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전문가들은 대형 건물의 미등기 편법 이익을 막기 위해선 부동산 등기법을 개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미등기 상태인 부산 롯데백화점 본점.
ⓒ 윤성효
롯데가 건축물 미등기를 통해 절약한 세금은 약 131억원 가량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이 금액만큼의 세금(등록세)을 결과적으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롯데의 합법적 '절세' 전략을 차단할 수 있을 만한 묘안은 없을까.

약간의 견해차가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동산 등기법 또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을 개정하면 이 문제는 깨끗하게 정리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부동산 등기법 상에는 소유권 이전등기 강제규정과 같이 보존등기를 '○일 이내에 등기를 하여야 한다'는 식의 강제조항이 없다. 이처럼 부동산 등기법이 보존등기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빈틈이 생긴 것이다.

"준공검사 시점에 맞춰 등기를 의무화하는 것이 적절하다?"

부동산 등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법원쪽도 이러한 허점을 알고 있었다. 법원행정처 부동산 등기과의 한 관계자는 "등기법상 보존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조항이 없다"며 "그렇다고 등기소가 신청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등기법상 강제조항이 없기 때문에 법원 쪽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등기법을 개정하는 방식 등을 통해 보존등기를 강제해 보는 방안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건축물 사용검사 뒤 30일 이내에 보존등기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삽입하고 이행하지 않을 때 과태료를 물도록 하는 조항도 덧붙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제주도 행정심판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김형수 전 제주대 법학부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김 전 교수는 합법적 절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준공검사 뒤 ○일 이내에 등기를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넣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준공검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건축물에 하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물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물권은 등기부 등본에 등기를 해야만 보존될 뿐 아니라 세금체계로 성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준공검사 시점에 맞춰 등기를 의무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김 전 교수의 설명이다.

"권리포기 대가 인정해야" 반론도

하지만 이같은 개정방안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절세'는 곧 보존등기를 포기한데 대한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반론의 골자다. 등기를 하지 않으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고, 매각할 때 경매에 붙일 수도 없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는데, 이를 감수한데 대한 대가가 바로 등록세 절세라는 것.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부동산 등기 '신청주의'를 채택할 것인지 '의무화주의'를 채택할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부동산 보유자가 공시를 하고 싶은 게 있고, 아닌 것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우리나라는 신청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의무화하는 것은 심도 있는 검토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현행 부동산 등기법은 등기 신청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보존등기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는 것은 신청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국가권력이 사적자치의 영역을 침해하려 한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이 부분을 염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이 의무화주의를 바탕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모법인 등기법에 의무화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논란 자체를 잠재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관계자는 건축법 개정을 통한 '빈틈 메우기' 방식에도 동의하기 힘들다는 뜻을 표시했다. '건축물 사용승인 → 건축물 대장 작성 → 등기'로 이어지는 등기 절차를 완전히 뒤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등기를 전제로 준공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건축법을 개정하면 완축되지 않은 건축물이 거래되는 경우가 발생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법률 개정권을 지니고 있는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등기법 담당 상임위인 법사위의 한 관계자는 "그런 문제가 언론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법사위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등기법 개정 법률안이 제출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당분간 롯데의 '합법적 절세' 전략을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