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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를 위한 롯데그룹의 미등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롯데그룹의 핵심인 (주)롯데쇼핑(대표이사 이인원)의 전국 22개 백화점 가운데 12개 점포(부산본점 포함)가 미등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롯데그룹은 부산을 제외한 11개 점포의 미등기로 인해 약 85억원을 절세하고 있는 것으로 <오마이뉴스>의 취재결과 밝혀졌다. 부산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등 미등기 4곳을 포함할 경우 롯데그룹이 절세한 돈은 약 1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청된다.

롯데 잔머리는 '전국적' 현상

▲ 서울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본점. (주)롯데쇼핑 22개 롯데백화점 가운데 12개 점포가 미등기로 확인됐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롯데그룹의 미등기는 단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10곳이 넘는 롯데백화점이 미등기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적으로 미등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주)부산롯데호텔과 (주)롯데쇼핑의 부산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4곳의 미등기로 인한 46억원 절세를 지적한 부산시의회 강주만(사상2. 열린우리당) 의원은 기자에게 이같은 내용을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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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 롯데그룹
취재결과 강 의원의 설명은 사실로 드러났다. 인터넷 대법원(registry.scourt.go.kr) 등기부 열람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롯데백화점 22개 점포 가운데 12개 점포(영등포점, 관악점, 강남점, 일산점, 인천점, 대구점, 상인점, 포항점, 창원점, 울산점, 전주점, 부산본점)는 미등기 상태였다.

많게는 13년에서 적게는 5개월 동안 미등기 건물로 12개 백화점의 영업을 해온 셈이다. 특히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지방 10개 점포 가운데 7개 점포가 미등기로 확인돼, 롯데가 취약한 지자체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초 보존등기에 관해서는 등록기일을 특별히 정해놓고 있지 않은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2조를 활용해 미등기 상태를 유지했다. 보존등기를 냈을 경우 과세표준액의 0.8%를 등록세로 납부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이같은 '절세 방법'을 선택한 것.

<오마이뉴스>는 미등기 롯데백화점 점포가 있는 지자체 세무과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이 보존등기를 했을 경우 납부해야 할 등록세를 확인했다. 1만 135평인 영등포점과 9298평의 인천점은 담당 공무원이 "세액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해, 규모와 위치,공시지가를 근거로 등록세를 산출한 추정치임을 밝혀둔다.

롯데백화점 미등기 점포와 등록세액 (부산본점 제외)

점포명

주소

설립연도

면적(평)

등록세액(원)

관악점

 서울 관악구 봉천동 729-22

1997.10. 31.

5500

9억

강남점

 서울 강남구 대치동 937

2000. 6. 16

8300

9억 9000만

영등포점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618- 496

1991. 5. 4

1만 135

10억(추정)

일산점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784

1999.10.15

7760

7억 9000만

인천점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1455

2002. 8.23

9298

8억 (추정)

대구점

 대구시 북구 칠성동2가 302-155

2003. 2. 27

1만 3000

5억 7400

상인점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1502

2004. 2. 20

8100

6억 5100

포함점

 포항시 북구 학산동 127-9

2000. 12. 8

7000

6억

울산점

 울산시 남구 삼산동 1480-1

2001. 8. 24

1만 5360

11억

창원점

 창원시 상남동 79

2002. 2. 28

7740

3억

전주점

 전주시 완주구 서신동 971

2004. 5. 25

7013

7억 6000


"유독 롯데만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의 미등기에 대해 해당 지자체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기는 하지만 도의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지방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보존 등기를 의무화 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구청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조직적으로 '미등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항 북구청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미등기가 문제가 돼 포항 롯데점에 문의했지만 본사에 이야기 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지난 9월 (주)롯데쇼핑 본사에 정식으로 보존등기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특별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내의 다른 큰 건물들은 지자체의 요청으로 모두 보존등기를 마쳤는데 유독 롯데만은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산 남구청 관계자의 설명은 좀 더 구체적이다.

"울산에서도 롯데의 미등기가 여론화 된 적이 있어 담당 과장과 함께 울산 롯데백화점 부장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울산 남구의 경우 연간 등록세 목표로 350억 원을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롯데가 보존등기를 통해 세금을 내고 안 내고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울산 롯데백화점 담당부장은 미등기는 본사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단호하게 이야기해 그냥 돌아왔다.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도 없으니, 권유하는 방법 밖에는 없지 않겠나."

그는 "시간이 지나면 건물의 감가상각으로 가격이 떨어져 등록세가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롯데가 그 점을 이용해 보존 등기를 늦추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22개 롯데백화점 점포 가운데 55%인 12개 점포가 미등기 상태라는 점, 그리고 지자체 세무담당 공무원들의 설명을 종합해 봤을 때 (주)롯데쇼핑의 미등기는 지방 점포들의 선택이 아니라 본사의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주)롯데쇼핑은 지자체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입을 올리고, 결과적으로 내야할 세금을 '교묘하게 안 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직적으로 미등기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롯데그룹 기업문화실 관계자는 "업무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고, 지방 점포에서 결정한 일 아니겠느냐"면서, "절세를 위해 조직적으로 미등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직적 미등기? 롯데"그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산의 경우 11월 중으로 보존등기를 신청할 예정이며, 다른 지역도 시기를 보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며 향후 보존등기를 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은 "큰 건물들이 법의 맹점을 이용해 미등기 상태로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보존등기를 의무화 하는 조항을 만들고, 등록세를 현실화시켜 기업들이 절세를 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롯데쇼핑의 2003년 매출액은 7조 3720억원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유통업계의 선두주자다. 기업모토 역시 'Always with you'(언제나 고객과 함께). 언제나 고객과 함께 하겠다는 롯데가 사회구성원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납세'를 합법을 가장해 계속 피해갈지, 아니면 떳떳하게 내놓을지 국민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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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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