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위대의 이같은 해외 진출 활동은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한 매우 위험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태평양 전쟁을 통해 동아시아 거의 전역을 무대로 일제 식민지를 건설하려 했던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서는 이같은 모습에 대한 비판 혹은 우려의 시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평화 헌법 개정에 대한 합리화 논리에 동조
일본 내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관련 기사([상편] 우측 하단에 위치한 <자위대 ‘정식군대’ 된다>)도 다를 바 없다. 정권현 특파원은 전쟁 포기와 전수방위 원칙을 명기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정식 군대를 가지려 하는 일본 내 동향에 대해 우려나 비판의 목소리보다는 이라크 파병을 통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헌법 9조의 실상만 늘어놓으며 오히려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전쟁 포기와 전수(專守)방위 원칙을 담고 있는 이 헌법 규정에 따르면 자위대는 정식 군대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일본의 개헌론은 냉전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전환을 계기로 탄력을 얻었다. (중략) 헌법 9조가 상징하는 ‘평화헌법’은 올초 이라크 파병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조선일보 8월 11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상) <자위대 ‘정식군대’ 된다> 中)
실제로 지난 12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일본이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서 헌법9조를 음미(吟味)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처럼 미일간 공조를 통해 실제 헌법 개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무비판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일동맹 강화를 위한 일본의 모습을 배우라
조선일보는 [중편] <미군의 ‘아시아 허브’로 - 일 정부, 미군 역할확대 대대적 지원>에서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미군 지원 양상을 소개하면서 주한미군 지원에 미온적인(?) 한국정부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일본 자위관 사택 건설 경비가 대략 한화로 1억원이다. 반면 미군 사택 건설 경비는 3억원 정도. 손님 대접치곤 융숭하기 짝이 없다. 왜 주일미군사령관 사택에 목욕탕이 3개나 되는지 비판은 있지만, 국익을 위해 입을 꾹 다문다. 안보불안 때문에 수출에 차질이 생겨 경제가 나빠지면 더 손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8월 12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중) <일, 미군 지원예산 연 7조> 中)
안보불안과 경제 불안 그리고 국익 개념은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으로 조선일보가 줄곧 역설해 온 근거와 일치한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와 주일미군 사이의 긴밀한 협조 관계를 내세우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 내에서의 미군 철수 움직임에 대해 일침을 놓고 한국 밖으로 나가려 하는 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기 위한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듯 한다.
조선일보의 한국 내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과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은 다른 기획기사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감축계획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과 정반대로, 일본에서 주일 미군은 대대적인 시설확충 속에 역할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중략) 주일미군 재편을 계기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일체성은 한층 진전될 것이며 이는 곧 일본의 국방력과 국제적 위상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일본의 리더들은 생각하고 있다. (조선일보 8월 14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중) <일 정부, 미군 역할확대 대대적 지원> 中)
게다가 위에 인용된 기사 속에서 볼 수 있듯이 조선은 미일동맹에 대한 지지에 가까운 논조도 숨기지 않는다. 현재 한반도에서의 미일동맹은 97년 합의된 미일신가이드라인과 98년 미사일방어체제(MD) 기술연구 합의, 2003년 이라크 전쟁지지 표명 등으로 한반도 긴장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는 전쟁 동맹의 모습을 띠어 가고 있다.
게다가 작년 6월 노무현 대통령 방일 기간 중 합의된 유사법제 3법으로 인해 한반도 유사 사태시 일본의 개입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공고화되는 미일동맹을 소개한 기사 속에서 미일간 긴밀한 공조 속에서 위협받는 한반도 평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8·15의 이름을 빌린 조선일보의 기만적인 '민족지' 행세
8·15를 맞이해 조선일보가 기획한 특별 기사라지만 기사 속에서 군사대국화 되어 가는 일본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시각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과거 일본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위대 해외 파병과 평화헌법 개정, 미일 동맹 강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소개와 동조 일변도의 논조, 찬탄과 시기의 심정만이 가득 차 있다.
최근 친일진상 규명 문제가 정국의 화두가 되면서 과거 조선일보가 보였던 친일매국 행위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과거 친일매국 행위보다 더 중요한 청산의 과제는 현재의 친일‧친미 행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선일보의 8·15 기획 기사 속에서 과거의 자기 행태를 오히려 더 자기 확신을 가지고 되풀이하고 있는 조선의 모습만 보게 된다.
조선은 과거의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현재의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생존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도 민족적인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8·15의 이름을 빌린 조선일보의 기만적인 ‘민족지’ 행세를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