 형법상 방조범 내지는 민사상 공동불법 행위 책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특히 신문사가 이들 단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광고료 할인을 해준 사실이 드러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일회성이 아니고 장기간에 걸쳐 계속 광고료를 깎아줬다면 부당하게 특정 광고주에 대해 유리한 가격을 해준 셈이 되므로 공정거래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정갑 회장 "표현의 자유"... 조선·동아 "공개질의문 받지 못했다"

그러나 서정갑 회장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서 회장은 또 "내란선동할 생각이 있었다면 숨어서 하지 뭐하러 공개적으로 했겠느냐"면서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고 일축했다.

서 회장은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발한 사람들이 과거에 숨어서 한 것처럼 그런 잣대로 우리를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간첩 출신이 4성 장군을 조사하게 하고 빨치산 출신을 민주화 운동자로 인정하는 등 행위에 대해 그런 비판도 하지 못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서 회장은 이어 "검찰이 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수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광고) 전체 내용을 보면 애국을 하겠다는 뜻인데 이걸 문제 삼는다면 생각을 달리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고 주장했다.

신문광고의 할인 의혹 제기에 대해 서 회장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는 이번 의견광고에 대한 고발사건 및 광고료 할인 의혹 제기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동아일보의 경영총괄팀 관계자는 "공개질의서는 받지 못한 상태이고, 고발사건도 파악하지 못했으므로 그 내용을 본 뒤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경영기획실 관계자도 "내용을 파악한 뒤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지난해에도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우익 보수단체들의 홍보용 광고를 깎아줘 우회적 지원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 단체들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조중동' 3사에 의견이나 홍보용 광고를 게재한 횟수는 조선일보 22회, 동아일보 12회, 중앙일보 11회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단체들이 3개 신문사에 게재하는 의견광고료는 통상 1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 광고료는 같은 크기의 다른 광고에 비해 1/2∼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당시 3개 신문사는 "차별단가를 적용하지 않았으며 여름철 비수기 광고사정을 감안해 저가 요청을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며 "특정단체를 지원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과 관련, "우려는 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답했으나 내심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광고가 나와서 군과 청와대의 관계에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면서 "하지만 공식회의에서 거론되거나 특별하게 대응방안을 결정한 게 없다"고 말했다.

"광고문구 수정요구 거부해 게재 무산"
<조선> 13일자에 광고 실리지 않은 이유

전국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이 서정갑 회장을 내란선동죄 혐의로 고발한 근거는 <동아일보> 13일자 의견광고에서 비롯됐다.

서 회장이 국민행동본부 이름으로 게재한 이 광고는 '노 정권은 대한민국 해체에 나서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국군을 믿는다'는 제목 아래 "국군은 헌법과 국가를 배신하는 정권의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조선일보>에는 해당 광고가 실리지 않았다. 서 회장은 이후 7월 21일과 23일자 의견광고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나란히 게재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에서는 "광고를 실어달라는 요청이 왔으나 문구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수정을 요구했으나 주최측이 거부해 결국 게재되지 못햇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광고 싣는 곳에서 '국군을 믿는다' 등 위험한 표현에 대해 수정하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도 실을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조선일보는 광고료 할인의혹과 관련, "요즘 신문광고 사정이 어려워서 깎아줄 수 있지만 특정 단체에게 특혜를 주는 할인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1일자와 23일자 광고도 안전지대는 아닌 듯하다. 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은 "우선 13일자 광고를 고발자료로 제출했는데 21일자와 23일자 광고도 법적 검토가 끝나는대로 혐의가 있다면 추가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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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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