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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선도' 연습 장면
'헌선도' 연습 장면 ⓒ 정희경
절제미와 격식미를 통해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궁중무용.

궁중에서 연희된 궁중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국악원이 우리 궁중무용의 원형을 보존, 발굴하기 위해 매년 여는 정재제전 '呈才, 궁중무용의 원류를 찾아서'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15, 16일 7시에 오른다.

이번 무대는 한국 궁중무용의 산 증인 김천흥(예술원 회원·국립국악원 원로사범)옹과 이흥구(한예종 전통예술원·前 국립국악원무용단 예술감독)교수의 재현 안무를 바탕으로 국립국악원 하루미(무용단 안무자)씨의 재구성 안무로 오르게 됐다.

'연화무' 와 하루미 선생의 안무 지도 모습
'연화무' 와 하루미 선생의 안무 지도 모습 ⓒ 정희경
"왕 앞에서 추기 때문에 고상하고 우아하면서 무겁고 예를 갖춘 동작, 그리고 절도 있으면서 화사한 춤이다. 옛 문헌 그대로 보여주려 했지만 무용수 구성, 의상에서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게 되고, 관객들도 지루하여 고증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었고 관객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설을 곁들이게 되었다"고 하루미씨는 재구성 안무에 대한 어려움을 얘기했다.

관객들에게 좀더 깊은 의미 전달을 위해 춤을 비롯하여 각종 의물(의식에 사용되는 물건)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일반인도 정재의 세계로 편안하게 심취해 볼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원래 정재는 '군왕에게 예재(藝才)를 바친다'는 뜻으로 춤뿐 아니라 땅재주, 줄타기 등 모든 예술적 재능을 아우르던 것인데, 차츰 궁중 춤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민속춤의 흐드러진 멋과 달리 정재는 절제와 품격의 장중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영지무' 연습 장면
'영지무' 연습 장면 ⓒ 정희경
올해 선보이는 작품은 조선전기의 작품인 '헌선도'(獻仙桃)를 비롯하여, 정재가 가장 활발하게 창작되고 연행되었던 조선후기 순조 조의 작품인 '영지무'(影池舞) '연화무'(蓮花舞) '춘대옥촉'(春臺玉燭)이다.

정재는 무용수들이 춤과 함께 그 춤의 내용을 담고 있는 창사(唱詞)를 직접 부르고 악사들은 음악을 연주하는 형태로 가무악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전통예술로서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다.

고려시대 내지 조선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는 정재가 오늘날까지 무대화가 가능하게 된 것은 <악학궤범>이나 궁중의 잔치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 각종 의궤와 기록화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춘대옥촉' 연습장면
'춘대옥촉' 연습장면 ⓒ 정희경
국립국악원측은 "현행되는 50여 편의 궁중무용은 조선시대 마지막 무동이었던 김천흥 선생이 배웠던 춤과 <고려사악지> <악학궤범> <궁중정재무도홀기>등과 같은 기록물에 의해 복원되었고, 이흥구 선생의 옛 문헌 연구로도 많은 수의 정재가 복원되었다. 그 뒤를 이어 김천흥 선생의 수제자인 하루미 선생의 노력으로 춤동작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춤의 절차, 수반되는 복식과 무대장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원형에 가까워지고 예술적 완성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춘대옥촉'은 국립국악원 무대에서는 처음 오르는 초연작품으로 김종수(규장각 책임연구원)와 박가영(서울대 복식연구실 연구원)등 공연 자문위원들과의 협업을 통하여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형태를 최대한 살려내어 춘대옥촉의 무대인 윤대(輪臺·바퀴달린 이동식 무대), 보등(寶燈), 당(幢) 등 소도구며 의상까지 제대로 살려 내고 있어 예술적 의미와 역사적 의미로서 가치도 높다.

장중하고도 화려한 음빛깔을 갖고 있는 궁중 음악인 정악의 연주를 토대로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정악단이 출연한다.

우리 전통문화 가운데 낯설게만 느껴졌던 궁중무용, 정재의 이모저모를 해설이 있는 공연을 통해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재 엿보기

헌선도(獻仙桃)
고려 문종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당악정재(당나라 이후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춤)로 정월보름날밤 가회에서 왕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선계에서 내려온 왕모가 왕에게 선도(仙桃.하나를 먹으면 천년을 산다는 복숭아)를 드리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영지무(影池舞)
조선 조부터 전하는 향악정재(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졌거나 당나라에서 들여온 중국춤을 우리화한 춤)로, 그림자 연못 영지에는 달빛이 연못에 들면서 달속의 미인 항아가 빠졌다는 한무제의 고사를 춤으로 형상화 한 작품이다.

연화무(蓮花舞)
조선조 순조때 발생된 춤으로 연화(蓮花)는 태양화라고 불리는 여섯 개의 꽃잎을 상징한 것이다. 연꽃 가지를 들고서 추는 춤이다.

춘대옥촉(春臺玉燭)
조선 순조때 효명세자가 지은 것으로, 윤대에 화려한 조각과 붉은색을 칠한 난간을 만들고 사면에 계단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춤을 춘다. 우주라는 공간과 춘하추동 시간을 상징하는 윤대에서 봄 누각에 올라 촛불을 밝히며 추는 춤이다.

/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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