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L제과업체에서 생산한 사탕류 안에서 나온 애벌레. ⓒ 제보사진
최근 가공식품류에서 벌레 등 각종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한번 먹거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콘플레이크, 라면, 비스킷류에서 벌레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재 <오마이뉴스> 제보게시판에는 각종 '불량' 먹거리에 대한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2일 '콘플레이크 봉지 뜯자마자 벌레 나와'가 첫 보도된 지 이틀만에 무려 20여 건이 넘는 제보가 <오마이뉴스>에 쏟아졌다. 그 대상식품도 매우 다양하다. 빵, 과자류에 이어 즉석밥, 참치캔, 즉석짜장, 캔커피, 사탕류, 핫바, 햄버거, 빙과류 등에서도 구더기, 애벌레, 바퀴벌레, 곰팡이, 플라스틱 등의 이물질이 나왔다는 것.
이에 대해 관련식품 제조업체들은 한결같이 "제조상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니라 유통상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업체들은 성의있는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보다는 자사제품을 선물로 건네며 피해자들을 입막음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양파인 줄 알았더니 바퀴벌레였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 제보게시판에 글을 남긴 김 아무개씨는 "8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대형 할인마트에서 구입한 N사의 즉석밥을 13일 개봉했더니 시퍼렇게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며 "이에 대해 N사는 바늘구멍만 있어도 곰팡이는 생길 수 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3개가 하나로 묶인 세트로 상품을 사면서 바늘구멍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자 N사는 김씨를 찾아와 15가지의 자사 라면, 과자류가 든 쇼핑백을 주면서 "미안하다"며 무마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31일 소비자가 구매해 13일 개봉한 당시 N사의 즉석밥. 밥 표면에 푸른 곰팡이가 서너 군데나 생겼다. ⓒ 제보사진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 S백화점에서 D회사의 참치세트를 구입한 정아무개씨는 "참치캔을 열어보니 새까맣게 녹이 슬어 있었다"며 "그 안에는 벌레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24일 D업체에 항의했고, D업체는 정씨에게 문제의 상품을 교환해주면서 자사 커피세트를 대신 줬다고 밝혔다.
부산시 북구 만덕2동에 살고 있는 진아무개씨는 지난 16일 요거트전문업체 H사의 즉석짜장에서 나온 바퀴벌레를 씹었다고 제보했다. 진씨는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짜장인 이 제품을 국수에 부어먹다 양파껍질인 줄 알고 뱉었더니 1.5cm 만한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말했다.
진씨는 "바퀴벌레를 씹은 날 해당업체에 항의하자 17, 18일 이틀간 직접 찾아와 과실을 인정하고 3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했지만 합의할 수 없었다"며 "본사로도 항의해봤으나 책임있는 사람의 사과조차 없었고 이후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애벌레가 먹어버린 캔디... 라면속 애벌레는 라면벌레?
지난 14일 동네 슈퍼마켓에서 M유업의 커피제품을 구입한 이아무개씨는 "1cm 정도의 구더기가 나왔다"고 제보했다. 이씨는 "해당업체에 항의했더니 자사 두유제품 1박스를 들고와 사과해서 거부했더니 나중에는 고객홍보팀장이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성의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원했지만 문제가 된 회사는 사건무마에만 열중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초 경기도 송탄의 한 슈퍼마켓에서 L제과의 S캔디를 구입한 김아무개씨는 "낱개로 포장된 캔디의 겉봉을 찢자마자 애벌레 한 마리가 나왔다"며 "캔디의 반은 이미 애벌레가 먹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당업체에 항의했더니 자사에서 출시한 과자 1박스를 들고 찾아와 사과했다"며 "고온에서 가공하기 때문에 제조상 문제는 없고 유통상 문제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의 밀봉을 하는 캔디류에서 이런 벌레가 나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따졌다.
지난 15일 서울 창동의 대형 할인마트에서 다섯 개가 한묶음으로 된 S라면을 사서 그 중 하나를 끓여 먹던 강아무개씨는 국물 속에 떠다니는 애벌레를 발견했다. 강씨는 지름 0.1mm정도에 0.2mm∼1cm 길이의 애벌레 10여 마리가 라면국물에 우글거리는 것을 보고는 해당 업체에 항의했다. 그러나 업체는 "라면벌레"라고 해명했다는 것.
이뿐 아니라 전 아무개씨는 지난 13일경 N사가 제조한 컵라면을 먹다가 손톱 만한 비닐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컵라면을 먹으려고 보니 두꺼운 비닐이 들어 있었다, N사는 문제의 물품을 수거해가면서 2주 뒤 분석결과를 알려주겠다며 자사의 음료제품을 건넸다"고 밝혔다.
패스트푸드업체 L사의 치킨버거 속엔 흰색분말이..
경기도 안양의 24시간 편의점 S업체에서 핫바(M수산)를 구입한 임아무개씨는 "핫바 껍질을 뜯어낸 뒤 한입 베어 물자 딱딱한 게 걸려 뱉어보니 초록색 플라스틱이 나왔다"며 "해당업체는 어물을 자르는 기계에 달려있는 솔이 떨어져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먹는 음식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만큼 사과하라고 주장했으나 해당업체와 S편의점 모두 결혼은 했냐, 나이는 몇이냐 등 비본질적 사안을 거론하더니 위로금으로 1만원을 주겠다고 밝혀 거부했다"며 "하자있는 상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씁쓸해 했다.
▲국내 유명 패스트푸드업체 L사의 치킨버거에서 나온 흰색 분말. 소비자는 이 햄버거를 반쯤 먹다 분말가루를 발견했다. ⓒ 제보사진
지난 21일 서울 혜화동로터리에서 국내 유명 패스트푸드업체 L사의 '불갈비햄버거'를 구입한 이아무개씨는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잘라주다 보니 고기가 익지 않은 채 있었다"며 "보호자 동반 없이 아이들끼리 햄버거를 먹었을 경우 문제가 생길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씨가 L사측에 항의했더니 "예약시간에 맞춰 제품을 만들었다"고만 답할 뿐 '공장식 제품생산'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L사측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김 아무개씨도 "같은 L사 시흥 정왕점의 치킨버거에서 '흰색분말'이 나왔다"며 "발견 즉시 문제제기하자 L사에서는 해당 버거를 정밀분석하겠다며 수거해갔다"고 밝혔다.
김씨는 "L사는 1주일이 지나도 아직 분석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임산부가 이 햄버거를 먹었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다.
나방, 유충 알, 거미줄... 시리얼은 벌레들의 천국
제과업체 H사에서 제조한 고구마 스낵을 구입한 김아무개씨는 지난 22일 <오마이뉴스> 제보게시판을 통해 "체모가 나와 놀랐다"며 "방문한 H사 직원은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라 신경을 쓰는데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며 양해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H사측은 어떻게 해서든 문제 상품을 수거해가려고 했다"며 "최근 국민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는 마당에 국내 굴지의 제과업체에서 이런 문제를 만든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3일 <오마이뉴스> 제보게시판에 제보한 안아무개씨에 따르면, 국내 유명 식품업체 N사에서 제조한 콘플레이크에서 "나방 3마리가 나왔다"며 "고객상담실에 항의하자 담당자가 과일바구니를 가져와 문제의 제품을 회수해갔다"고 밝혔다.
안씨는 "그 콘플레이크 안에는 나방과 나방이 탈피한 껍데기, 유충, 알 등 수십 마리가 있었다"며 "유충 알이 시리얼(주로 아침에 우유에 타먹는 대용식)에 붙어 있었고 나방은 거미줄까지 치고 산란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식품업체 N사가 제조한 시리얼에서 나온 나방 및 벌레들. ⓒ 제보사진
같은 식품업체 N사의 짜장라면에서도 벌레 알이 무더기로 나왔다는 제보가 있다. 이아무개씨는 "지난 17일 N사가 제조한 짜장라면에서 벌레알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N사는 직접 방문해 '먹는 장사하기 힘들다'며 주스 1박스와 짜장라면 10여 개를 들고와 무마를 시도했다"는 것.
그밖에도 빙과류 전문업체 L사가 제조한 B아이스크림 등 빙과류에서도 벌레가 나왔다는 제보가 있으며, 김아무개씨는 지난 22일 "소프트 아이스크림에서 까만 벌레를 발견했다"고 알려왔고, 송아무개씨는 BS바에서도 작은 벌레가 박혀 있었다고 제보했다.
이에 대해 몇몇 해당업체 관계자들은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선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로 회사도 고객 이탈, 회사이미지 실추 등 큰 타격을 입은만큼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 식품위생법 위반여부 따라 형사처벌 가능 | | | 가공식품류 비위생사고, 소비자 구제절차는? | | | |
식품에 벌레 등이 발견될 경우 소비자보호원 등에 신고해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제조업체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을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원장 이승신)은 최근 가공식품류에서 애벌레 등 각종 벌레와 유충, 나방 등이 나왔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적절한 '행동요령'을 소개했다.
김만종 한국소비자보호원 상담팀 부장에 따르면, 소비자가 식품류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내용물을 직접 가지고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한 뒤 조사과정을 거쳐 제조, 유통, 보관상의 문제인지 식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식품은 분쟁조정국의 조사를 거쳐 30일 이내에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통보한다"며 "만일 30일 이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절차를 거쳐 식품위생법 위반여부에 따라 형사처벌 되거나, 소비자보호원이 정한 피해보상규정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소비자 상담문의 (전화) 02-3460-3000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