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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포교놈들이 무모한 신출내기 포도대장을 믿고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 이거지?"

궁중의 별감과 하속들은 크게 격앙되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럴 게 아니라 전에도 그랬듯이 당장 포도청으로 달려가 박살을 내 버립시다! 포도대장이 파직되고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했으니 지금 달려가면 누가 우리를 막을 수 있겠소?"

"그래! 가자!"

별감과 하속들은 몽둥이를 들고서는 포도청으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종사관들과 포졸들은 이러한 일에는 대책이 없다며 미리 몸을 피했지만 포교들은 매번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며 육모방망이를 휘둘러 맞서기 시작해 포도청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람들의 머리가 몽둥이에 맞아 터져 나갔고 포교들은 포도청의 가장 안쪽인 군관청까지 밀려 나갔다. 포교 김석로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창을 뽑아들고 찌르기 시작했고 두 어명이 창날에 허벅지를 찔려 주저앉았다.

"이젠 포교놈이 사람을 죽인다! 저 놈을 잡아라!"

결국 수에서 밀린 포교들은 잡히면 뼈도 못 추린다는 심정이 되어 담을 넘어 이리저리 도주하기 시작했다. 하속들은 옥문을 열어 죄수들을 모두 풀어 버리고선 분풀이로 군관청을 때려부순 후 도주한 포교들을 찾아서 이리저리 몰려 다녔다.

몽둥이를 든 채 서슬이 퍼렇게 돌아다니는 이들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고 길거리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이들을 피해다녀야 했다

"저기 저놈이다! 저 놈이 창으로 찌른 놈이다!"

먼저 집중적으로 추격을 당한 김석로가 하속들에게 발각이 되었고 얼마 못 가 붙잡히고 말았다. 하속들은 김석로를 땅바닥에 쓰러트린 후 몽둥이질과 함께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이놈들 그만두거라!"

뒤늦게 백위길이 특이한 복색을 한 자들을 데리고 와 하속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반촌인 박팔득과 그의 동생 패거리들로서 매우 날렵했고 사납기 짝이 없었다.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되어 하속들이 도주하기 시작했고 백위길은 쓰러진 김석로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미 김석로는 팔다리가 부러진 데다가 입에서 피까지 토하고 있었다. 급기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금위영에서 병사들을 풀어놓은 뒤에야 난리는 겨우 그칠 수 있게 되었다.

"의원! 의원을 부르게!"

박살이 난 포도청 안에는 온통 다친 포교들로 넘쳐났고 뒤늦게 나타난 종사관들은 의원을 찾으며 생색을 내었다. 결국 심한 부상을 당한 김석로가 그 날 저녁 세상을 떠났고 이 일은 조용히 넘어 가기에는 크다고 여겨져 비변사를 통해 어전회의에 올려져 성토를 당했다.

"대관절 근래에는 기강이 해이하여 백성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아 완악하고 어리석은 무리들이 조금만 패거리가 생기면 으스대고 짐짓 죄를 범하여 못하는 짓이 없는데, 이를 다스리지 못하면 난리가 나는 법입니다. 아랫것들을 단속하지 못하여 이렇듯 소동을 일으킨 일은 그 잘못이 매우 크니, 형조 참의를 파직하소서."

비변사의 대신들은 곁으로는 강하게 이 사건을 성토하는 듯 하면서도 애꿎게 말단직이라 할 수 있는 형조 참의를 파직하라는 선에서 무마시키려 했다. 이러자 비변사의 처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궁중 안팎으로 커져 갔다.

"아무리 원수가 져도 그렇지 대관절 궁중의 하속들이 낮은 곳으로 보는 전하의 귀와 눈이라 할 수 있는 포도청을 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일의 배후에는 뭔가가 있을 것이야."

결국 이런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형조 판서와 형조 참판이 벼슬을 내어놓았다. 왕은 이를 받아들이며 하교를 내렸는데 오히려 포도청을 탓하는 내용이었다.

"평소 백성을 학대하고 횡포를 부려 해를 끼쳤음은 이 일을 보아 족히 알 만하다. 진실로 일푼의 기강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이러한 변괴가 있었겠느냐? 포도청의 기강을 엄히 세우고 추후 이런 일이 있으면 엄히 벌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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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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