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다국적 식품회사인 N사의 콘플레이크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22일자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직후 같은 회사 같은 제품에서 또다시 애벌레가 나와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고아무개(41·직장인)씨가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 할인점에서 구입한 N사의 콘플레이크에서 살아있는 애벌레 6마리가 발견된 것.
N사의 콘플레이크와 시리얼 여러 종류를 지난 11일 구입한 후 한 통에 섞어 보관하던 고씨는 <오마이뉴스>에 22일자로 실린 <콘플레이크 봉지 뜯자 벌레 나와>라는 기사를 23일 저녁에 읽고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콘플레이크 통을 열어 보았다.
고씨는 "설마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애벌레가 통 안쪽 윗부분까지 기어 올라와 꿈틀거리고 있었고, 콘플레이크를 집어 들고 자세히 보니 백색의 거미줄 같은 것이 덜렁거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내 조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콘플레이크를 우유에 말아먹었는데 애벌레까지 함께 먹었을지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어 이번 일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분노했다.
고씨는 애벌레를 확인한 후 구입한 점포에 전화를 걸어 이를 통보했고 해당 점포에서는 N사 영업부로 연락을 취해 24일 오전 N사 본사에서 고씨의 집으로 확인 전화를 해왔다.
이 전화 통화에서 고씨는 애벌레와 관련해 본사 담당자에게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고씨가 "애벌레가 구더기인 것 같다"고 하자 본사 상담원은 '애벌레는 구더기가 아니라 현미를 가공할 때 생긴 쌀벌레일 뿐'이라고 대답했다는 것.
고씨는 "구더기든, 쌀벌레든 애벌레가 들어있다는 것이 문제인 만큼 해당 제조업체는 일단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또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유통기한이 지났을 가능성과 관련해 고씨가 구입한 점포에 콘플레이크의 유통기한을 문의한 결과 유통기한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점포 가공팀 담당자 최아무개씨는 "콘플레이크 제품은 2주마다 한번씩 유통 기한 확인을 꾸준히 해왔으며 (문제의 제품은) 지난 주에도 확인한 제품"이라며 "마트에서는 유통기한이 2개월 정도 남으면 진열대에서 미리 뺄 뿐 아니라 현재 진열품의 최단 유통기한도 2005년 8월"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콘플레이크를 이 점포에 공급한 N사측 영업부 담당자 손 아무개씨는 24일 어렵게 연결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문제를 본사에 보고했으니 본사 품질관리부에서 확인한 후 공식적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30일 N사측 본사 이아무개씨는 "쌀벌레는 밀폐용기 안에 알이 부화되어 성충이 되는 과정이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가공품이 물류센터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만 해도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가공과정에서 생긴 애벌레라면 죽어있거나 이미 성충이 돼있어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씨는 "전문지식은 없지만, 애벌레에게는 작은 이빨이 있어서 마트에서 서식하던 애벌레가 밀폐용기의 박음선을 뚫고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사측은 애벌레를 쌀벌레로 보고 있으며, 쌀벌레가 성충으로 성장하는 시기보다 콘플레이크가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기간이 더 길기 때문에 유충으로 발견된 애벌레는 가공시 유입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의 애벌레가 쌀벌레인지에 대한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콘플레이크 뿐 아니라 N사에서 생산된 컵라면과 과자에서도 육안으로 동일한 애벌레들이 속출하고 있어 애벌레의 유입 경로와 N사의 위생관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사 본사 품질관리부에서는 문제의 콘플레이크의 샘플을 채취해 애벌레의 종류와 유입경로 등을 파악한 후 가공상 문제일 경우 제품교환과 육체적, 정신적 건강체크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씨가 요구하고 있는 현금보상은 절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N사는 미국 식품회사인 K사와 합작으로 콘플레이크를 생산하는 업체로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이번에 문제의 콘플레이크를 판매한 오산의 한 할인점의 경우 1주일에 평균 200여 상자를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