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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잡혀 의금부로 압송된 옴 땡추 일행은 모반을 했음에도 의외로 거친 취급을 받지는 않았다. 특히 옴 땡추 박충준은 다른 죄수들과 떨어져 제법 볕도 드는 옥사에 칼이나 차꼬도 씌워지지 않은 채 자리까지 제대로 깔린 곳이 마련 될 정도였다. 해가 진 후 박종경이 홀로 조용히 옴 땡추를 찾아와서는 옥사장에게 술과 밥을 내어 오라 일렀다.

"귀하신 분께서 여기는 어인 일이옵니까?"

옴 땡추는 여유 만만한 투로 말했고 박종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옴 땡추를 다그쳤다.

"어찌하여 자네는 그런 헛된 욕심을 부렸는가? 이건 숫제 내 목 줄기에 칼을 들이 데는 것이었네."

"허허허"

옴 땡추는 옥사장이 막 가져온 술상에 놓인 백숙을 뜯어 입에 넣었다.

"거 옥사에서 먹는 고기 맛이 꿀맛이외다."

박종경은 옴 땡추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그를 노려보며 술을 따라 줄뿐이었다.

"대감, 그건 제 욕심이 아니외다."

술 한잔을 털어 넣은 옴 땡추는 박종경을 마주 노려보며 말했다.

"나와 함께 한 모든 이들의 욕심이외다. 대감을 비롯한 많은 대신들께 많은 부를 쥐어주었소이다. 알고 보면 그 재화는 국고로 가야 할 것인데도 말이오! 우리가 왜 그랬는지 아시오? 허수아비나 다름없고 앞뒤가 꾹 막힌 왕실보다는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대신들이야말로 우리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리라 여겼던 것이오! 그런데 대체 받아먹기만 했지 해 준 게 대체 뭐냔 말이오!"

"이 사람 목소리가 너무 크네!"

박종경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술을 권하며 옴 땡추의 말을 끊었다. 옴 땡추는 술 한잔을 받아들고 죽 들이킨 후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우리 몫을 알아서 찾아먹기 위해 나선 것이외다."

이번에는 박종경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어설프게 대역죄를 저질렀으니 그까짓 몫이 무슨 소용인가? 자네의 목이 떨어질 참인데!"

"그렇게 되면 대감께오서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다른 대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외다. 나라에서 주는 녹으로 살며 죽어라 땅이나 헤집는 농민들이나 족치다가 '저 대신을 잡아 죽여라!' 하는 민란이나 맞이하게 될 것인데 말이외다."

"그럴 리가 있겠나? 무지렁이 농민들이 들고일어난다고 해서 조정대신 중에 무서워할 이도 없거니와......"

박종경은 코웃음까지 쳐가며 옷자락을 휙 걷어올렸다. 그 바람에 상위에 놓인 술병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어이쿠! 어쩌면 더 먹을 수 있을지 기약 없을 이 귀한 것을......"

옴 땡추는 쩔쩔 매며 급히 술병을 세웠다. 박종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헛기침을 하며 등을 돌렸다.

"내일 다시 국청이 있을 것이네. 묻는 말에나 대답하면 될 것이고 괜히 더 할 것도 없네. 알겠나?"

옴 땡추는 빙긋이 웃으며 아예 술을 병째 들이켰다.

"죄인 박충준은 듣거라! 이 공초에 있는 사실이 틀림없으렷다!"

국청을 맡은 원임대신의 말은 우렁찼지만 왠지 맥이 없어 보였다. 원임대신이 공초에 적힌 사실을 읽으면 옴 땡추는 모든 것을 다 인정했고 대답이 충분치 않다며 고문을 가하는 일조차 없었다. 오히려 옆자리에 묶인 키다리 땡추 채수영이 의아해 할 정도였다.

"들어라! 모반을 일으키려다 여의치 않자 스스로 고변을 한 주동자 채수영은 참수형에 처한다! 죄인 박충준의 죄 또한 크지 않으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참수만은 면해주며 장(丈)100대를 때린 후 삼천리 밖으로 귀양보낸다."

뒤늦게 채수영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닫고서는 울부짖으며 옴 땡추를 보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목청껏 하소연했다.

"이럴 수는 없사옵니다! 모든 일은 저 자가 꾸민 것인데 어찌해서 소인에게는 제대로 사실을 물어보지도 않으며 죄를 모조리 뒤집어씌우는 것이옵니까!"

"내 이놈! 닥치지 못할까! 형리는 뭘 하느냐! 저 놈에게 매질을 해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지 못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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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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