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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 땡추 일행이 어찌나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어깨춤이 들썩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북채를 잡은 사람까지 나와 장단을 맞춰 두드려 대었다.

‘저 자들이 대체 무슨 속셈으로 저러는가?’

백위길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옴 땡추일행을 바라보았고 그 동안에도 사람들은 점점 더 불어났다. 노랫소리는 커졌고 장구와 징, 꽹과리까지 동원되어 마치 큰 잔치 판이라도 벌어진 듯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애초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던 옴 땡추 일행은 파묻혀 보이지조차 않게 되었고 여러 노래 소리들이 뒤섞여 묘한 장단을 엮어내었다.

“모두 멈춰라! 멈춰!”

갑자기 뒤쪽에서 소란이 일어나더니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동시에 노랫소리도 뚝 끊겨 버렸다. 조정의 명을 받은 좌, 우 포도청 포졸들과 훈련청, 어영청, 금위영 병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거리에 나와 있는 백성들을 닥치는 대로 때리고 붙잡아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을 진두지휘하는 훈련대장 조만영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난동을 지휘한 김광헌, 고억철, 홍진길은 반드시 잡아들이고 포교 백위길을 이리로 끌어오라!”

이미 평복을 한 채 상황을 기찰한 금위영의 군관들이 앞에 나선 사람들을 파악한 상태였기에 진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조만영 앞에 끌려온 백위길은 호된 질책을 받았다.

“너는 어찌 나라의 녹을 먹는 포도청의 포장으로서 사람들의 난동을 막기는커녕 창고가 있다는 사실을 발설하여 난리를 부추겼느냐? 별도의 처벌이 있을 것인 즉 당장 가서 근신토록 하라.”

조만영은 병사들로 하여금 교수대를 마련하게 한 뒤 난동의 주동자로 지목된 김광헌과 사내 7명을 끌어내었다. 김광헌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보시오! 이건 억울하외다! 벌하려면 쌀을 빼돌린 상인들을 벌할 것이지 어찌 우리를 해치려 함이오! 나도 한때 호위군관 출신으로 이 난동을 막으려 힘쓰기도 했소이다!”

“시끄럽다!”

김광헌의 배에 병사의 창대가 내질러졌고 그는 그대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저 놈들의 목을 매달아라! 추후 이런 일이 있으면 아니 된다는 본보기로 삼을 것인즉!”

“이러지 마시오! 진짜 도적들은 따로 있는데 어찌 이러신단 말이오! 저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소!”

백위길이 조만영의 앞으로 달려가 소리치자 병졸들이 창끝을 겨누었다. 조만영은 병졸들을 뒤로 물러서게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일리가 있네. 허나 시전을 드나드는 자네도 알터인 즉, 난동을 부린 이 중 다른 놈들은 원래 부랑배가 아니던가?”

백위길이 돌아보니 시전 부랑배인 우범이 등이 끼어 있어 과연 그러하긴 하였다.

“허나 저 중에는 소인을 도와 난리를 막으려 한 사람도 있었사옵니다.”

“죽이시오!”

백위길의 옹호를 물리치고 김광헌은 아픈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소리쳤다.

“어차피 이리된 거 제대로 살기 힘들다는 걸 아외다. 허나 이를 아시오. 진짜 죄인은 백성들이 아니외다. 다른 자들은 단순히 이 난리에 휩쓸린 것뿐이니 가벼이 벌하시길 바랄 뿐이오.”

고억철과 홍진길도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우린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 사람들이오. 굶어죽나 여기서 죽나 매한가지이나 애꿎은 사람들을 해치진 말았으면 하외다.”

조만영은 잠시 마음이 흔들리는지 표정에서 드러날 정도로 망설이는 모습이었으나 한번 내린 결정을 뒤엎으면 이 난리통 속에 기강을 세우기 어렵다고 속으로 되뇌며 명했다.

“저 자들의 목을 매달아라! 추후 난동을 부리는 자가 있으면 추호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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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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