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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중 5~7조원 정도가 매년 징수되지 못한 채 공중으로 분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체납액 징수를 위한 독려를 하지 않은 채 국세징수권 소멸시효(5년)가 되면 체납액 및 기간에 관계없이 무조건 결손 처분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특히 결손처리된 전산자료를 폐기처분해 왔으며, 따라서 납부의무가 소멸됐던 국세채납액이 얼마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재경부가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국세 징수결정액 118조원 중 16조원 정도가 체납됐으며, 그 중 7조원이 결손처리됐다. 그러나 결손 후 회수액은 5600억원에 불과해, 7조원 중 92%에 해당하는 6조5천억 정도가 징수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매년 이처럼 방치된 체납액은 결손 처리액의 90~93%에 달했으며, 2000년에 4조3천억원, 2001년도에 5조2000억원, 2002년도에 5조5천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해 왔다. 특히 5년의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에 따라 2006년이 되면, 2000년에 방치됐던 4조3천억원의 체납액(일부 회수금액 제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며, 이 같은 관행은 수십 년간 되풀이됐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세목별 불납결손액 현황을 보면,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 중·대규모 사업자들의 체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 체납자 중 99% 정도가 무재산자나 거주 불명자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결손 처분자 중 상당수가 주식 보유자로 적발, 수천억원이 추징됐듯이 불·탈법으로 은닉한 체납자들을 추적해 회수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국세청의 방치로 인해 ‘사업은 망해도 사업주는 산다’, ‘5년만 버티면 된다’는 조세회피 의식이 만연하게 됐다는 지적이 있고, 서민들과의 조세형평성과도 배치돼 대책 마련 요구에 한층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일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료의 경우 만원만 체납해도 독촉 고지를 발송해 시효를 중단시킨 뒤 끝까지 징수, 회수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비쳐볼 때, 국세청의 행태에 대한 비판은 다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국세 체납액을 미회수했던 행태에는 국세청 직원들의 책임도 있다. 이들이 체납자의 재산 변동현황을 수 년 이상 역추적하면, 체납자들의 실체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시는 국세청장의 소관사항이기에 입법적 조치를 취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또 법을 개정해 기존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연장한다해도 이 같은 현실적 여건 때문에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

문석호 의원은 체납 정리만을 했던 ‘국세체납정리위원회’를 ‘(가칭)국세체납징수관리위원회’로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기한 뒤 “결손처리를 함부로 법으로 규제하면, 행정적 손실도 크기에 입법적 조치 등을 현재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국감을 통해 청장이 더 이상 체납자를 방치하지 못하도록 추궁하고, 대책을 마련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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