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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점수다. 많은 고등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우선적으로 ‘수능점수’를 감안한다. 대학 선택은 대부분 사설입시학원에서 배포한 대학입시 배치표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배치표에는 ‘몇 등급에 몇 점은 어느 대학에 지원 가능하다’는 것이 일목요연하게 나와있다.

고등학생들의 대학 선택 고민은 대학의 차별성이나 적성, 인생 계획보다는 수능 점수에 맞춰져 있다. 지원하는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대학의 비전은 있는지, 적성에 맞는 전공선택인지, 전공으로 학습하고 연구할 내용은 무엇인지 정작 중요한 대학 정보에는 어두워 보인다.

문과와 이과를 구분해 놓고 점수대로 대학과 학과를 나열해 놓은 대학입시 배치표. 그 배치표를 보며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고르는 현실은 어제나 오늘이나 참으로 씁쓸하다.

대학 서열? 인터넷에서 논한다

생각보다 심각하다. 수능을 10여일 앞두고 대학 서열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보며 든 생각이다. 서울의 몇몇 사립대학들이 ‘강남’과 ‘비강남’의 고교등급을 말하는데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핏대를 세워가며 대학의 서열을 따지고 있다.

다음의 한 카페는 가입회원 7만여명에, 하루 올라오는 글만 수백 건에 이를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물론 게시판 내용은 대학의 서열을 매기기 위한 주장과 자료로 가득 하다. 놀라운 것은 70년대까지 포괄하는 근거자료의 광범위함에 있다.

입시 배치표, 대학 발표 점수, 고시합격자, 행정공직자, 국회의원, 법조인, 언론인, 금융인, 경영인, 재단, 언론평가, 대학예산, 졸업생 사회진출도 등 대학 서열을 매기는 근거 자료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이들은 주로 어느 대학이 입시점수가 높다거나 고시합격자 수가 많다는 식의 근거를 제시하며 서열을 논한다.

이들은 각 대학교의 입시결과 발표에도 크게 주목한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입시결과는 사설학원의 대학입시 배치표에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 시험결과는 대학의 서열을 논하는데 주요하게 활용되는 자료다. 기자가 이 카페를 주목한 이유도 바로 대학의 입학시험 결과발표에 있다.

대학 입시결과 발표 점수의 타당성? 대학은 말하라!

대부분의 대학들은 입시결과를 발표한다. 대체로 모집단위별 평균 점수와 커트라인을 공개한다. 그 정보로 수험생의 학교 선택을 돕고, 다른 대학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카페는 대학의 입시결과발표와 관련 민감한 문제를 논하고 있다. S대가 최근 몇 년에 걸쳐 입학 점수를 부풀려 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의혹은 많은 네티즌들의 호응과 반발을 동시에 일으키며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급기야 교육인적자원부(http://www.moe.go.kr) 자유게시판과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김민호'라는 대학생이 대학 입학 점수 발표에 대한 조사를 건의하는 내용을 올렸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S대 뿐 아니라 전 대학을 대상으로 평균점수를 올바르게 발표했는지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야 한다. 수능이 끝나면 사설입시학원들은 자신들이 매긴 대학서열 배치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며 수험생의 판단을 왜곡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사설입시학원의 배치표 제작 금지령을 시행하라. 대학서열은 물론 부정적인 것이다. 하지만, 사립대학이나 입시학원의 자의적인 왜곡은 안 된다. 수험생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된 대학입학점수 논란이 교육부까지 이르렀다. 점수에 죽고 사는 수험생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대학 당국의 발표에는 한 점 의혹이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건의는 모든 대학에 해당한다.

교육부, 대학 학문 분야별 5년마다 평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국내 대학을 일렬로 세울 수 있다. 이 서열은 흔히 입시 배치표에 있는 점수 순으로 매겨진다. 점수에 대한 수많은 언론 보도와 사설입시학원의 노력과 대학당국의 관리에 의해 서열은 고착되어 왔다. 서열은 누가 봐도 존재한다. 그 서열을 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억지스런 일이다.

기자가 보기에 대학 서열을 타파하려면 서열을 논하는 학생들을 탓하기 전에, 그들에게 대학에 대한 더욱 다양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주어야 한다. 언론은 대학별 사법시험 합격자 수나 대기업 사장단 수를 보도할 것이 아니라, 대학들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야 할 것이다.

지난 4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대학교육위원회는 대학 학문 분야별로 5년마다 평가를 실시한다고 했다. 상위 등급을 받은 분야는 순위를 공개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연구비 지원에 반영해서 학문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대학 평가와 관련 믿을 수 있는 정보는 중요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올바른 학력평가를 원한다

최근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는 세계 500대 대학의 순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대학은 8개 대가 순위에 올랐다. 그러나 국내 1위가 153위 밑에 위치해 있는 등 모두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5일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즈>도 세계 200대 대학 순위를 발표했는데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학은 3개 대학이 순위에 올랐으나 100대 순위에는 하나도 진입하지 못했다. 국내 1위는 119위였다.

국내에서도 J일간지가 수년간에 걸쳐 대학평가를 해 왔다. 때론 신선한 반응과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일개 일간지의 자의적인 잣대라 평가 절하되기도 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92년부터 대학평가인정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가를 위한 평가에 머물렀다는 해석이었고 그 신뢰성도 그다지 크지 못했다.

대학의 서열을 세워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적절하고 올바른 평가는 이뤄져야 한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대학 순위가 아니라 우리가 평가하는 대학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몇 명씩 자살하는 문제와 점수로 매겨지는 청소년들의 인생은 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제8차 교과과정개편안도 나왔다. 대학 학문분야별 평가도 한단다. 이처럼 세부 시행 계획들이 나왔다. 대학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와 대학 자체의 학력 평가가 올바르게 실천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인식의 변화와 대학의 실천이 병행될 때 네티즌들이 서열 매기기에 핏대를 세울 이유도 없거니와 교육부 건의 운운할 일도 없다. 더불어 점수에 대한 집착도 사라질 것이다. 그럴 때라야 교육다운 교육이 자리잡을 수 있고 경쟁력 있는 대학의 모습을 기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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