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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 잡지를 구매하면 특별부록으로 화장품 세트를 준다는 안내 표지판
ⓒ 이인우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짜’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내의 각 기업에서는 시음행사, 착용행사, 테스트 이벤트 등 공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여기에 ‘무료신문’이라는 새로운 정보 매체가 생겨나기도 했고 인터넷 상에는 온갖 공짜와 무료라는 글귀로 네티즌의 시선을 끄는 이벤트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거의 없다. 결국 우리는 해당 업체에 그 어떤 형태로든 ‘공짜’와 ‘무료’에 대한 사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눈에 보이는 재화가 아닐지라도 개인의 신상 정보일 수도 있고, 사용자의 경험담일수도 있으며 소비자의 구전 효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되는 공짜와 무료에 대한 개념은 보다 확대되어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 등에서는 ‘덤’이라는 개념과 함께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나를 사면 또 하나를 준다거나 A를 사면 B를 덤으로 준다던지 하는 형태인데 이와 같은 사례는 출판시장에서도 오래전부터 통용되어 왔다.

출판시장에서 말하는 ‘별책부록’은 도서를 한권 더 준다는 의미의 단어로서 '덤'에 가깝다. ‘별책부록’은 주로 잡지를 구매하는 독자에게 제공되는데 어떠한 정보를 심층적으로 정리한 내용이거나 연예잡지의 경우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브로마이드 또는 영화 공식 포스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러한 ‘별책부록’의 개념이 단순 ‘부록’의 형태로 바뀌면서 그것이 인쇄물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책자 이외의 ‘부록’으로 제공되기 시작한 것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컴팩트디스크(CD)였다. 컴퓨터 잡지의 경우 프리 소프트웨어를 담아서 제공했으며 여성잡지에서는 흘러간 팝송과 포크송을 CD에 담아서 독자들에게 부록으로 제공했다. 그러던 ‘부록’의 형태가 점점 경쟁되는 양상을 보이게 되면서 유명 화장품의 샘플로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화장품 샘플이 아닌 정품에 가까운 수준의 형태까지로 제공되고 있다.

▲ 한 여성지에서 특별부록으로 제공한다는 된장.
ⓒ 이인우
현재 여성잡지 부록으로 화장품은 가장 보편적이 되었으며 슬리퍼, 가방, 모기약, 사진집, 음악CD, 우산, 모자, 티셔츠, 스프레이 스타킹에 심지어 해저 심층수와 된장, 쌀밥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한다. 이쯤 되다 보니 서점의 여성지 코너는 마치 슈퍼마켓의 상품을 진열해 놓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종로의 한 서점 여성잡지 코너에서 만난 직장인 제정인(32)씨는 “사실 부록 때문에 책을 선택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잡지의 내용을 보고 선택하게 되는 경우보다는 같은 분야의 잡지라면 부록이 있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인데 결국 이것은 제공되는 부록이 잡지의 내용보다 선택 기준에 우선한다는 이야기다.

▲ 상상을 초월하는 잡지 부록. 운동화, 가방, 우산, 화장품 등이 보인다.
ⓒ 이인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시특가’라는 가격 표시로 원래 책정 고시된 도서가격에 부록의 가격을 포함해서 발매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출판사의 마케팅 비용을 떠넘기는 것이 되는데 이와 같은 불합리한 ‘부록’제공은 자제되어져야 할 것이다. 서점에 진열된 약 50여종의 여성지 중에서 부록을 제공하지 않는 잡지는 하나도 없었다. 최소한 별책부록과 CD등의 고전적인 형태라도 ‘부록’은 제공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형서점의 계산대에서는 잡지와 부록을 따로 제공하는 곳도 생겨나게 됐다. 책보다 부피가 큰 부록 또는 깨질 수 있는 유리 재질의 부록, 심지어 신발과 옷의 사이즈까지 구분해서 독자들에게 부록으로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서점 입장에서는 잡지 부록만을 전담하는 계산대가 따로 배치되기도 한다.

▲ 국내에서 발행되는 50여 여성잡지 중 부록이 없는 잡지는 하나도 없다.
ⓒ 이인우
결국 이와 같은 출판사간의 ‘부록’경쟁은 잡지의 내용과 질보다는 경쟁사보다 좋은 부록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시되는 현상을 낳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는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등의 폐해만 낳았다. 분명 잡지는 잡지 속의 내용과 신선한 정보가 생명이며 새로 출시된 유명 화장품 메이커의 샘플보다는 한 페이지의 유익한 생활 정보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른 부록제공 마케팅은 출판사와 독자 그리고 상품을 제공하는 업체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적극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화장품 샘플, 조악한 중국산 고무샌들 등과 같은 생색내기 부록이 아닌 여성잡지가 가지는 고유한 영역과 관련한 상품들을 독자에게 홍보하고 제공하는 부록 서비스는 오히려 권장할 수도 있겠다. 정기구독자를 위한 서비스 차원의 부록제공을 포함해서 말이다.

▲ 모기향부터 해양심층수까지 그 종류도 다양한 잡지 부록
ⓒ 이인우
▲ 인스턴트 쌀밥까지 부록으로 제공하는 지경에 이른 우리의 잡지 부록문화
ⓒ 이인우
언제부턴가 잡지의 내용과 정보 보다는 ‘부록’과 ‘임시특가’라는 이름으로 독자에게 상품의 일부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 버린 것이 여성잡지 시장의 현실이다. 잡지의 내용과 질로서 독자에게 선택되기보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록’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 또한 현실이다. 우리 고유의 패션, 인테리어,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보다는 유수의 외국 잡지 브랜드를 한국어판으로 발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되었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 발로 뛴 기사내용보다는 감각적인 패션과 화장품 광고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늘의 여성잡지는 분명 변해야 할 것이다.

상상초월의 불필요한 부록보다는 알찬 정보와 신선한 뉴스가 가득한 여성잡지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필자만의 혼자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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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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