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너와 사랑의 우산을 함께 쓰고 싶다> 표지
ⓒ 어진소리
제목과 본문에 글쓴이의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 담긴 <너와 사랑의 우산을 함께 쓰고 싶다>. 고등학생인 진곤이(박진곤)가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는 의미로 설립된 시민단체인 '굿네이버스(Good Neighbors)' 해외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방글라데시·네팔 의료봉사를 다녀온 뒤에, 그때의 체험을 담은 글과 사진으로 엮은 것이다.

경기고 1학년에 재학 중일 때 미국 PEA(Phillips Exeter Academy) 10학년에 입학하여 2004년 9월 현재 11학년에 재학 중인 진곤이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련 붕괴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줄어들자 이제는 소위 테러와의 전쟁이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눈부신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서도 항구적인 평화는 왜 이리 요원하기만 한지. 좁아진 세계 안에서 타자와의 연관성은 나날이 긴밀해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직도 소탐대실의 악습을 버리지 못해 여유가 있든 없든 불우한 다른 나라들의 어려움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란 본래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므로 '윈-윈 게임'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그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자각 있는 개인들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곤이는 자각 있는 개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때마침 부모님한테서 굿네이버스 참여를 통한 해외봉사 활동을 권유받고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자각 있는 개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있었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자신을 험한 곳에서 단련시켜 보고픈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자신이 성장하여 세계 복지에 기여하게 될 역량을 기르게 될 어떤 운명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진곤이를 방글라데시와 네팔의 해외봉사 활동으로 이끌게 했다.

국민 대부분이 1년에 고기 한 번 먹어보기 힘든 나라 방글라데시에서 진곤이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 진곤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약사인 어머니를 도와 약포지를 싸는 정도였지만, 그 손길마저 갈망하는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환자들을 보며 조금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 박진곤
많은 한국 대학생들이 앙증맞은 최신형 핸드폰을 필수품인 양 들고 다니며 명동과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젊음을 만끽하기 위해서 정신이 없는데, 자원봉사자로 와 있는 형과 누나들은 무엇 때문에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 신기하다고 생각한 진곤이는, 오지에서 흘린 땀의 대가인 듯 그들의 품행에서 따뜻하고 고귀한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것을 보았다.

정전이 심하고 전압이 불안정해 노트북을 충전시키기에는 너무 위험한 마을, 약사인 어머니를 도와 의료봉사를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려는데 닭고기가 반찬으로 나왔다. 하지만 진곤이는 굶주리는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네팔의 산골에서 진곤이는 카스트 제도에서도 가장 천한 계급에 속하는 한 청년과 하룻밤을 보낸 일이 있었다. 그 청년은 이름마저 천민의 낙인이 찍혀 있는 자신의 영혼과 전신을 짓누르는 카스트 제도를 예수에 대한 신앙으로 견뎌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진곤이는 생각했다.

'나와 그 형은 서로 다른 한국인과 네팔인이 아니었다. 그저 한 하늘 아래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두 사람이었을 뿐.'

▲ 자면서까지 고사리손으로 밥을 움켜쥐고 있는 방글라데시 디카 빈민 지역의 영양실조 어린이.
ⓒ 박진곤
자면서까지 고사리 손으로 밥을 움켜쥐고 있던, 방글라데시 디카 빈민 지역에서 만난 영양실조 어린이, 그리고 어릴 적 감염 때문에 한쪽 눈을 잃고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장래희망을 말하던, 네팔 산골 버디 켈에서 만난 어린이에게 진곤이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너와 사랑의 우산을 함께 쓰고 싶다.'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진곤이가 쓴 의료봉사 체험기와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묶은 책 <너와 함께 사랑의 우산을 함께 쓰고 싶다>다. 이 책은 네팔에서 만난 심장병 환자들과 한쪽 눈이 없는 소년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수익금 전액은 그들의 수술비로 사용된다고 한다. 더구나 진곤이는 책에다 한 가지 포부를 더 밝혀 놓았다.

▲ 어릴 적 감염으로 눈 하나를 잃고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장래 희망을 말하던 네팔 산골 버디켈에서 만난 아이
ⓒ 박진곤
'우리 학교 보건 선생님 한 분께서 이 책이 영문판으로 발간될 경우 보건 교육용으로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제일 인상 깊고 의미 있는 부분들만 발췌하여 영어 책자로 만들 계획이며 이것을 이용해 우리 학교에서 방글라데시·네팔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는 일도 생각중이다.'

진곤이가 겪은 '가난한 나라의 병든 사람들을 바라보는 소중한 체험'은 이 책 속에 감동적으로 꽤 많이 들어 있다. 아무쪼록 책이 잘 팔려, 진곤이의 따뜻한 마음이 가난한 나라의 병들고 굶주린 아이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너와 사랑의 우산을 함께 쓰고 싶다

박진곤 지음, 어진소리(민미디어)(2004)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