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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해가 떠오르는 이른 아침, 포도청 문 앞을 지키는 포졸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가끔씩 포도대장 서영보가 문을 열고 나와서는 포졸들이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면 크게 꾸지람을 하곤 했기에 이 시간은 한치의 방심도 할 수 없었다.
"저거 아침부터 웬 놈들이지?"
포졸 하나가 포도청으로 흉흉하게 달려오는 일단의 무리들을 보고서는 뭔가 느낌이 안 좋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리들 중 하나가 포졸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희들 포교들의 집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포졸들은 아침부터 재수 없는 미친놈들이 찾아왔다고 투덜거리며 대답에 응해주지 않았다.
"너희들이 대답해 주지 않겠다면 우리가 직접 들어가 포도대장에게 물어 보겠다."
사내가 무작정 들어서려 하자 포졸이 창대를 거꾸로 들어 배를 힘껏 찔러대어 사내를 밀쳐냈다. 사내가 배를 움켜쥐며 주춤하는 것과 동시에 그 무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포졸들을 두드려 팬 후 문을 열었다.
"이 사람들! 진정하게!"
창대에 배를 맞은 사내가 말렸지만 이미 그 무리들은 폭주상태였다. 마주치는 족족 숙직 포교와 포졸들을 구타하며 그들은 포도대장이 있는 곳까지 몰려갔다.
"어서 몸을 피하시옵소서! 폭도가 난입했사옵니다!"
포졸이 달려와 급히 포도대장에게 말하자 서영보는 대충 옷을 챙겨 입은 후 칼을 빼어들었다.
"포도대장이 어찌 포도청을 떠난 단 말이냐! 대체 어떤 놈들이냐!"
서영보가 보니 포도청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폭도들은 몽둥이를 들고 보이는 대로 사람을 두드려 패고 있었다.
"이놈들!"
폭도들은 칼을 든 서영보가 나타나자 포도대장임을 알아채고서는 이미 사로잡은 포교 김언로와 포졸들을 끌고서는 서둘러 포도청을 나갔다. 폭도들은 김언로와 포졸들을 위협해 포교들의 집으로 향했다.
"모두들 나오시오! 큰일났소!"
문을 지키다가 얻어맞은 포졸이 재빨리 포교들이 사는 곳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뒤를 이어 폭도들이 백위길의 집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백가 포교놈은 나오너라!"
폭도들은 문을 뜯어내어 방안에 들어섰지만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눈치를 챈 백위길이 급히 몸을 빼내었기 때문이었다.
"이놈들! 여기가 어딘 지나 알고 소란들이냐!"
폭도들이 뒤를 보니 한 무리의 포교들이 제각기 손에 몽둥이, 낫, 도리깨를 들고서는 늘어서 있었다.
"어라? 네 놈들은 일전에 잡아 놓았던 별감과 궁중의 하속들이 아니냐?"
포장 박춘호의 말에 포교들은 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별감과 하속들은 당황해 하며 한곳으로 뭉쳐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잡아라!"
별감과 하속들은 포교들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몽둥이로 견제해가며 몸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사로잡았던 김언로와 포졸들을 떠밀어 보내 포졸들의 전진을 막아내었다. 포교들은 별감과 하속들을 뒤쫓는 것을 멈추고 사로잡혔던 사람들의 상태를 돌보고서는 일제히 포도청으로 달려가 포도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래? 이 놈들의 기강이 어찌 이리 해이했단 말인가! 내 지금 입궐해 이 사실을 주상전하께 아뢰겠다!"
포도대장 서영보도 분을 참지 못해 펄펄 뛰었다. 격앙된 포교들은 이미 입궐한다는 핑계로 종적을 감춰버린 별감과 하속들의 집을 지키고 앉아 돌아오는 족족 잡아서 족치고 보자는 주장을 펼쳤지만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에 부딪혀 수그러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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