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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수련
자주색 수련 ⓒ 양주승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신비롭게 피어 가장 깨끗하게 살다 가는 연꽃, 그 화려한 아름다움만으로는 부족해 장엄하고 신비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연(蓮)은 빗방울이 고이면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함께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미련 없이 쏟아버린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린다.

적게 가질수록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 짐이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기 때문일까?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있으며, 또 애써 가지려고 하는가? 어느 날 우리는 적게 가진 그것마저도 다 버리고 갈 우리 아닌가.

백련대축제 전야제 불꽃놀이 합성사진
백련대축제 전야제 불꽃놀이 합성사진 ⓒ 무안군청 제공

지난 주말 '생명의 꽃, 평화와 빛의 순례'를 테마로 한 제8회 무안백련대축제를 다녀왔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회산, 백련지(白蓮池)는 10만여평 저수지 가득 백련과 홍련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으면서도 이제야 그 아름다움의 신비를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내내 아쉬웠다.

ⓒ 양주승

ⓒ 양주승

백련은 홍련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연분홍 빛깔의 꽃봉오리는 수줍은 소녀의 얼굴에 피어난 홍조처럼 예뻤다. 280m에 이르는 백련교 나무다리와 돌징검다리 아래 군락 지어 피어난 샛노란 물양귀비, 또 멸종 위기에 있다는 보랏빛 꽃잎의 가시연, 앙증맞은 노란개연, 애기수련, 순채, 물옥잠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수십여종의 수생식물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났다.

280미터의 나무다리 아래 피어난 백련과 홍련을 맘껏 즐길수 있다
280미터의 나무다리 아래 피어난 백련과 홍련을 맘껏 즐길수 있다 ⓒ 양주승

백련
백련 ⓒ 양주승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인 백련(白蓮)은 7월과 9월 사이에 계속해서 피고 지는데 꽃의 수명은 약 3일 정도. 다행히 올해는 태풍이 크게 불지 않아 연꽃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흐트리지 않고 곱게 피었다고 안내를 맡은 봉사원이 설명해 주었다.

노란개연
노란개연 ⓒ 양주승

홍련
홍련 ⓒ 양주승

페르시아에서 꽃 중의 여왕은 연꽃이었다. 그러나 연꽃은 밤만 되면 잠만 자고 다른 꽃들은 돌보지 않자 모든 꽃들이 이 사실을 알라신에게 고자질하여 연꽃을 내쫓고 흰장미를 꽃 중의 왕으로 삼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연꽃이 밤만 되면 잠을 자는 이유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추리해 보았다.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은 숲 속에서 다른 꽃들과 어울려 살면서 뜨거운 태양이 내리쪼이면 큰나무 그늘에 쉴 수도 있는데 연꽃은 숲이 아닌 물 위에 피어나기 때문에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없어 밤이 되면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이 아닌가하고….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여인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연꽃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시간은 동이 트는 새벽이다. 그래서 연꽃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으려는 마니아들은 새벽 시간을 택한다.

노란 물양귀비 곁에서 노니는 물오리 한쌍
노란 물양귀비 곁에서 노니는 물오리 한쌍 ⓒ 양주승

오래 전 이곳을 둘러 본 법정스님은 "마치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한 두근거림과 감회를 느끼고 살아 있는 기쁨을 누렸다"고 예찬했다고 한다.

"나는 연을 사랑하나니 연꽃은 진흙 속에서 났지만 더러움에 물들이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이 비고 밖이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도 없다.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으며 우뚝 서있는 모습은 멀리서 보아야 참맛을 느끼게 하니 연은 꽃 가운데 군자이다."(송나라 유학자 주돈이의 연꽃 예찬)

ⓒ 양주승
백련지가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로 자리잡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60~70여년 전. 저수지 근처에 살던 정수동이라는 노인이 백련 12포기를 구해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은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97년 연꽃축제를 처음 시작한 이후,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이한 백련대축제는 14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생명의 꽃, 평화와 빛의 순례'라는 테마로 전남 무안군 일로읍 회산 백련지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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