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빈곤층 지원'" "정신 나간 자활기관… 빈곤층 지원보다 운영비에 예산 더 써" "자활기관 '잿밥에 더 관심'" "빈곤층 자활지원 이대론 안 된다"
지난 7월 27일, 자활후견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재무감사결과가 발표되자 각 언론사들은 자활후견기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K일보는 "가난한 사람들의 '홀로서기'를 돕기 위해 나라 돈으로 운영되는 자활후견기관 가운데 일부가 본래 목적의 사업비보다 직원 인건비나 사무실 운영비로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2001∼2003년 3년 연속 사업비보다 운영비를 더 많이 쓴 기관도 6곳이나 됐다. 10개 기관은 빈곤층의 창업이나 수익 사업 지원을 위해 반드시 구성하게 돼 있는 자활공동체를 3년간 한 차례도 구성하지 않는 등 자활사업을 게을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S일보도 감사 결과만을 토대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전국 209개 자활후견기관의 예산 집행 실적을 분석한 결과 17곳(8.1%)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빈곤층의 자활지원보다 기관운영에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곳(4.8%)은 빈곤층의 창업 지원 등을 위해 반드시 구성토록 돼 있는 자활공동체를 3년간 단 한 차례도 구성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은 정부로부터 많게는 연간 3억27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 받았으나 주 업무인 자활근로사업 등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를 사용했다. 경기도 광주 자활후견기관의 경우 기관 운영비로 4870만원을 썼으나 자활지원엔 451만원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를 토대로 전국 232개 기관 중 15개 기관을 지정 취소 또는 통폐합시키고 11개 기관에 대해 주의ㆍ경고를 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감사원, "32개 기관 중 15개 기관 취소 통폐합"
이 기사와 감사원의 발표만 보면 마치 자활기관이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고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구체적인 현실을 살펴 보면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다는 것이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14일 한국자활후견기관노동조합 충남지부를 비롯하여 민주노동당 충남지부, 민주노총 충남본부, 천안시민단체협의회 등은 '감사원재무감사에 따른 조치계획 즉각 철회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4년도 감사원재무감사결과에 따른 자활후견기관에 대한 조치계획'은 기본적으로 자활사업 현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자활후견기관의 종사자와 참여 주민을 무시하는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기관운영비가 목적사업비를 초과한다"는 것과 "3년간 자활공동체를 구성하지 못한 기관이 있다"라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목적사업비는 자활근로사업비를 말하는 것으로 자활근로예산은 자활후견기관이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자활후견기관에 배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당연히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물어야 한다. 그리고 자활공동체 설립은 자활후견기관 사업의 일부일 뿐인데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활공동체를 구성하지 못한 기관에 대하여 지정취소 및 통폐합을 운운하는 것은 자활사업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천안자활후견기관 박찬무 공동체 지원팀장에 따르면 자활후견기관은 저소득 주민들이 일을 통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이다. 읍ㆍ면ㆍ동 사무소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조건부 수급자를 조사 판정하여 민간단체인 자활후견기관에 자활 근로를 위탁하게 된다. 이들은 '자활근로사업단'으로 2년 동안 정부의 지원(비율= 인건비6 대 사업비4 )을 받게 되며 3년 이내에 지자체가 인증하고 독자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자활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
박 팀장은 "감사원은 '자활공동체 설립이 미비하다'고 지적하는데 경기 침체로 대기업들도 힘없이 쓰러지는 상황에서 3년 내에 수익을 발생하여 자활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게다가 자활후견기관의 활동 목표가 자활공동체의 설립ㆍ운영지원뿐만 아니라 자활 의욕 고취, 정보 제공, 직업 훈련 및 취업 알선, 간병 사업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자활공동체 설립 미비의 이유만으로 관련 기관을 지정 취소 및 통폐합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팀장은 "감사원은 기관운영비(실무자 6명을 기준으로 년 1억5천만원, 최근 지정 기관은 8천만원 정도로, 실무자 인건비와 기관을 운영하는 데 드는 일체 비용)가 목적사업비(자활근로사업에 참여는 주민들의 급여, 사업단 홍보비, 교육비 등 일체 비용)를 초과 집행한 기관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목적사업비는 지자체에서 기관운영비와는 별도로 예산을 확보하여 지급하기 때문에 자활사업에 의지가 있는 지자체는 후견기관에 충분한 예산을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신청한 예산을 반 이상 깎아서 지급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문제를 자활기관에게 떠넘겨서는 안 돼
그는 "일부 지자체는 지방선거 시기가 되면 자활기관에 의탁하지 않고 공공근로 사업 등을 통해 재정을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후견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자치단체의 문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법상 자치단체는 자활후견기관의 사업단과 자활공동체에게 우선 구매와 우선 용역 발주권을 주도록 돼 있는데 천안의 경우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지자체의 자활에 대한 의지와 관심의 부족을 자활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안시청 사회복지과 담당 공무원은 "자활후견기관 사업단에 우선 구매와 용역 발주권을 주지 않는 것은 모든 지자체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부서에게 건의를 할 순 있지만 법적인 강제 조항이 아니라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자활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복지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자료에 따르면 신입 9급 공무원 월 평균 급여가 약 145만원인 데 비해 자활 4급 대졸 신입은 약 109만원이 고작이다. 박 팀장의 경우(4인 가족)에도 근무 경력이 4년이 다 되었지만 최저생계비를 간신히 넘는 급여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박 팀장은 "언론들이 마치 자활후견기관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을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사람들'로 부도덕하게 몰아가고 있는데, 이 일은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전국적으로 실무자들의 이직율이 13개월을 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활노조 충남지부 정경록 지부장은 "비록 몇몇 자활이 통폐합되고 허가가 취소되는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가치관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치 계획은 재활사업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없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앞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조치계획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자활지원과 담당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동의한다. 효율성이 없는 자활기관을 방치할 순 없다. 지역자활기관의 경우 지자체의 협조 부족이 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자활기관의 효율성 부족 문제를 정당화시킬 순 없다. 조치 계획에 해당된 기관에 소명 기회를 주겠으며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생산적 복지'를 시종일관 주장해온 정부가 효율성에 집착한 나머지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자활기관 실무자들의 의욕마저 꺾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