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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겉 표지
용서의 겉 표지 ⓒ 오래된미래
물리학자 빅터 챈은 운명의 장난처럼 우연히 달라이 라마를 만나게 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챈은 네덜란드에서 인도까지 가는 긴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다른 외국인 두 명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반군에게 납치당한다. 며칠을 반군에게 살해 위협을 받으며 끌려다니던 빅터 챈은 자신을 싣고 가던 트럭이 고장난 틈을 타 탈출해 천신만고 끝에 달라이 라마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 도착한다. 그곳에 도착한 챈은 달라이 라마를 만났고 그와 친구가 됐다.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들에 대한 공포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어느 날 챈에게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만나서 친구가 되고 깨달음을 얻게 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 미워하는 납치범들 아닌가요.”

맞는 이야기다. 만약 챈의 여행이 순조로웠다면 그는 다람살라에 가지도, 달라이 라마를 만나 삶의 지혜를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들 중 누군가를 몹시 미워했던 적이 한 번쯤 있으리라. 그런데 그를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왜 내가 힘이 들었던 것일까. 이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티벳인들이 중국에게 점령당하면서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던 것은 이 이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서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 우리가 '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사람을 포함해, 용서는 그들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는 상관없이, 세상 모든 존재는 우리 자신이 그렇듯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그러면 그들에 대한 자비심을 키우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나는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삶의 목적이라고 믿는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원치 않는다. 이것은 사회적 여건이나 교육, 또는 사상과는 무관하다. 우리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그저 만족감을 원할 뿐이다. 그러므로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용서와 자비다."(p.291)


이 역시 달라이 라마가 늘 추구하는 개인적인 평화, 더 나아가 세상의 평화를 위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가 '용서'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달라이 라마는 또 이렇게 말한다.

"미움은 강인함이 아닌 나약함의 또 다른 모습이다. 미움을 통해 얻어진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미움이나 분노를 통해 서는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용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평화와 행복에 이르게 된다. 용서는 가장 큰 수행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모든 고통들을 용서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떠한 비극적인 상황도 용서함으로써 사라지게 되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준다. 물론 용서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용서 만큼 쉬운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미움이나 나쁜 감정을 키워간다면 자신의 평화만 깨질 뿐이다. 이 책은 용서하면 평화를 찾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달라이 라마는 또 한 번 사람의 감수성에 산소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해맑은 아이처럼 살아가는 달라이 라마.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웃는 그날까지 이런 감동적인 메시지를 줄 것만 같다.

용서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빅터 챈 지음, 류시화 옮김, 오래된미래(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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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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