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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학교 대동제 전시 부스
ⓒ 정일관
길가에 낙엽이 흩어져 바람 따라 구르는 11월. 가을도 이제 거의 끝나고 서서히 겨울로 접어드는 입동 무렵인 지난 4일, 제2회 전국 대안학교 대동제가 열려 서울 교총회관이 하루 종일 북적거렸습니다.

원불교가 설립한 6개 대안학교와 한림중고등학교, 셋넷학교 등의 대안 교육기관이 참여한 이번 대동제는 '작은 학교 큰 희망'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두 번째로 하나되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 부스에 전시된 생활공예 작품들
ⓒ 정일관
원불교 설립 대안학교는 합천의 원경고등학교, 영산성지고등학교, 경주화랑고등학교와 지평선중학교, 헌산중학교, 성지송학중학교입니다.

원불교 서울교구와 사단법인 청록청소년육영회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하여 매년 대안학교 대동제 한마당을 개최함으로써 500여 명의 대안학교 가족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고, 다양한 교류를 통해 유대를 다지고 있습니다.

▲ 대안학교 설명회
ⓒ 정일관
멀리 경남 합천에서, 경북 경주에서, 전라남도 영광과 전북 김제 그리고 경기도 용인 등에서 아이들은 누가 깨우지 않아도 새벽 일찍 일어나 자신들의 외모를 최대한 꾸미고 표현하고는, 새벽 안개를 헤치고 서울로 달려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전국 대안학교 대동제는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지는데, 전시와 학교설명회와 공연입니다. 학교 당 1개씩 행사장 입구에 전시 부스를 설치할 수 있고, 그 부스에 1년 동안 아이들의 체험학습 결과물들을 모아 전시합니다.

각 학교 미술 교사와 특성화 교과목 담당 교사들은 행사 하루 전날 미리 올라가서 아이들의 교육활동 사진과 미술 작품을 게시하고, 종이접기, 칼라믹스, 짚 공예 등의 생활공예 작품들과 원예치료 수업 때 만들었던 원예 작물들 그리고 풍선아트 작품들도 전시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기다렸습니다.

또한 펼침막을 만들어 곳곳에 게시하고, 풍선으로 치장하여 분위기를 돋우었으며, 전시 부스 앞에는 체험학습장을 만들어 종이접기, 풍선아트, 목공, 마술, 퍼즐 맞추기, 민속놀이 등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게 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학교 설명회는 각 학교별로 자신의 교육활동을 소개하는 순서였습니다. 여러 가지 영상 자료들과 사진 자료들 동원하여 각 학교의 특징과 장점들을 홍보하여 관람객들은 대안학교, 특히 원불교 설립 대안학교의 역사와 위치, 교육활동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의 인적 구성에 대한 내용까지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 원경고등학교의 연극 <하늘 학교>
ⓒ 정일관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대동제 공연은 대안학교 학생들의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상상력이 녹아든 뜨거운 무대였습니다. 각 학교에 주어진 시간인 20분 동안 대안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연극, 악기 연주, 아카펠라, 퍼포먼스, 창작영화, 풍물과 수화 등의 작품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하여 대안학교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표현했습니다.

▲ 성지송학중학교의 수화 장면
ⓒ 정일관
경남 합천의 원경고등학교는 연극 <하늘 학교>를 출품하여 2년 연속 본격 연극을 무대에 올려 많은 사람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고,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등학교는 매우 수준 높은 풍물을 선보였으며, 지난해 전라남도 수화 경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수화팀 '손짓사랑'의 수화 공연은 참으로 훌륭하여 모두에게 부러움을 샀습니다.

▲ 경주화랑고등학교 학생들의 댄스
ⓒ 정일관
경주화랑고등학교는 선생님들을 영상물에 담아 학생의 목소리로 감사 편지를 띄워 감동을 자아내었고, 전북 김제의 지평선중학교는 소박한 창작 영화 상영에 이어 특성화교과목 시간에 배운 악기를 들고 나와 배운 만큼만 연주하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영산성지고등학교의 멋진 풍물 연주
ⓒ 정일관
전남 영광의 성지송학중학교의 난타 공연과 헌산중학교의 영상물 상영에도 중학생들의 작은 꿈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북한이탈 청소년 생활공동체 학교인 셋넷학교에서는 분단되어 총을 겨누게 된 과정과 현실을 보여주고 그 아픔을 치유하고 진정한 평화와 화해로 나아가는 모습을 퍼포먼스로 연기하여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 계속된 공연은 대안학교 동아리인 원경고등학교 밴드부와 영산성지고등학교 수화 공연, 헌산중학교 음악교사의 바이올린 연주 그리고 초청 가수 '지샵'의 공연으로 이어지면서 대동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습니다.

▲ 원경고등학교 밴드부 공연
ⓒ 정일관
대동제 도중 무대에 오른 원불교 서울 교구의 교산 이성택 교구장은 간단한 인사말을 통해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면서, 셋넷학교의 대동제 참가에 이어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탈북 청소년 학교인 한겨레학교가 내년에 개교하여 대동제에 참가하면 3회, 4회 대동제 때는 남북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멋진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 행사장에서 만난 대안학교 아이들. 신발이 눈에 띈다.
ⓒ 정일관
성황리에 끝난 제2회 전국 대안학교 대동제는 대안학교에 종사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해 동안 농사 지은 교육활동의 과실들을 펼쳐보인 난장이었습니다.

그 난장 속에 아이들은 서로 배우며 성숙하고, 교사들 역시 더욱 튼실해지겠지요. 이로써 60명 또는 120명이 사는 작은 학교는 안으로 더 큰 희망을 키워나가겠지요. '작은 학교 큰 희망'의 구현은 그 자체가 곧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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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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