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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3시, 서울 인터컨티넨털 장미홀에서 열린 정부의 SOC 민자유치 투자설명회 행사장.
ⓒ 오마이뉴스 이성규
[2신 : 29일 저녁 8시 40분]

정부의 파격 세일즈 그러나 민간은 규제완화에 관심


"질문이 많을 줄 알았는데…."

2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정부의 사회기반시설 민간자본 유치 투자설명회. 행사장은 300여명의 참석자들로 가득차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었다. 참석자의 절반 이상은 행사장 뒷편에서 선 채로 정부 관계자들의 브리핑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참석자들의 질문은 그리 뜨겁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회를 보던 김창세 건교부 차관보가 "질문이 많을 줄 알았는데"라며 아쉬워할 정도였다. 게다가 제기된 질문의 대부분은 정부에 대한 당부와 요청의 목소리였다. 투자설명회를 기회로 삼아 규제완화를 은근히 요구하는 질문도 있었다.

질문을 위해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 참석자는 "보험권에서 SOC 사업에 투자하려면 15%룰에 걸려 출자규제를 받는다"며 "SOC나 임대주택사업에 투자할 때에는 완화해 줄 의향은 없느냐"며 규제완화를 건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일단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SOC 그 규정에서 예외가 되지 않겠느냐"고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화답했다.

이어 다른 한 참석자는 "임대주택사업은 투자대비효과(ROI)가 자체 검토한 바에 의하면 5% 밖에 안 나온다"며 "국민주택기금의 융자나 택지의 조성원가 수준 공급 등을 통해 투자대비효과를 7%대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실상 민간투자자가 공공기관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답변에 나선 권도엽 건교부 주택국장은 "장기임대주택 사업이 활성화가 잘 안되는 원인은 돈벌이가 안돼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주택기금융자 문제, 공공택지 가격인하 문제, 공사대금 부가세 감면 문제 등은 앞으로 검토를 해 보겠다"며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특히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민간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시'에 대해서는 단 한번의 질문도 제기되지 않았다. 때문인지 기업도시 브리핑을 담당했던 서종대 건교부 신도시기획단장은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사실 서 단장은 브리핑에서 기업도시와 관련한 규제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며 민간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애를 썼다. "개발이익은 기업이 추정한 자료를 정부는 점검만 할 뿐이다", "5000억원만 투자하면 카지노, 경정, 경마장 등도 지을 수 있다"는 등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더 완화해 줄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며 귀에 솔깃한 발언을 내놓기까지 했다. 시민단체들이 결단코 저지해야 한다는 근거로 얘기하는 대목들이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몇몇 민간투자자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히려 '피식' 웃기만 했다. 아직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약속'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민간자본의 참여로 건설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1신 : 29일 낮 12시 15분]

정부가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SOC(사회간접자본시설) 민자유치사업 투자설명회를 가지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민자유치 활성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이 건교부의 SOC 민자유치사업에 예산낭비 사례 등 '구멍'이 뚫렸다며 보완조치를 요구한데 이어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들도 '특혜유치'라며 강력 비난하고 나서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혈세를 낭비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건교부와 기획예산처는 29일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의 투자유치를 위해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연기금, 보험사, SOC펀드 등 재무투자자를 대상으로 민간자본 투자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건설경기 연착륙'이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 과제로 부각됨에 따라, 정부로서는 재정도 아끼고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는 '민간투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민간자본의 투자유치를 기대하는 SOC 사업분야는 임대주택과 고속도로, 기업도시 건설 등이다. 특히 건교부는 내년에만 8∼9개의 민자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연기금이나 보험사,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자본의 유치활성화를 위해 ▲50% 이상 출자시 자기자본비율 하향조정(25→20%) ▲차상위 탈락자에 대한 사업제안 비용의 3분의 1 보상 ▲민자사업체 주식인수 및 효율적인 자금재조달 지원 ▲사업제안서 평가시 재무적 투자자 출자비중 등에 대한 배점기준 상향조정(1→5%)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에 있다.

시민단체 '민간특혜유치사업' 전락 우려

하지만 정부의 SOC 민자투자유치가 자칫 민간에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는 '민간특혜유치' 사업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이는 지난 25일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해서 예측해 볼 수 있다.

감사원의 SOC 민간투자제도 운용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민자유치 도로사업의 경우 정부가 교통수요를 부실하게 예측해 막대한 정부재정이 투입되는가 하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라는 방식으로 민간에 과다하게 재정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란 실제운영수입이 추정수입보다 미달할 경우 민간제안사업은 추정운영수입의 80%를, 정부추진 사업은 90%까지 정부가 민간에 수입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감사원은 이 제도와 관련해 "기획예산처가 외국에는 없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합리적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감사원은 "완공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 3개 민자도로에서만 정부가 2003년에 1612억원을 최소운영수입보장금으로 지원했다"고 지적하면서 '서울-춘천', '서수원-오산-평택'간 민자고속도로의 사례에서도 같은 경우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심지어 정부의 사업타당성 검토기관의 전담직원이 대상업체로부터 골프접대를 받고 협상업무를 순조롭게 진행해주는 '비위' 사례가 적발돼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건교부 산하 국토연구원 소속 직원이 민간제안 업체 임·직원으로부터 타당성 검토와 협상업무 등을 순조롭게 처리해 준 답례로 10여 차례의 골프접대를 받거나 100여만원 정도의 선물을 수수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정부 사업타당성 검토직원, 민간업체로부터 골프접대 받아 징계받기도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러한 감사결과를 토대로 'SOC민자사업,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등 정부의 SOC 민자투자유치 사업 추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업비 부풀리기, 운영수익보장, 담합에 의한 수의계약형태의 사업자 선정 특혜의혹, 엉터리 수요과다계상 등으로 건설업자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경실련은 특히 "민간투자사업은 현재까지 완공 또는 진행중인 사업이 약 34조원 규모(국가사업 42건, 자체사업 100건)에 이르고, 이중 약 10조원(총사업비의 30∼35%)의 사업비가 부풀려져 국민부담은 가중되고, 이는 고스란히 건설업자에게는 특혜로 제공돼 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SOC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국회의 사전동의절차 등 보완방안을 도입하거나 특혜 의혹이 감사원 등에 의해 제기된 사업에 대해서는 국회의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경실련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쪽은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오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용욱 건교부 민자도로사업팀장은 감사원과 경실련의 교통수요량 과다예측 지적과 관련해 "교통량이라는 게 오차의 범위가 크고 어떤 경우는 1000%까지 나오기도 한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신중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 관계자 "특혜로는 동의 못해... 보완책 마련 중이다"

건설업자에 대한 특혜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팀장은 "민자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변수들이 있고 그 변수들을 합리적으로 풀어가느냐 아니냐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정말 특혜인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 팀장은 골프접대 등 비위행위도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민간업체들로부터 로비가 들어온다면 그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더 꼼꼼하게 따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사업이 성사되지 않을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팀장은 "감사원이 감사를 나오면 민간업체와의 협상에서 정부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감사와 함께 협상을 하면 아주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팀장은 "여러가지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철저한 검증장치도 마련해 나가고 있다"며 특혜에 대한 우려를 거둘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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