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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영세업체로 시작해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일념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4~5년 투자비용 보다 마케팅 비용에 치어 고전, 그나마 방송에 희망을 걸었는데…."

예정대로였다면 지난 19일 중소기업청과 KBS가 공동 주관한 '유망중소기업을 살립시다' 코너를 통해 안방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었던 고양의 골프·등산화 제조업체 'O'사의 김성렬(42) 사장은 인터뷰 내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KBS와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특집 유망 중소기업을 살립시다' 6부작을 기획하고,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유망 중소기업들의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한 건 이달 초인 5일께.

1차분 23개 업체를 선정하고 방송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이 기획안 진행 도중 강화된 방송법에 따라 한국방송위원회가 '간접광고 우려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모든 게 일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경기도내 우수 등산·골프화 제조업체 등 17개 업체가 방송신청서를 냈지만 방송위 불가판정으로 KBS 측도 당초 취지를 못살린 채 프로 자체를 취소했다"며 "가뜩이나 판로가 막혀 애타는 기업들이 신청 접수 문의가 밀리는 바람에 업무조차 못할 정도였는데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특집방송을 추진했던 KBS 외주제작팀 한 관계자도 "애초 중소기업을 살리려 특집방송을 기획했지만 바뀐 방송법에 근거, 방송위원회가 완강하게 거부 입장을 전해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IMF 이후 '힘내세요 사장님'을 비롯해 '중소기업을 살립시다' 등 시의적절하게 중소기업들의 판로 개척 창구 역할을 해왔던 KBS 측은 "선정된 업체의 사례를 중심으로 내년 초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중소기업 회생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꽉 막힌 내수와 끝없는 경기침체로 인해 판로 개척 의지조차 잃어버린 도내 17개 우수 중소기업제품들은 매월 셋째주 금요일 KBS의 열린장터에서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다는 약속이 깨진 경기지방중소기업청 문앞에서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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