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순천아랫시장에서 개최된 9/10 농민대회
순천아랫시장에서 개최된 9/10 농민대회 ⓒ 김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순천시농민회(회장 김영길)는 10일 오전 10시 순천시 아랫장터에서 농민 2000여명과 한농연 등 관련단체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순천민중연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식량주권 사수와 쌀개방 저지를 위한 농민대회(이하 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순천시 농민회 김영길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순천시 농민회 김영길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김석
쌀개방 저지하고 식량주권 지켜내자

이날 농민대회에서는 “쌀개방 여부 국민투표로 실시하라!” “식량주권사수! 식량자급률 법제화하라!” “추곡수매 폐지음모, 양곡관리법개정반대한다” “지방농정 예산 10% 확보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농민들과 농민가, 쌀개방 반대가를 부르면서 식량 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순천시 농민회 김영길 회장은 대회사에서 “쌀은 수입 개방의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 나라는 식량 자급률 26.9%로 전 세계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는데, 쌀을 개방한다는 것은 주권을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우리는 쌀개방 여부에 대하여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식량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우리 농민들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식량주권사수 우리쌀 지키기 순천시 운동본부 김유옥 공동대표는 연대사에서 “쌀개방이 현실화되면, 농촌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한다. 도시 대부분의 노동자가 바로 농민의 자식들이고, 여기 있는 부모님들이 생산하는 쌀이나 곡물을 안 먹고 사는 놈들이 어디 한명이라도 있느냐! 쌀은 우리들의 생명이며, 역사이다. 우리쌀 지키기 운동본부는 쌀개방의 문제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널리 알리고 식량주권 선언운동을 하고 있다. 반드시 농민들과 연대하여 쌀개방을 저지하는 데 많은 시민단체들이 함께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농민대회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많이 참석하였다
이날 농민대회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많이 참석하였다 ⓒ 김석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공동대표가 쌀정치를 하자고 농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공동대표가 쌀정치를 하자고 농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 김석
우리는 지금 쌀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연단에 오른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공동대표는 “쌀개방은 미친 짓이다. 곡물은 개방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쌀개방 입장도, 쌀개방 반대 입장도 밝힌 바 없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개방은 대세이며, WTO의 입장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가 다국적 기업 카길의 판매과장이고, 국회의원들이 거간꾼이며, 장관은 쌀 소매상인가? 우렁이 농법 등 친환경 농법, 유기농법을 통해 농사를 짓는 것은 전문가인 우리가 할 테니 정부는 쌀개방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우리는 지금 쌀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쌀은 농민의 권력이며 국민의 권력이다. 농민이 행복해야만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WTO와 세계화에 정부가 어쩔 수 없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변명이다. 이미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기대는 버렸다. 우리가 직접 쌀정치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고 이경해 열사 1주기 추모 행사도 이어져

놀이패 갯돌이 쌀개방 반대를 위한 공연을 하고 있다
놀이패 갯돌이 쌀개방 반대를 위한 공연을 하고 있다 ⓒ 김석
9월 11일이면 고 이경해 열사가 지난해 WTO 각료회의가 열린 멕시코 칸쿤에서 “WTO Kills Farmers!"를 외치며 전 세계의 농민들을 하나의 동아리로 만든 지 1주기가 되는 해이다. 고 이경해 열사의 뜻을 세기고자 추모의 뜻으로 남도노동자문학회가 추모시를 낭독하는 시간에는 참가자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고인의 유지를 되새겼다. 이어서 목포의 놀이패 갯돌의 민족농업사수와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북춤과 공연을 끝으로 본행사를 마치고 참가자 모두 순천시청까지 평화 행진과 시민 홍보전을 가졌다.

집회를 마치 참가자들은 순천시청으로 집결하여 주민투표 실시와 농정예산 10%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집회를 마치 참가자들은 순천시청으로 집결하여 주민투표 실시와 농정예산 10%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 김석
순천시청 앞에서 주민투표 농정예산 10% 확보 요구

농민대회 참가자 모두는 순천시청 주차장에 모여 순천시가 쌀개방 문제 주민투표 실시, 순천시 농관련 예산 10% 확보하라며 집회를 개최하였다.

순천시청 앞에서 집회가 시작되자 전경들과 청내 공무원들이 시청 입구에 서서 만일의 사태에 대하여 대비하는 등 잠시 긴장이 오고 갔지만 집회는 평화롭게 시작되었다.

순천시장이 쌀개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하여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순천시장이 쌀개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하여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석
농민회는 농민들이 요구하는 주민투표와 농정예산 10% 확보를 위해 순천시장이 직접 나와서 해명하라는 내용으로 연설과 구호 등을 외쳤다. 농민회의 이런 요구에 대하여 순천시장은 직접 농민들 앞에서 “얼마 전 의회 내 전체 의원들이 쌀수입 개방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고, 순천시장인 나 역시 쌀수입 개방에 반대한다.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으나 주민투표를 해 봐야 쌀개방 반대로 나올 것이고, 의원들이 결의하였으니 이것이 주민의 의견이다. 주민투표를 통해 쌀개방 반대를 할 수 있다면 하겠지만 법적 효력이 없지 않느냐?”며 쌀개방에는 반대하지만 주민 투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 대하여 농민들 앞에서 장시간 의견을 발표하였다.

순천시청을 가득 메운 농민들
순천시청을 가득 메운 농민들 ⓒ 김석
이런 발표에 대해 농민회 관계자는 “순천시장이 쌀개방을 반대한다는 뜻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은 항상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한다. 그러니 자치단체인 순천시부터 주민투표를 실시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애매모호한 태도의 국회의원들도 입장을 바꿀 것이고 특히 전라남도나 순천시가 대표적이 농도와 도농 복합도시인데 농민들의 주민투표 요구를 한마디로 묵살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주민투표 실시를 강하게 요구하였다.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 들이 쌀개방 반대 모자를 쓰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 들이 쌀개방 반대 모자를 쓰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김석
순천시장이 시장실로 되돌아간 이후에 농민회 회장 등 대표단이 5차례 시장실을 방문하여 주민투표를 요구했지만 순천시장은 주민투표의 법적효력이 없다며 반대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농민들이 요구하는 농정예산 10% 확보에 대해서는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농민회 관계자는 밝혔다.

5차례 시장과 면담을 마친 농민회 김영길 회장은 “우리 농민들은, 풀과 벌레, 더위, 농약과 싸우고, 수매 때문에 정부와 싸우고, 이제 쌀개방 때문에 바쁜 시간을 내서 이 아스팔트 자리에 앉아서 또 싸우고 있다. 우리가 먹여 살리고 키워서 산업화를 이루었는데 이렇게 홀대를 할 수가 있는가? 주민투표조차도 순천시장이 시행할 수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언제나 그랫듯이 이제 우리는 우리를 믿을 수밖에 없다. 이번 쌀개방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우리가 다음 선거 때 잊지 말고 되갚아 주자! 그리고 싸움은 오늘이 끝이 아니고 바로 시작이다”고 말했다. 이날 농민대회는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오늘 농민대회를 시작으로 농민집회 및 쌀개방 반대를 위한 투쟁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후 활동과 계획에 대하여 농민회 관계자는 “식량주권 선언을 위한 서명운동과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시장은 주민투표를 못하겠다고 하지만 주민투료를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순천시 주민투표 실시와 농정예산 10% 확보를 위해 농민들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후 정기국회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상경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나라는 지난 1994년 UR협상에 따라 쌀의 관세회 유예에 대한 9개국과 현제 쌀재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쌀재협상과 관련하여 정부는 우리 나라가 개도국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입장 이외에 쌀개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미국, 중국, 호주, 타이 등 쌀 수출국들이 한국의 쌀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정부는 2004년 내에 협상을 마무리 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이맘 때 고 이경해 농민 열사는 멕시코 칸쿤에서 농업을 살리기 위하여 WTO를 반대하고 쌀개방을 막아내자며 이국 땅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 때 수많은 정치인들은 빈소를 찾아 수없이 많은 약속을 했고, 선거 때만 되면 수없이 많은 농업 관련 약속을 한다. 이제 정부나 정치인들은 그 약속을 말로 지키지 말고 행동과 의지로 지켜야 할 것이다.

열사 따님의 마음을 빌어
고 이경해열사 1주기 9/10 농민대회에 부쳐


1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여 무엇하랴
광복 59년
아직도 이땅은 식민지
세월조차 얼어붙은 곳
일장기 내리고 성조기 나부끼는 나라
아비는
“WTO Kills Farmers!"
유언조차 제국의 말로 남겨야하는
이 땅은 아직도 식민지

2
식민의 땅 하늘은 푸르다

‘땅은 거짓말을 않는다’
철석같이 믿으셨지요, 울아부지.
“한 십년 고생허믄, 니 시집 보낼만치는 안되것냐”
영농자금도 통 크게 대출 받으셨지요
쩡쩡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탕탕 못박아 커다랗게 축사도 지의셨지요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도 사들이셨지요
쌀밥 한 그릇이 껌값만도 못한 나라
빚좋은 개살구 영농 후계자 울아부지
빚더미만 이렇게 산더미로 남겨두고
멕시코 칸쿤, 원혼으로 떠도시는데

식민의 땅 하늘은 저리도 푸르다
식민의 땅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다

3
하늘을 보았는가
농민군 눈망울에 비친
푸른 하늘을 보았는가
죽창 꼬나 잡은 손에 맥이 풀리고
논두렁 베고 마지막 숨 몰아 쉴 때
갑오년 우금치 산마루
푸른 하늘을 보았는가
“WTO가 우리 농민 다 죽인다”
배를 가르고, 마지막 숨 몰아쉴 때
눈물 글썽이며 푸른 하늘을 보았는가

울아부지는 바람이 되었을겨
죽어서 돌아 갈 식민지 조국
나락가실하는 누런 논자락
바람으로나마 불어 오고 싶었을겨
아이들 웃음 깔깔거리고
풍물장난ㅇ에 어허 덩실 돌아치면 고향마을
지금은,
자고 나면 빈집이 늘고
휑하니 먼지 이는 고향마을
바람으로나마 휩쓸고 싶었을겨
바짝 타 들어 가던 논배미서
종주먹 들이대고 물싸움 하기도 했던 김씨 아재
도회지로 나가더니 노숙자가 되었다는 박씨네
잡풀만 우거진 뜰방에도 기웃거리고 싶었을겨
쌀농사론 품삯도 안나온다고
농협빚 끌어대어 하우스 농사짓고 소 키우더니
아이엠에프 때 농약 마시고
봉긋이 멧등으로 솟은
동갑내기 친구와 대작도 하고 싶었을 겨
“9백만 농민 하나되어 우르과이라운드 막아내자”
핏대 세워 외쳐대도
“4백만 농민 하나되어 쌀개방 막아내자”
피흘리며 외쳐대도
한-미 동맹이 국익이다. 캘리포니아 쌀 수입에 피눈이 된
청와대 기왓장도 날려버리고 싶었을 겨

4
“밥이 하늘이여”
성주단지에 햅쌀 갈아 넣으면서
할무니는 그러셨지라
비나이다 비나이다 성주신께 비나이다
아들딸 무병장수 비셨지라

“밥을 빼앗기면 하늘을 빼앗긴 겨”
“목국명이 포도청인디, 쌀이 목숨줄이재”
울아부주 그러셨지라
보리고개 못다 넘어 허기진 배 움켜쥐던 손으로
차마 배를 가르고
당신의 목숨줄 끊어
민족의 목숨줄
지키고 싶으셨지라
흘러 내리는 창자
밥알 채 삭히지 않은 밥줄 끌어 안고
식민지 조국, 푸른 하늘 지키고 싶으셨지라

5
깃발을 들었다
못배운 농사꾼
가난한 가슴일망정
활짝 펴고 살 날이 올랑가

농자천하지대본
깃발을 들었다

논바닥 갈라지듯 주름진 얼굴들
머리띠 질끈 동여메고
서투른 손짓으로
텅 텅 하늘을 두들기며

쌀개방 반대!
깃발을 들었다

밭갈고 논 갈던 손 흔들어
어허덩실, 풍물장단에 맞추어
“여의도 아스팔트 해방농사 지어보세”
투쟁가를 부르며

WTO 반대! 미국반대!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

한라에서 백두에서 남북농민 하나되어
통일농사 지을 그날까지
“아스팔트농사 지어 보세”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 / 남도노동자문학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