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에 치러질 미 대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미 대선은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존 케리의 맞대결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섣불리 가늠하기가 어렵다. 남의 나라 선거지만 우리에게 미국의 대선은 남의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 국제 정세를 움직이는 막강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고, 당연히 우리나라는 그 영향권 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야 현직 대통령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반면에 존 케리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물론 언론에 의해 간간이 그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에 출간된 <존 케리>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가족과 학창시절, 상원의원 시절 등에 대한 것들과 그가 내세우는 정책과 참모들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존 케리는 일찌감치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고, 존 F 케네디를 가장 존경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평범한 외교관이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명문가 출신으로 케리로 하여금 상류사회에서 비교적 쉽게 정계 진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의 결혼으로 막강한 부를 갖게된 것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장래에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순으로 월남전에 참전한 케리는 제대 후 반전운동으로 돌아섰고, 정계 진출을 하면서 차근차근 대통령이 되는 길을 향해 걸어간다. 어떤 면에서 볼 때 그는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다. 막강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과연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자살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 카린 슬로터의 <의혹>
빠르게 읽히면서 재미있는 추리소설 한 권을 소개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사라는 의사이자 검시관으로 일하고 있다. 동생 테사와 쇼핑을 마친 사라는 경찰서장인 전남편 제프리로부터 대학내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났다는 전화를 받는다. 테사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테사를 데리고 현장으로 가게 된 사라. 사라가 시체를 살펴보는 동안 근처에 산책을 갔던 테사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아 사경을 헤매게 된다.
자살현장의 목격자가 다음날 자살하고, 또 한사람의 대학생 역시 자살한 모습으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자살사건이 아닌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사건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용의자나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검시관 사라는 죽은 세 사람의 시체를 해부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경찰서장 제프리는 동료였지만 지금은 대학의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르네를 의심하면서 그녀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단순하게 살인사건의 뒤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삶을 함께 보여준다. 제프리는 어린 시절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고 자랐고, 르네는 전직 경찰관이었지만 납치돼 양손과 양발에 못이 박힌 채 성폭행을 당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들의 심리를 작가는 아주 세세하게 묘사하면서 읽는 재미를 준다.
특히 사건이 완전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안심할 때 느닷없이 독자의 허를 찌르는 재미까지 준다.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간 진정한 영웅
- <이순신의 두 얼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재미없고 딱딱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첫 장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며 읽는 재미에 푹 빠지도록 만들었다.
선조가 정읍현감인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발탁하자 사간원의 대신들이 이순신의 승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어째서였을까? 정읍현감은 지금의 계급으로 따지자면 중위나 대위 정도이고 전라좌수사는 별이 둘인 소장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대위에 불과한 이순신이 소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하게 된 것이다. 사간원의 대신들이 그의 파격적인 승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선조는 대신들의 문제제기에 끄떡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한다. 7년전쟁(임진왜란)을 1년 앞둔 시점이었다. 선조의 이런 파격적인 승진은 비록 예상하지 못한 것이지만 이순신이 7년전쟁에서 조선을 구하는 결과를 낳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순신은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한 행운아였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32세라는 다소 많은 나이에 무관으로 관직에 나아가 미관말직을 전전했다. 파직을 당하기도 하고, 백의종군을 하기도 했다. 그가 정읍현감이 된 것은 그의 나이 45세였을 때였으니 그의 삶은 절대로 순탄했다고 할 수 없었다.
이순신은 전라좌수사로 발탁되어 수군을 지휘하면서 조선을 일본군의 침략에서 구해낸 위대한 인물로 새롭게 태어난다. 일본군과의 싸움에서 조선수군의 장점을 최대로 발휘하면서 승리를 거두고, 세계의 해전사에 길이 남을 명량해전을 치르고 대승을 거둔다.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수군을 쳐부순 것이다.
이 책은 이순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임진왜란이라 오랫동안 불렸던 7년전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주고, 아픈 조선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일본군을 맞아 목숨을 걸고 싸웠던 조선의 민초들을 기억하게 하고, 이순신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다. 7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두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라톤 지도자 오인환 감독이 이봉주와 함께한 마라톤 이야기
- <오인환이 말하는 마라토너 이봉주>
온 국민이 이봉주가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했지만 아쉽게도 이봉주는 14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봉주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해서 그가 마라톤을 하면서 세운 많은 기록이 사라지거나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한국 마라톤의 역사는 많은 부분을 이봉주가 새로 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이봉주를 곁에서 바라보며, 뒷바라지하면서 함께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마라톤지도자인 오인환 감독이다. 누구보다 이봉주가 좋은 기록을 내기를 바랐고, 금메달을 따기를 바랐던 사람은 오인환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고 느낀 이봉주에 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이봉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고, 가슴을 뭉클하게도 한다.
훌륭한 마라토너는 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마라토너를 탄생시키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땀흘린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김경의 도시와 패션, 남자와 여자에 대한 'Chic'한 에세이
- <뷰티풀 몬스터>
<한겨레 21>에 실린 김경의 글을 즐겨 읽었다. 그이의 글은 한껏 자유로우면서 독특하고 솔직하면서도 방자한 느낌이 드는데다 읽고나면 시원스러움이 느껴진다. 젊은 여자(이건 순전히 내 기준으로)가 참으로 '발칙한' 생각을 하고 그걸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김경이 쓴 책이어서 읽기 시작했다. 얼마나 자유로운 글쓰기인지 궁금했다. 역시나 김경은 그런 나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하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한다'는 듯 김경의 글쓰기는 거침없다. 그러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고, 열정이 느껴진다. 그래서 경쾌하고 발랄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읽는 재미가 있다.
그이가 핑크색 브래지어를 하얀 면 티셔츠 속에 받쳐입고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관광청에서 주최하는 '과일축제'에 갔다는 대목을 읽었을 때, 나는 깔깔대고 웃었다. 속옷의 색깔이 훤히 비치는 하얀 면 티셔츠를 입은 이유를 그녀는 아주 깔끔하게 설명한다. 박수부대로 동원해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말레이시아 관료주의에 대한 김경식의 복수였다는 것이다. 회교도 남자들의 '시선'을 당당하게 받아낸 그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김경은 아주 치명적으로 나쁜 여자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그이가 같은 여자가 많아지면 이 사회는 아주 '다이나믹'해질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읽기를 권하고 싶다. 책읽기가 즐거워 질 것이다. 단, 김경과 코드가 같다면 말이다.
| | 그밖에 소개하고 싶은 책들 | | | | <평역 난중일기>(행복한책읽기)
이순신이 직접 남긴 7년전쟁의 기록으로 그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김경수가 평역해서 출간했다.
<사과 한알의 행복>(달과소)
레스토랑 평론가가 음식이야기와 함께 펼치는 사랑과 삶의 이야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도 함께 실려 있지만, 그 방법대로 음식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빵굽는 아내와 CEO남편의 전원카페>(동아일보사)
억대 연봉을 받던 회사 대표가 서울을 떠나 강원도 산골에 카페를 차렸다. 그의 아내는 그 카페에서 빵을 굽는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부 9단 오기 10단>(김영사)
하버드, 프리스턴, 스탠포드, 코넬 등 미국 10개 명문대학에 동시합격한 17살의 박원희. 그애가 이런 결과를 낳은 건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기'와 '열정' 때문이란다.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샨티)
7년전 강원도로 들어간 일곱 식구가 있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선이골의 외딴집에서 일곱 식구는 산골을 체험하면서 살기 시작했다. 임종진의 사진이 간간이 곁들여진 그들의 사는 모습은 신선해 보인다.
<우리 말글살이를 가꾸는 평범한 글쓰기>(우리교육)
어렵고 딱딱한 글쓰기! 머리 쥐어짜지 않고, 어려운 낱말 속에서 헤매지 않고 글을 쓸 수는 없을까요? 이 책은 쉽고 재미난 글쓰기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씻김굿>(한얼미디어)
씻김굿은 죽은 이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의례다. 그 방식이 시나위라는 남도의 소리와 예술이다. 씻김굿은 산 사람들의 기대와 염원을 표현하는 기도다. 살아 있는 이들이 망자를 위해 벌여주는 축제형식의 기도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