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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사의를 표명한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위원장.(자료사진)
ⓒ 이종호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이 24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자 이 소식을 접한 민간위원들은 "한마디로 충격"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동안의 회의석상에서 '낌새'를 알아차릴만한 어떤 징후도 언질도 없었기 때문이다.

신행정수도추진위 민간위원인 권원용 시립대 교수는 "나도 방금 소식을 들었다, 쇼킹한 이야기"라며 갑작스런 김 위원장의 사의표명에 얼떨떨해 했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너무 뜻밖이어서 이해가 안된다"고 했고, 황희연 충북대 교수도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잇단 구설수, 주변 인사의 반대 목소리에 부담 느꼈을 것" 지적

김 위원장은 공식적인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사실상 풀타임으로 근무해야 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량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민간위원은 없었다. 오히려 언론을 통해 종종 터져나온 '말실수'가 김 위원장을 괴롭히지 않았겠느냐는 반응이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지난 회의까지만 해도 아무 무리 없이 회의를 잘 진행했다"고 전하며 "언론을 통해 자꾸 구설수에 오르는 것 때문 아니겠느냐"고 사의 이유를 추측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과 가까운 분들이 반대쪽에 가 계셨던 부분들도 적잖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최상철 서울대 교수가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김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점이 김 위원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행정수도 건설 사업 큰 영향 미칠까?

민간위원들은 일단 김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된다 하더라도 신행정수도 건설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행정수도 입지선정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이미 마무리된 탓이다. 게다가 이해찬 국무총리가 추진위의 한축을 담당하면서 업무를 꼼꼼히 챙겨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입지를 정해 놨으니 앞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 근거로 "그 전까지는 민간위원장의 역할이 컸지만, 지금은 국무총리가 직접 챙기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병이 서울대 교수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하는 것이고 정부의 정책 아니냐"며 "위원장이 바뀌었다고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체제만큼 원활하게 추진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쾌활한 성품과 두터운 신망의 공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진행은 되리라 보는데 진행 과정에서 현재만큼 원만하게 진행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차기 위원장, 김안제 교수만큼 신망과 전문성 갖춰야"

민간위원들은 차기 민간위원장의 자격요건을 전문성과 신망을 중요시했다. 최적임자는 김안제 위원장이지만, 불가피하게 사퇴하게 된다면 그에 준하는 만큼의 도덕적 신망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명망있고 국민적 합의를 이끄는데 도움이 될만한 분이 오셔야 할 것"이라고 했고, 양병이 교수는 "원만하고 조직과 여론을 잘 추스를 수 있는 분이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감안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희연 교수도 "실무적 스타일의 후임자로는 이 조직을 끌고나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전문성이 갖춰야 하면서도 그 위치에 걸맞는 사회적 위상이나 그간의 업적 등이 어느 정도 공감을 일으킬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아마 후임자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문일답] 김안제 위원장 "사의표명 자의다"

(서울=김화영 기자) 사의를 표명한 김안제(金安濟)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은 24일 "신행정수도 입지를 잘 정해놓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사의표명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중앙청사 내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정부가 신행정수도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왜 그만 두려 하나.
▲지금까지 총력을 기울였다. 이제 고비를 넘었다. 입지선정까지 참으로 어려웠다. 입지선정까지가 하나의 큰 계기였다. 이제부터는 토지매입, 도시계획 등 실무(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도 김 위원장께서 계속 맡아 하는 것이 낫지 않나.
▲첫째 힘이 든다. 이전하는데까지 가자면 2012년이고 이후의 일도 있다. 올림픽에서 100m달리기는 혼자 하지만 500m가 되면 계주를 한다. 혼자 1천m를 뛰는 것과, 그것을 5명이 계주로 뛰는 것을 놓고 시간계산을 해보면 전체 시간은 계주가 짧게 걸린다. 혼자 1천m를 뛰어가면 나중에는 속도가 느려진다. 아무리 힘이 좋고 지혜롭고 머리가 좋아도 7-8년을 혼자하면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고 진이 빠지게 마련이다. 제 임기는 2년이지만 일에는 고비가 있다. 한 고비 넘고 이제 바통을 넘기는 것이다. (그동안) 입지를 잘 정해놓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의 표명은 자의인가. 언제 했나.
▲자의다.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에) 들어가서 김병준 정책실장에게 말했다.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한 지 오래됐나.
▲최종 입지를 발표한 뒤 `이것이 한 고비다. 다음에는 위원회가 뭘 할까'하는 생각을 했다. 여기까지가 제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했고, 시간이 가면서 굳어졌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압력을 넣었으리라는 추측도 있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나가지 않았다. 그토록 열심히 했는데... 혼자 판단한 것이다. 사의를 표했더니 청와대도, 국무총리도 놀라더라. 후임자를 걱정하길래 제가 "후임자를 구해서 이.취임식 할때까지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후임자를 추천했나.
▲거명하지 않고 기준만 제시했다. 신행정수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고, 대내외적으로 신망이 있어야 한다. 또 현재 추진위원장의 법적 지위가 비상근인데, 겸직을 시키지 말고 상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에 대한 반대 집단의 공격이 사의에 영향을 미쳤나.
▲지금은 조용해졌다. 어려울 때 넘겨주는게 말이 되는가. 쉬울 때 넘겨줘야 예의다.

--이 총리의 신행정수도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가 결정을 내리는데 고려됐나.
▲총리가 행정수도에 관심을 갖고 일선에 나서 끌고나가면 민간위원장으로서는 훨씬 좋다. 내부 업무를 챙기고, 안을 좋은 방향으로 올려주면 된다.

--아쉬운 점은.
▲제 자신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 교수로서 신문.방송에 출연하거나 기고는 많이 했지만 기관장으로서 언론을 잘 몰랐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교수때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으나 위원장이 되니 여당, 특히 야당은 잘 모르겠더라. 두 가지는 제가 학습이 조금 안 됐다. 신행정수도의 불가피성과 이전 효과를 국민에게 좀 더 정확하고 넓게 알려야 했는데 저로서도 좀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나고 나니 그 부분이 부족했는데 대통령과 정부에 미안하게 생각한다.

--신행정수도에 대한 김 위원장의 `말 실수'도 사의 표명에 영향을 줬나.
▲제가 교수로서 강의할 때 비유를 많이 하고 예를 잘 든다. 표현을 비정치적으로 해야했을 텐데 후회될 뿐이다. 그러나 제 철학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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